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그 첫 발을 내딛다
청년들이 그간 해오던 인형극과는 그 체감이 달랐으리라 여겨진다. 공연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반응도 고무적이다. 기술적인 문제점도 충분히 체크되었고, 연기 과제들도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으니, 어느 순간 대학로에서 검증받을 준비가 얼추 된 셈이다.
<청혼>은 안톤 체홉의 대표적 단막극이고, 수레무대에서는 1998년 처음 제작된 레퍼토리다. 리얼리즘 형태로 깔끔하게 풀어나가면 대략 20번 정도의 폭소가 터진다. 물론 소극(farce) 문법이 충분히 몸에 붙어야 가능한 일이다. 체홉이 걸어 놓은 장치들은 템포를 놓치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단순한 연습으로는 어림도 없다. 0.08초의 반응 속도라야 가능하다. 본능에 가까운 속도다. 순발력과 즉흥연기는 연습보다는 훈련에 의해 터득될 확률이 높다. 코미디 배우가 비극 배우가 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비극 배우가 코미디 배우가 되기는 쉽잖은 이유다.
콤비네이션 combination
복싱 훈련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술인데, 코미디 연기에 아주 적합하다. 호흡이 찰떡같이 맞아 떨어져야 하고, 의외성이 끊임없이 발생되어야 완성되는 기작이다. <청혼>은 그 기술을 익히는데 완전 짱인 작품이다. 전제가 있다. '듣고 말하기'가 가능해야 하고, 다음을 몰라야 한다.
연기 훈련에 있어 코미디가 유리한 점은 관객의 반응이 즉각적이라는데 있다. 공연보다 더 훌륭한 훈련은 없다. 몰리에르 배우들이 한순간에 빠리의 고인물들을 제치고 왕의 총애를 얻을 수 있었던 힘이 10년간의 방랑생활(거리공연)에서 비롯된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다.
<챌린지 청혼>은 콤비네이션 훈련의 정점을 찍기 위한 장치이자 상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뮤지컬의 상업성을 이기기 힘든 현실적 상황을 두고 두고 곱씹은 후에 내린 결론 하나가 춤이다. 물론 춤의 의미 속에는 마임도 존재하고, 슬로우 모션이나 아크로바틱도 포함된다. 의외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콤비네이션 훈련의 결과물들과 춤이라는 보편적 볼거리가 장착된다면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챌린지 청혼>은 트렌드가 바뀌면 일부 삭제되고, 일부 첨가된다. 항상 춤을 춰야 하고 항상 트렌드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으름을 벗어나게 만드는 계기를 고안해 내는 것도 선장의 임무이기에 나 역시 쇼츠 감상에 열심이다. 연기가 마술이 되고, 춤이 마법처럼 펼쳐지려면 콤비네이션 훈련은 필수다. 훈련을 통과하지 못한 배우는 탈락된다. 올겨울은 콤비네이션 훈련으로 일관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