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blocking;동작선)을 긋다.
흔히 '블로킹을 그린다'고 표현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간이동(movement)만을 연상케 한다.
Blocking을 이루는 요소는 gesture, business, movement. 이 세가지다.
따져보자면 movement가 양이 가장 적다. 거의 대부분이 gesture이다. 혹 변수가 있긴 하지만 business가 그 다음이다.
Business는 '짓거리'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담배를 핀다든지, 바느질, 타이핑, 음식먹기 등의 자신의 몸 이외의 요소와 함께 연기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경우. 이는 business에 속한다. 연극에서 그 양이 적을 수 없다.
Gesture야 말할 것도 없다. 공간이동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몸짓을 일컫기에 그 양은 지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블로킹을 긋는다'고 표현한다. 언젠가 다른 표현이 등장하리라 믿는다.
리딩하고 분석하고 대사 암기한 다음에는 시선과 손짓 등이 자연스럽게 몸에 충분히 익은 후, 거의 본능적으로 작동할 때 movement를 실행해야 한다.
공간이동이 제시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배우들은 불안해 한다. 허나 gesture나 business가 충분히 몸에 익지 않으면 움직이는 이유나 방향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기초가 약한 연기자일수록 movement에 집착하는데, 대부분 움직이는 이유를 상실한 채 공간을 이동하는 경향이 짙다. 쉬운 방법을 꾀한 연유이다.
분석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익혀서 본능적으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공간이동보다는 gesture나 business에 충분히 투자하기를 제안한다.
실제 연극에서 공간이동은 10%에 불과하다.
90%의 gesture와 business를 충분히 익히는 쪽이 자연스러운 공간이동을 만드는 데 유리할 거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단지 공간이동이 배제된 상태로 연습한다해도 공간이나 거리를 예상하고 대사하는 일에 게으름 피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치 성우처럼 말이다. 더하기! 시선이나 몸짓은 끊임없이 살아 있어야 하고 business는 완전 생활화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나서 '공간이동'을 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