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정확한 거짓이다.
꽤 많은 연기 메소드들이 있지만 이런 내용의 문구는 결코 찾을 수가 없다.
연기가 어떻게 진실일 수 있을까?
진실로 보였다면 완벽한 거짓을 구사한 거겠지.
남도 속이고 자신마저 속여 완벽한 거짓을 구사하는 배우가 진짜 배우 아냐?
대략 30만년 전에 호모사피언스가 출현한다. 물론 호모 에렉투스로 거슬러 올라가면 160만년 전이다. 그 오랜 시간동안 그들은 수렵채집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최소 2,30명의 단위로 모여 살았을 거고 협동하고 적들을 방어했을 거다. 미니 부족인 셈이다. 부족민들이 늘면 몇 식구들을 방출해야 한다. 근처의 먹거리를 50명이 나눠 먹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밥먹듯 하거나 말썽을 일으키는 녀석들도 방출되었다고 본다. 녀석들은 부족을 떠나 방황하다 맹수의 먹이감이 되거나 굶어 죽었을 확률이 높다. 즉 거짓말을 일삼는 녀석들은 도태되었을 거고 자연스럽게 거짓말 유전자는 희귀해진다.
만년전 마지막 빙하기가 마감될 즈음 인간들은 농사를 짓게되고 얼마 후 도시가 형성된다. 그 곳 역시 거짓말쟁이나 싸움꾼은 죗값을 치렀겠지만 부족간의 약탈이나 전쟁 그리고 정치 등의 요인들은 다시금 거짓말 유전자를 양산시킨다.
어쨌든 만년보다는 30만년 혹은 백만년 동안 누적된 유전자가 훨 강력할 거다. 거짓 유전자보다는 그 반대 유전자가 월등히 강렬하다는 얘기다. 거짓말하면 무지 땐땐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기는 명확한 거짓이기에 연기 잘하기는 빡치게 어렵다. 노름에 빠진 사람이거나 목숨이 달려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완벽한 거짓은 여전히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유전자는 리얼리즘 연기가 예술이라는 걸 결코 인지하지 못한다. 100년밖에 안됐으니까.
진실로 여겨지게끔 완벽하게 속여라!!
상대 배우도 속이고, 관객도 속이고, 내 자신을 속이지 않고서야 어찌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이게 리얼리즘 연긴데....
연기는 정확한 거짓이다. 2
혹시나 만시나 오해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다.
"연기는 진실일 수가 없다."
"연기는 명백한 거짓이다."
이 문장들은 "연기는 진실되어야 한다"는 말만큼이나 오해의 여지가 있기에 글을 다시 잇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아가는 중에 거짓말은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얘기다.
연기에서 말하는 거짓은 그런 거짓말과는 의미가 쬐금 다르다. 남을 속이는 일은 인류의 조상인 박테리아나 무척추동물 때부터 일삼아 왔던 일이니 거짓말 못하는 인간은 있을 수 없다.
외운 대사로 속인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한두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습 때부터 장기간 공연 내내 그래야 되고 아울러 촬영내내 렌즈를 향해 눈물 흘리고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배우는 세 종류의 억제성에 좌지우지 된다.
1. 뇌의 억제성
2. 호르몬의 억제성
3. parasite의 억제성 혹은 반란
1. 뇌의 억제성
거짓말 자꾸 하면 "너 쫒겨난다." 머 그런 의미로 억제한다. 인류 진화과정이 그랬다.
뇌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대사 자꾸 진실에 가깝게 반복 반복하면 뇌세포는 시냅스들의 연결고리를 마구 끊어버린다. 거짓말하면 안된다는 강력한 경고다.
2. 호르몬의 억제성
싸우거나 눈물을 보이는 감정 가득한 연기일 때는 훨씬 강력한 제제를 가한다. 호르몬을 억제하거나 반대 호르몬을 분비시켜서라도 흥분이나 거짓 눈물을 막으려 드는 것이다.
진화적으로는 역시 "너 쫒겨난다", "반드시 실체는 드러난다" 따위의 경고인 셈이다.
3. 기생충(parasite)의 반란
집중 열공을 해대면 잠이 온다. 혹은 오버워치나 페북으로 이끈다. 기생충의 기작일 확률이 높다.
늘 하던거나 익숙한 걸 반복할 때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뇌에 새로운 길을 내거나 난해한 문제에 직면하면 여지없이 지랄떠는 게 기생충들의 속성이다.
사실 초집중 뇌사용은 웬만한 격렬한 운동보다 에너지를 훨씬 더 소비한다. 마구 전기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클럽에서 춤추는 에너지보다 이성을 꼬시는 게 에너지 사용량이 훨 많고, 어려운 수학문제 10개 푸는 게 1km 달리는 것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훨 크다.
기생충 입장에서 보면, 내 먹이가 마구 사라지는 셈이니, 걔네들이라고 앉아서 손해만 보려 들겠어?
몸 어딘가를 건들여서 잠이 오게 하거나 폭식을 일삼게 만든다는 얘기다.
인간의 몸은 약 6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박테리아를 포함한 기생충은 500조마리쯤 된다. 밝혀진 거만해도 종류는 300~1000 정도다.
얘네들은 대사의 어미끝이 살아나는 게 좋을리 없고, 리얼한 울부짖음을 반길 리 없다. 에너지 많이 사용하면 마냥 싫은가 보더라. 그래서 면역체계가 중요한 거다.
각성하면 면역체계는 활발해진다. 반면 우울해지면 면역체계는 힘이 딸린다. 그래서 기생충은 우울하게 만들려들고, 꿈이 있는 친구들은 스스로를 각성시킨다.
연기에 관한 글을 작성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오해의 여지를 두지 않게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다.
내 글이 강렬하게 자극을 일으켰다면 반드시 캡처해서 프린트하고는, 검색하면서 줄쳐가면서 몇번이고 숙지하길 바란다.
수백권의 과학서적과 수천권의 인문학 책들을 읽어대고, 38년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실전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이해되었다고 여길 수 있는 글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쉽게 설명해주는 건 내가 터득한 또다른 능력일 뿐이다. 이 글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게 만드는 건 여러분의 몫이다.
다시 주지시키지만 이 글은 연기지망생만 읽는 글이 아니다. 교수도 읽고 또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읽는다. 절대 허투루 작성하지 않는다.
세시간 연습하고 쓰러질 정도가 되어야 뇌억제성이 단념을 하고 호르몬 방해를 멈추게 만들 수 있다. 그쯤되면 물론 박테리아들도 길들일 수 있겠지.
365일 중 300일 정도를 10년 정도는 투자해야 이 시스템이 작동한다. 스타가 아니라 드니로도 넘을 수 있다. 그게 꿈이다. 섣부른 꿈은 각성될 확률이 엄청 낮기 마련이란 얘기다. *~*
내 글의 목적은 언제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