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동산
[벚꽃동산] 1막을 러시아 원서로 함 훑어 보았다.
(원서의 문장이나 단어를 클릭하여 번역기에 넣거나 구글 검색창에 넣어 확인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 다섯가지 번역본과 영어본 하나를 참조했다.
먹먹하다. 틀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성의 문제다. 존댓말과 반말 혹은 계급간의 차이 정도는 고민해줬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의미가 옆으로 새면서 해석에 큰 문제들이 야기되었다. 먹먹하다.
참고하면 도움 될 원어개념
1. 흔히 "걸어 다니는 불행"으로 번역되곤 하는 에삐호도프의 별명은 "22살의 불행"이었다.
2. 'Mentone', '멘또나 부근의 별장' 즉 빠리로 이사하기 전 라네프스까야의 별장은 프랑스 남동부 이태리 접경지역의 휴향지였다. (지중해)
3. "기차에서 한 아낙네가 절보고 대머리나리라 부르더군요." 뜨로피모프의 대사다. 아낙네도 틀린 건 아니지만 '노파'로 번역해도 좋을 듯 싶었다.
해석에 영향을 끼칠 번역들
1. "쓸데없는 말 하지 마세요, 삼촌."
바랴가 가예프에게 하는 대사다. 과연 어른한테 '쓸데없는'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불필요한' '바람직하지 않은' '과도한'이란 의미의 형용산데....
2. "삼촌, 잠자코 잠자코 계시기만 하면 돼요." (아냐)
"삼촌은 잠자코 계시기만 하면 되요."(바랴)
세상에 아냐도 아냐지만 바랴가 어찌 감히 어른한테 잠자코라니! 원 뜻은 '침묵'이다. "침묵하시면 돼요"의 의미다. 예를 들어서 "삼가해 주세요"라든지 "말씀을 아끼세요" 정도여야 했다.
특히 바랴에 대한 오해가 심하다. 바랴는 집사다. 라네프스까야가 양딸로 삼았다고 해서 착각하나 보다. 법적으로 유산 상속자도 아닐 뿐더러 지위가 달라질 일도 없다. 그저 집사일 잘하라고 부추긴 거겠지.
그런 바랴가 귀족 어른에게 '쓸데없는' 혹은 '잠자코'라는 단어들을 쓸 수 있을까, 과연?
Бог с ней совсем!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둬요."(이주영번역)
"제기럴, 그냥 내버려 두세요." (장한번역)
"맘대로 하라고 해(해요)!" (김규종 박현섭번역)
"Bless the women" (더 클래식)
'어머니가 와 계시다'라는 바랴의 말에 대한 야샤의 대꾸다.
흔히 사용하는 문구같은데...
직역하면 "하나님이 그녀와 함께" 정도의 뜻이었다.
영어번역은 뭐 그런대로 연결이 되는데 우리 말 번역은 한쪽으로 완전 치우쳤다. 짜증내듯이 "맘대로 하라 그래요!"의 뉘앙슨데... 원문 내용으로 볼 때 훨씬 더 잔인하다. 완전 개무시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이건 러시아 유학생들이나 노어전공들의 도움이 절실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