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신경세포/역지사지
강화배우농부연합은 일종의 배우학교다. 각각의 단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정한 기간 동안 수레무대를 중심으로 연기훈련에 동참한다.
일주일 전에 미션을 하나 던졌다. 지원서 작성의 기간이기도 하고, 이사도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틈나는대로 이행할 과제가 필요했다. 자유연기 텍스트를 스스로 만들어보라는 미션이었다.
A. 세계적인 단편영화를 감상하라!!
B. 그 곳에서 반전의 의미를 체험하라!!
C. 외국장편영화에서 반전의 장면을 포착하여 자유연기 텍스트를 맛깔나게 작성해봐라!!
대략 이런 내용의 미션이었는데, 나름 집중해서 영화들을 감상하고 체크해서 톡으로 나한테 전달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요즘 집중해서 읽고 있는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진화생물학),
조지프 르두의 [시냅스와 자아](뇌과학),
장대익의 [울트라 소셜](진화인류학) 등이다.
이 중에 [울트라 소셜]의 앞부분에서 전제로 깐 '거울신경세포'와 '역지사지'가 문득 연기의 이치에 대해 작성하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켰다.
포커게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포커게임을 가진다. 보통 6명이 함께 하는데, 요즘은 8명 이상 모이는 경우가 생기면 홀덤으로 게임을 바꾼다. 실감나게 치려고 현금을 배분한다. 대부분 공동 돈통으로 되돌아가지만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은 스릴을 만끽한다.
반년 정도 진행되었는데 꽤 실력들이 늘었다. 규칙도 많이 익숙해졌고, 함부로 기분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간혹 포카드가 뜨는데, 자신의 감정을 읽히지 않는 기술도 터득했다. 여전히 도박의 개념도 존재하겠지만, MZ세대들에게는 올곧이 보드게임일 뿐이다.
이렇듯 자기가 높은 패를 가지면 표정을 감추려 들고, 상대가 블러핑(뺑끼)을 칠 때면 잡으러 갈 것인가 죽을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민한다.
드라마나 연극의 장면 역시 이런 고민이 요구된다. 극적인 장면일 경우엔 편도체가 마구 자극된다. 내 기분도 통제해야 하지만 상대방의 생각도 읽어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내 패에 매달린다. 내 기분에 휘둘린다. 현실에서는 분명 상대를 읽으러 들텐데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다
포커칠 때의 그 두근거림과 읽히지 않으려는 긴장감이 연기할 때는 좀체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뻔한 표현들은 설명적이다. 진짜로 시냅스가 복잡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드라마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 과정이 관건이다. 읽히지 않고(블러핑) 결과에 도달해야 한다. 반면 되감기를 했을 때 당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좋은 영화, 최고 배우들의 장면들은 대부분 이 문법이 작동한다. 자유연기 텍스트 미션은 이런 의미로 주어진 거다.
대면 연기훈련이 힘겨운 때니 만큼 그에 준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집중해서 영화를 감상하고, 집중해서 장면을 분석하고, 집중해서 텍스트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내 강의내용들이 되살아 날 거다. 혹은 진의를 깨닫게 될 거다. 등등
1) '거울신경세포'란 공감 능력을 말하는 것이고,
2) '역지사지'란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라는 얘기다.
1) 고수연기자들의 장면들을 공감해야 하고,
2) 상대의 생각을 읽고 던진 대사여야 한다.
포커게임을 하는 이유고, 촬영 편집을 미션으로 던졌던 이유고, 자유연기 텍스트를 요구한 이유다.
이 글은 강화멤버들에게 던진 미션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는 글입니다. 나름 객관성을 유지하려 했지만 제3자가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빈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오버랩, 각성, 얘기쌓기, 대상, 미엘린 등등의 단어개념들이 전제로 깔려야 빈부분들이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