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추천해주기 싫은 책
그러나 독파하고 나면 어떤 의미로든 세상이 달리 보이는 책들이다.
일단 1000페이지가 넘거나 그 언저리의 책들이기에 추천해주기가 좀 껍껍하기도 하고, 한 번 읽어서 이해되기 힘든 내용들이기에 또한 곤혹스러운 목록이다. 그래도 내 인생을 바꾼 책들 중 손가락에 꼽는 밀도를 가졌기에 도전해볼 청년들을 기대하며 조심스레 제시해본다.
어떤 책은 전문가도 완독 못한 책들이고, 완독했다해도 작가의 관점까지는 읽어내지 못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목록 중에는 소설이 2편 있다. 흔히들 읽었다고 착각하는 [걸리버여행기]와 책쟁이라면 진눅하게 물고 늘어졌을 [장미의 이름]이다. 이 책들은 완독 후 SNS(구글,네이버,유튜브)를 검색하여 책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해보기 바란다.
[서양연극사]와 [서양미술사]는 연기전공이라면 필독을 요한다. 꽤 두껍긴 해도 사전적 의미가 강하기에 부분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그러다 어느 시기에는 완독하기 바란다. 둘 다 역사서다. 둘 다 관점이 어마무시하다. 둘 다 읽어내면 세계사는 덤이다.
[인류의 범죄사] 역시 세계사 책이다. 인간의 잔혹성을 역사적 사건과 사실들로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는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가 작심하고 쓴 책이다. 결국 동양이 서양을 넘어설 거란 예언이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21세기 자본]은 경제학자 피케티의 출세작이고, [미토콘드리아]는 생물학의 미시적 관점이고, [시냅스와 자아]는 뇌과학의 미시적 관점이다.
이 세 권은 좀체 추천하기 힘들다. 하지만 완독해내면 전문가들도 깜짝 놀랄 확률이 높은 책들이다. 작가들은 나름대로 일반인들을 염두에 두었기에 작심하면 도전해볼 만하다.
난해한 책은 뇌근력을 키운다
책이란 게 지식을 얻기 위한 목적이 그 첫번째가 아니다. 뇌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게 최고의 목적이다. 목록의 책들은 Chapter 하나하나가 모두 수준급 논문들이다. 논문은 같은 분야의 학자나 전문가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곤 하는데.... 이게 바로 '관점'인 거다.
관점은 바라보는 위치도 다르지만, 그 연결 순서도 다양하다. 이는 모두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일 수밖에 없다. 뇌는 뉴런(뇌세포)의 집합이고, 뉴런은 시냅스의 집합이다. 시냅스 연결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사랑이고, 상상이고, 계산이고, 결단이다.
복잡하게 연결된 뇌의 길들을 효과적으로 불러내는 기작을 흔히 '영감'(Inspiration)이라고 지칭하는데, 순간적이고, 명쾌하고, 현명한 판단들을 내는 능력을 일컽는다.
연기는 결국 뇌의 기작이다. 0.08초만에 판단하고 곧바로 표현해내야 하는 극한의 직업이 바로 배우다. 흔히 순발력, 즉흥성이라 불리는 현상이고, '듣고 말하기'와 맞닿아 있고, 스포츠 스타들이 터득한 초능력과 그 원리가 다르지 않다.
이론을 습득하라는 게 아니라 뇌근력을 키워서 도망가지 않는 습관을 터득하라는 의미의 책 목록이다. 인내심 기르기에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드물 거라고 확신한다. 폼도 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