외운 대사를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게 하는 훈련
1. 첫 단어나 문장을 툭 던져야 한다.
2. 버텨야 한다. (다음 대사를 미리 떠올리면 안된다)
3. 자신이 던진 앞선 말을 순간 인지해야 한다.
4. 그 다음 대사는 인지의 결과여야 한다.
5. 이야기는 매순간 반드시 상대에게 해야 한다.
- 쪼개서 분석하고 정리한 이 항목들이 과연 훈련에 도움이 되겠는가?
11/1(화) 상명대 [화술] 수업에서 총 4명이 'pass' 됐다. (1분반 1명, 2분반 3명)
매번 수업에서 내 도움없이 'pass'를 얻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헌데 이번 2분반 수업에서 3명씩이나 대사를 말하기로 성공한 것이다. (아주 미세한 도움만으로 ㅋ)
저번 혹은 저저번 수업에 성공한 녀석들은 하나같이 다 실패했다.
인간의 뇌란 놈이 간사하기 짝이 없다는 게 여지없이 증명된 순간이다. 내 그리 강조하였건만 또다시 대뇌피질의 힘만으로 대사를 해댄 것이다.(그럴싸하게)
1. "외운 대사를 말이 되게 하려면 편도체나 뇌하수체 따위가 포함된 변연계를 매순간 작동시키지 않는 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2. "매순간 상대에게 말해야 하고 다음 대사를 미리 생각치 않아야 하고 자신이 앞서 한 말의 뉘앙스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3. "상대에게 말을 한 게 분명하다면 어미의 끝이 묘하게 '걸린다'. 그 걸린 힘은 순간 부끄러움을 야기하므로 다음 대사는 여지없이 일정해지거나 대상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버텨라 버텨라' 하는 거다."
1, 2, 3 숫자를 붙혔지만 다 같은 말이다.
이 말들을 내 수업을 듣지 않은 친구들이 어찌 이해하겠는가?
며칠 전 내 글을 읽고 감동 받은 한 연출전공학생이 깝깝하던 차에 좋은 글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고 메세지가 왔다. "이제 이해되었다"고!!!
만일 녀석이 연기전공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 바로 깨질테니!! 헌데 연출전공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연습하다가 "연기는 거짓이야!!" 혹은 "정서를 가지고 하지말고 정서가 생기게!!" 이런 코멘트를 했다고 치자. 내 수업에서도 이걸 성공시키려면 십수시간이 걸리는데.... 녀석은 분명 상대를 답답하게 여기거나 자신의 코멘트도 못 알아 듣는 루저로 판단할 지 모른다.
그래서 장문의 답장글을 써보내곤 한다. 흠...
이 글들은 주로 내 제자들에게 자극을 주거나 복습의 의미로 작성되는 내용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읽는다는 걸 알기에 보편성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고는 있지만....
충고를 해주자면
내 글들을 펜으로 옮겨 써서 줄쳐가면서 읽으시고,
이 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략 10년 후에 절실할 글들이라 믿어주셈.
내 제자들 중에는 대학강사나 전임교수들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면 좀 쉽게 이해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