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러시아 원본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에서 [벚꽃동산] 원본을 찾았다.
그리고 번역기 활용도 가능해졌다.
막히던 문장들을 긁어서 번역기에 넣어 해석을 요청하면 참 엉성한 답변으로 일관하지만 머 충분하다.
오랫동안 꼬메디아와 farce 그리고 몰리에르를 풀어오면서 터득한 통밥 실력이 빈 부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덕분에 몇 가지 비밀을 풀었다.
로빠힌 : 너 왜 그래, 두냐샤....
두냐샤 : 손이 떨려요. 기절할 것만 같아요.
로빠힌 : 너는 너무 연약해. 옷차림하고 머리 모양도 귀족 아가씨 같아. 그러면 안 돼. 자기가 누군지 알아야지.
중요한 건 문맥이다.
로빠힌의 첫 대사는 두냐샤의 옷차림과 머리모양을 보고 한 말이다. "너 그게 무슨 꼬라지야?"
다음 두냐샤 대사는 그냥 흥분된 자신의 감정상태고
다음 로빠힌 대사에서 '연약해'는 원어로 '섬세한'이라는 의민데 의역을 잘 해야할 것 같다. '사치스러워'가 여러 번역 중에는 제일 나은 것 같았다, 문맥상으로는.
정리하자면
로빠힌 : 두냐샤. 너 그 꼴이 뭐야?
두냐샤 : 손이 떨려요. 기절할 것만 같아요.
로빠힌 : 넌 너무 사치스러워. 옷차림하고 머리 모양이 귀족 아가씨 같잖아? 그럼 안 돼. 제 분수를 알아야지.
특히 2막 기차역을 향하던 행인 장면은...
거의 풀었는데 설명하고 증명하려면 A4용지로 3페이지는 넘겨야 할 거다.
중요한 사실!! "적선해 주세요"는 결코 아니다.
30코페이카는 결코 적선의 액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네프스까야가 준 금화는 무려 5루블이다.
쉽게 얘기해서 "3만원만 도와주세요." (여비에 대한 도움을 청했다고 봐야 한다. 집회에 가는 길이었다면)
했는데 라네프스까야는 마침 은화가 없다. 당시 최소 금화는 5루블이었다. 즉 50만원을 준 셈이다.
얼마나 놀랬을까? 행인도 놀랐겠지만, 특히 바랴는 미치고 팔딱 뛰었겠지, 기분이.
행인 퇴장하고. 칸 바꾸어서 '웃는다'라는 지문이 있다. 바랴 빼고 다 웃었다는 얘기다.
아마 행인의 놀라움에 대한 웃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해석은 조금 더 곰곰 생각해볼 참이다.)
이 행인 장면을 풀려고 무려 200시간을 투자했다.
소설과 희곡, 러시아역사, 러시아경제사 등 십수권을 체크했고, 백번 넘게 검색을 해댔다.
고르키의 [어머니]는 1902년 실제사건(소르모프 시위행진)이 모티브였고,
톨스토이의 [부활]은 1899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벚꽃동산]은 1902년에 집필했다.
우선은 30코페이카의 가치를 확인했고, 당시의 시대상 그리고 체홉의 가치관이나 성향으로 봤을 때, 행인은 결코 부랑자나 걸인이 될 수 없었다.
특히 단편소설 <골짜기>(1900)나 <약혼녀>(1903)만 읽어도 당시 체홉의 맘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사할린 여행 후 체홉은 분명히 달라졌다.
극좌진보성향의 고르끼가 체홉을 무지무지 인정했다는 것은 체홉이 하려던 그 무엇인가를 읽어냈다고 봐야한다. 톨스토이도 그걸 읽었을거고.
일반적으로 체홉을 읽기 힘든 이유는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씌운 교묘한 껍질 탓인데... 대부분 그 껍질을 벗기지 못했기 때문이라 본다.
행인이 낭독했던 대사는 네크라소프의 시 <정문에서의 명상>을 인용한 거다.
볼가강이여, 위대한 러시아의 강 위로
울려퍼지는 신음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신음 소리를 노래라고 하자
뱃사람들이 그물을 끌고 가는구나
레핀의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을 함 검색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