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빠힌 :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사왔죠. 그럼 저도 안 마시겠습니다. (야샤, 조심스럽게 쟁반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 야샤, 자네라도 마셔.
야샤 : 떠나는 분들을 위해! 남은 분들도 행복하시길! (마신다) 단언하지만 이 샴페인은 진짜가 아닙니다.
로빠힌 : 8루블 줬어. - 4막 앞부분 -
로빠힌 : 솔직히 저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지 모든게 이상합니다…… 만일 시간이 좀 더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럴 용의가 있어요…… 당장 매듭을 짓고 끝장을 내야겠지만 부인이 안 계시면 전 청혼을 못 할 것 같아요.
안드레예브나 :그럼, 좋아요. 그런 건 일분이면 돼요. 내가 지금 그 아일 부를 게요.
로빠힌 : 마침 샴페인이 있네요. (술잔을 쳐다본다) 누가 벌써 마셨는지 빈 잔이군. (야샤, 기침을 한다) 이런 걸 보고 날름 다 먹었다고 하는 거야…… - 4막 뒷부분 -
야샤(Яша)의 비행(非行)은 공연 내내 끊임없이 반복된다.
1막 처음 등장부터 두냐샤에게 행한 기습 포옹이라든지. 에피호도프나 피르스에 대한 멸시, 심지어는 라네프스까야의 오빠인 가예프에게 까지 비아냥거린다.
오늘 쓰려고 하는 얘기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라서 블로킹 그릴 때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현미경을 들이대 본 거다.
라네프스까야 : (자기 돈지갑을 살펴본다) 어젠 돈이 많았는데, 오늘은 아주 조금밖에 없네요. 불쌍한 우리 바랴는 절약한다고 모두에게 우유 수프를 먹이고 부엌 노인네들한테는 완두콩만 주는데 난 이렇게 실없이 돈을 낭비하고 있으니…… (돈지갑을 떨어뜨려 금화가 흩어진다) 아니, 흩어져버렸네…… (화가 나 있다)
야샤 : 당장 주워 드리겠습니다. (동전을 모은다)
-2막 중간-
몇분 후, 행인이 등장하고 바랴가 놀란 직후.
라네프스까야 : (망연자실해서) 가져가요…… 자 여기요…… (지갑을 뒤적인다) 은화가 없네…… 상관없어, 자 여기 금화에요…… -2막 중간-
다른 장면들은 다 차치하더라도 4막에서 샴페인을 몰래 야금야금 다 마셔버린 행동으로 미루어 체홉은 충분히 야샤에 대한 근거(손버릇)를 제시했다고 봐야 한다.
즉 라네프스까야가 2막에서 지갑을 떨구어 동전이 흩어졌을 때, 야샤가 그걸 모아서 라네프스까야에게 건네는데, 내가 야샤라면 100% 잔돈들은 챙긴다. ‘My pocket’ ^^
라네프스까야가 행인에게 잔돈을 주려하자, 갑자기 사라진 은화들 그리고 곧바로 금화 5루블을 주고 만다.
## 작품을 파고들면 들수록 체홉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
주제를 향한 집요함은 물론이고 작은 동작선까지 배려하는 치밀함을 공부하는 내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blocking이 작품의 주제를 강화시킬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배역을 맡은 연기자의 입장이라면 인물구축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야샤의 나쁜 행실은 거의 습관적이다. 체홉이 의도적으로 걸어논 장치라고 본다. 그의 버릇이 강렬하게 드러날수록 라네프스까야는 더욱 비참해질 테니까!
야샤 : (류보비 안드레예브나에게) 류보비 안드레예브나! 제발 제 청을 들어주세요! 만일 다시 파리로 가시게 되면 제발 저를 꼭 데려가 주세요. 전 정말 여기 남아있을 수가 없어요. (주위를 둘러보고 속삭인다) 뭐라고들 하든, 부인에게서도 보시다시피 무지한 곳인데다 사람들은 부도덕하고 따분하고 부엌에서는 형편없는 음식을 대접하고 게다가 저 피르스까지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뜻 모를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어요. 저를 제발 데려가 주세요! - 3막 -
그리고 결국 야샤는 빠리로 함께 간다. 관객은 알고 있다. 야샤의 비행(非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