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대사를 말로 만드는 기술이다.
대사가 말로 인식되면 연기의 8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대뇌피질은 결코 대사를 말로 인식하게 만들지 않는다. 대사가 말이 되는 순간 변연계가 작동하는데 눈깜짝 할 사이에 대뇌피질의 억제성이 이를 막는다.
혹여나 뚫어서 소리라도 지를 즈음이면 억제성 호르몬이 또 강력하게 분비되어 어미를 떨구게 하거나 중간음으로 마무리짓게 만든다.
또한 대뇌피질은 이야기 쌓기를 더럽게 싫어한다. 서너마디 이상은 좀체 용납하지 않는다. 거짓말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일정하게 만들어 버리거나 새로 시작하게 유도한다.
그게 뇌다.
외운 대사가 말로 표현되기 어려운 이유는 인간은 거짓말하지 못하게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면 쿵딱된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쉽다.
스파이들은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하는 훈련을 받는다. 연기훈련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거의 같은 원리다.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라.
대부분 연기전공 학생들은 대사를 대사로 인식하고 있다. 획일적인 연영과 입시제도 때문이다. 독백만으로 그것도 1분만에 연기능력을 가늠하기에 생긴 현상이다.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 뇌에 새로운 길을 다시 내지 않는 한 대사는 대사로 표현될 뿐이다.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려면 뇌에 새로운 길을 다시 뚫어야 한다. 무지 힘들 거다. 대사를 말로 바꾸는 일도 꼭 그것 만큼 힘들다.
뇌는 항상성을 추구하기에 새로운 길 뚫는 거 더럽게 싫어한다.
만일 왼손으로의 젓가락질이 성공하면 연기연습할 때 꽤 도움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