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수레무대의 미션들
극단 수레무대 멤버들은 애초부터 모두가 배우여야 하고, 모두가 스텝 능력을 갖추어야 했다. 현재의 강화도 멤버들은 이에 더해 기획 능력의 과제가 더해졌고,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등 과학 관련 탐독도 미션으로 주어졌다.
촬영과 영상편집은 물론이고, 디지털 툴들도 익혀야 하고, 농사도 지어야 한다. 심지어 극단을 창단하여 각각의 작품들을 제작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교육청과 군청 혹은 문화재단 등 지원처의 문을 두들겨야 한다.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게 가능할까 싶은데, 이미 6년을 버텨냈으니, 구태여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요즘 청년들의 인식은 분명하다. 아니다싶으면 여지없이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수명의 멤버들이 머무는 이유는 뭘까? 얻을 게 있으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전전두엽 즉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섰으니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수레무대 코미디의 첫 경험
6년 전,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텍스트로 삼았던 [청혼]과 [곰]을 드디어 무대에 올린다. 아침 8시부터 진행될 조명체크가 나의 마지막 역할이다. 수레무대의 코미디 작품을 관객과 함께 향유할 첫 경험을 각자 어떻게 맞이할 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연습량이 부족할 일은 없다. 하지만 누구엔가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 문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현상이다. 실수가 생겨도 거의 본능적으로 커버될 만큼의 연습을 시켰고, 수많은 경우수들을 체험시켰기에 후회는 없지만 여전히 첫 경험의 예상치 못한 현상은 우려스럽다. 리듬이 일정해지거나, 감정이 오버되어 대사를 날리는 경우들이 그 흔한 현상들이다. 연습할 때 맷집을 강조하고, 멘탈을 뒤흔들었던 이유다.
연출은 화를 내서라도 멘탈을 강화시키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을 때만 화를 내야 한다. 청년들은 그 의도가 어떤 종류인지 대부분 파악한다. 간혹 모욕감도 느끼게 해줘야 하고, 불편함도 강요해야 한다. 그 의도가 연출의 차가운 계산임을 깨닫게 해줄 자신이 없다면 함부로 시도하면 안되는 기작임에는 틀림없다.
연기는 설명으로 터득될 기작이 아니다. 처절한 훈련을 통해 뇌에 새 길을 내야만 잠재된 거짓말 DNA가 겨우 발현되기 때문이다. 어떨 땐 한없이 기다려줘야 하고, 어떨 땐 샤우팅이 필요한 이유다.
과학적인 설명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시냅스의 연결고리인 수상돌기와 축삭돌기에 미엘린이 두텁게 씌워질 때까지 자극하고 반복해서 새 길(고속도로)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에너지 소모량이 어마무시하기에 대부분 이전의 연결고리로 대처하려는 속성이 난무한다. 다음을 알고 대사 던지기, 감정으로 때우기, 일정해지기, 어미 떨구기, 안으로 들어가기, 대사의 형태를 외우기 등등이 그 속성이다.
뇌의 새 길(고속도로)은 순간 떠올리기, 상대방의 대사를 듣고 말하기, 납득시키기, 버티기, 책임지기, 관객의 눈으로 보기, 틀리는 걸 두려워 하지 않기, 얘기 놓치지 않기 등등에 관한 길들이다. 터득하고 나면 타고난 배우로 보인다. 매체연기의 원리도 전혀 다르지 않다.
과학적인 설명의 장점은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언어의 위험성은 철학자와 기호학자들에 의해 이미 수없이 거론되어 왔다. 근래엔 진화심리학자나 뇌과학자들에 의해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언어 맞추기 혹은 커뮤니케이션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고, 틈만 나면 질문해야 한다. 흔히 합리화라고 말하는 선택적 기억이나 확증 편향 등을 경계해야 하고, 특히 얹혀가려는 인간 속성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갚으려고 했다는 '마음'이거나, 갚지 않아도 될 만한 명분 만들기다. 좀체 연기가 늘지 않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열심히 했는데..."라는 자기 변명이거나 로또 바라기다. 이 역시 마음이고 자기 합리화다. BTS나 안세영이 열심히 했을 리가 있겠는가? 매순간 해결하기 위해 안간 힘을 다 썼겠지!! 배우라면 최소한 '뇌가소성' 정도의 이론은 씹어 먹어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