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의 또다른 비밀
1) 1900년 1월 1일 단편소설 [골짜기]를 발표한다. 봄부터 올가 끄니뻬르와 교제를 시작한다. 그리고 <세자매> 집필에 들어간다. 10월 독해. 12월 올가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내 희곡을 수정하며 내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썼는지, 무엇을 위해 썼는지 놀라고 있소."
2) 1901년 1월 <세자매> 초연. 5월 올가와 결혼.
3) 1902년 예술아카데미가 고리끼를 급진적인 사상성을 이유로 제명한다. 체홉은 항의로 아카데미 회원 자격을 반납한다. <벚꽃동산> 구상 들어감.
4) 1903년 단편소설 [약혼녀]발표. 3월에 <벚꽃동산> 집필 들어감. 10월 완성. "드라마가 아니라 코미디, 부분적으로는 소극인 작품이 탄생했소." - 올가에게 보낸 편지, 9월 -
아주 단편적인 사실만 나열했지만....
4년 간 체홉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 현미경을 들이대면 그의 마음, 그의 생각, 그의 글쓰기 목적들을 엿볼 수 있으리라 믿었고, 이 흐릿한 비밀들을 풀기 위해 20세기초 러시아의 정치상황과 당시의 삶이 기록된 소설들을 내리 팠다. 한달 정도 투자했고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다. 확신은 얻었지만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방법이 여전히 문제다.
결론은 '귀족들 엿먹이기'였다.
물론 과거의 인식 속에서 사는 귀족들에 대한 얘기다. 예를 들어 '아냐'나 '나쟈'(약혼녀)는 아니다. 그녀들은 미래다.
체홉은 <세자매>의 '뚜젠바흐'나 <벚꽃동산>의 '뜨로피모프'와 '로빠힌' 그리고 [약혼녀]의 '사샤' 등을 통해서 자신의 분노를 교묘하게 분출해대고 있었다.
그들의 대사들을 끌어 모으면 혁명(1905) 직전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을 정도다.
지면상 '라네프스까야'의 예만 들겠다.
1. 이 여자는 애초에 '벚꽃동산'을 되살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정리하러 온 거다. 이미 필요한 돈은 다 빼 썼거든.
2. 이 여자는 '아냐'가 받아야 할 모든 유산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 다 딱아 썼다. 남김없이!!
3. 게다가 아냐가 자존심 죽여 야로슬라블의 할머니에게 얻어온 1만5천불의 거금마저 다 잡수셨다.
4. 로빠힌을 계속 곁에 둔 이유는 하나다. 현금을 도대체 누가 계속 빌려줬겠는가? 무려 3개월간을!!
5. 바랴를 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혀다. 그저 집안일, 내 재산을 잘 간수하라고 장치를 건 것 뿐이다. 이 여자가 선심 선 것이라고는 바랴와 로빠힌과의 시간을 잠시 만들어준 건데.... 체홉은 훨씬 잔인한 패러디를 계산했으리라 여겨진다.(이건 정말 얘기 않고 싶다)
<세자매>나 <벚꽃동산>을 무대화시키려면 최소한 [골짜기]와 [약혼녀]는 읽기 바란다.
그리고 고르끼의 [어머니], 톨스토이의 [부활],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정도는 투자했으면 싶다. 19세기말과 20세기초의 시대상황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캡처해서 줄쳐가면서 읽기 바란다. 그리고 대본 펼쳐 확인해보기 바란다. 용기가 더 생기면 러시아작가들 구입해서 읽어보시고....
이제 대학 강의를 접는다. 페북을 통해서라도 내 수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한페이지를 작성하기 위해서 수십권의 책을 읽고 줄치고 검색한다. 허투루 작성하는 글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