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읽혀야지!!!
"연기할 때 관객들에게 마음이 읽혀야 한다."
대본을 받고, 인물을 연구하고, 장면분석에 몰두하고, 대사들을 꼼꼼하게 파고 든다. 배우들의 일상이다. 그 이전의 과정도 녹녹치 않다. 소리와 움직임에 대한 훈련이 충분히 누적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훈련이든 경험을 통해서든 무대 위에 서서 밥값을 할 즈음이면 문득 다음 단계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의외로 정체된 자신의 연기가 당황스럽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배우들의 흔한 단계다.
이쯤에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에서 "어떤 연기를 해내야 할 것인가?"로 살짝 관점을 바꿔줘야 한다.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는 주관적인 입장이고,
"어떤 연기를 해내야 할 것인가?"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라는 의미다.
내 마음보다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발상이 필요하다. 관점이 달라지면 생각의 구조도 변한다. 헌데 익숙치 않기에 좀체 힘이 붙지 않는다. 여전히 내 마음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고, 합리화하는 단계로까지 이른다. 연기가 정체되는 이유다.
"내 마음이 아니라 관객의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그나마 연극은 시시때때로 확인할 기회라도 얻지만 영상매체는 온통 상상에 맡겨야 한다. 아주 일부의 배우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관점을 터득하곤 한다. 아주 일부다. 로또의 확률이니 그 쪽은 기대하지 마라.
영상은 작년말 강화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기수업이었는데, 멤버 중 한 명이 편집해서 내게 전했다. "어? 내가 이런 수업을 했었나?" 진도를 살짝 뛰어 넘은 수업 내용이었다. 웬만해서는 마음론을 사용하지 않는데 말이다.
서울예대나 가천대에서도 이런 내용의 수업을 했을라나? 오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서 좀체 사용하지 않는 버전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