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인 연습
'의식적인 연습' 원칙은 전문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지만, 원칙 자체는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성과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디에든 활용할 수 있다.
테니스 실력이 나아지길 바라는가? '의식적인 연습'을 하라.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길 바라는가? '의식적인 연습'을 하라.
영업 능력이 향상되길 바라는가? '의식적인 연습'을 하라.
'의식적인 연습'은 단순히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도록 도울 목적으로 고안된 것으로, 지금까지 나온 어떤 것보다 강력한 학습 방법이다.
Anders Ericsson, <1만시간의 재발견>
앤더스 에릭슨 (혹은 안데르스 에릭슨)
이 양반은 심리학자지만 엄격히 과학자다.
현 플로리다주립대 교수고 스웨덴 출신이다.
나는 '자기계발서' 더럽게 싫어한다. 이 책만 빼고^^
1993년에 이 양반이 뭔 연구를 발표했다.
그리고나서 십수년 후 코일, 그래드웰, 콜빈 등의 저널리스트들이 2007,8년 즈음 책들을 마구내고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탈렌트 코드> <아웃라이어>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가 그 책 제목들이다.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멋진 카피라이팅을 내세워서.
헌데 2014년, 미시간주립대 '잭 햄브릭'이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발표를 낸다. 한마디로 "엿 먹어라"다.
1만시간 존나 해도 재능없슴 안되더라. 머 그런 결론을 내린거다.
1976년부터 전문성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해오던 에릭슨은 햄브릭의 연구결과를 의식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2016년 올초에 '의식적인 연습'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새로운 연구 결과물을 냈다. 정말 따끈따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ㅋㅋㅋ
이 책의 제목은 <1만시간의 재발견>이다.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직역하면 '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비밀들'쯤 될 듯.
이 책을 다시 탐독 중이다.
줄쳐가면서 읽어대고 만년필로 끌쩍대며 외우고 난리가 아니다. 번역에 속지 않을려고 영어 단어 확인을 서너번씩 해댄다.
'delibrate practice' (의식적인 연습)
'3F'(focus, feed back, fix it) '집중' '피드백' '수정하기'
'mental representation' (심적표상)
'comfort zone' (안정빵 심리ㅋㅋ)
이 개념들이 나의 '1:1레슨 프로그램'의 방아쇠(trigger)가 되어주리라 굳게 믿고 있다.
의식적인 연습의 한 예
24살 때 빡쎄게 발레수업을 들었다. 매일 투타임씩 10주가량을 쉼없이 훈련 받았다. 안승희쌤이라고 국립발레단원이었고 테크닉에 관한 한 당시로는 거의 탑인 분에게 ㅋ
6주쯤 지났을까? 바(bar)를 벗어나자마자 삐루에뜨를 가르쳤다. 삐루에뜨는 제자리 턴이다. 세 단계를 거쳐 3일만에 턴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1단계 ; 1번 - 2번 - 4번 발동작을 반복시켰다. 팔동작과 함께.
2단계 ; '쁘리에 - 업'만 줄기장창 반복연습.
3단계 ; 업상태에서 가볍게 팔을 오른쪽으로 보내라 했다.
순간 스무스하게 턴이 이루어졌고 박수를 받았다.
그리곤 바로 앞에서 자기만 쳐다보라 했다. 시선까지 성공시켰다. 그 순간을 어찌 잊겠는가?
3일 후에 턴을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대부분 수강생들은 첫날 턴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확한 자세의 턴은 나만 성공시킨 셈이었다.
당시 '의식적인 연습'이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의식적인 연습'을 했던 거다.
첫 날은 정확한 준비 자세
둘쨋날은 바란스 즉 균형잡기 (쁘리에 업 쁘리에 업...)
세쨋날 드디어 턴
지금도 생생하다. 업 할 때마다 흔들리던 기억이.
결국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반복연습이 있었기에 세쨋날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에 마임훈련도 덩달아 했었는데 완전 독학이었다.
무거운 거 실제로 다 들어보면서 근육의 상태와 호흡까지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 벽집기도 시멘트벽 나무벽 스폰지벽 등을 구분해서 연습했다. 이런 것들이 다 '의식적인 연습'이었던 것이다.
'의식적인 연습'은 분석에도 작용 된다.
예를 들어 체홉작품을 접했을 때
23루블이 오늘날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6베르스타는 얼마만큼의 거리인가?
당시 귀족은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가?
당시 벚꽃동산의 가치는?
등등등의 사소해 보이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요소들을 의식적으로 연구하고 계산하고 추측하는 거 따위가 다 '의식적인 연습'과 다르지 않다.
'의식적인 연습'은 '될 때까지' 혹은 '되어야 된거지’ 라는 말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헷갈리거나 뭔가 모르게 불편하다면 반드시 짚고 가라. 그게 바로 '의식적인 연습'의 출발점이다.
하도 답답해서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써보다 보면 어느 순간 뚫린다. 드디어 하나를 터득한 거다. 이제 이 경우들은 언제 닥쳐도 해결이 가능해진다.
'심적표상'(mental representation) 즉 장기기억에 콱 박힌거다.
연기는 배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움은 응용하거나 방향제시로는 작용할 수 있지만 터득은 자기 몫이다.
'의식적인 연습'의 예들을 곰곰 생각해보고 자기만의 문법과 기술들을 차곡차곡 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