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였던 안톤 체홉이 쓴 '곰'
매력적인 풍채에 예의바르고 재산도 꽤있고 총솜씨도 월등한 육군포병 중위 출신인 귀족 스미르노프는 1년에 만루블 정도의 수입이 있고 12명의 여자를 차고 9명의 여자에게 채일만큼 연애 경험도 꽤 된다.
상당한 미모에 매력까지 넘치는 젊은 미망인 뽀뽀바는 재산도 꽤 많고 자존심도 여느 귀족여자들과는 남다르다. 혹은 다르고 싶은가 보다.
스미르노프는 불과 1200루블의 은행이자 갚을 현금을 못 구한다. 빌려준 놈들이 하나같이 꽁무니를 내빼는 통에 당시 귀족에겐 상당한 치욕스런 일을 당할 판이다.
뽀뽀바는 7개월전에 남편이 죽었다. 사후 얼마되지 않아 죽은 남편이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자존심이 발동하여 역으로 정절을 더더욱 지키겠다고 맹세한다.
체면이 말도 안되게 구겨질 판인 스미르노프와 파티를 7개월이나 못간 안달 난 젊고 매력적인 뽀뽀바가 오늘 만났다.
오늘이 바로 극에 달한 바로 그 날인데......
체홉의 코미디는 이런 식이다.
관점을 놓치면 스미르노프는 애초에 흥분 잘하는 놈으로 보이고 뽀뽀바는 언뜻 고결하게 까지 보인다.
'곰'은 우리 말로 '개'에 가깝다.
러시아 귀족에게 치명적 욕설은 '무례하다' '무식하다' '예절이 없다' 등이다. '곰'은 이 모든 의미를 포함한 욕중의 욕이다.
이 단순하고 명확한 해석조차도 관점의 차이로 치부해버리고마는 많은 자존심쟁이들을 꽤 만났다. 주로 인문학적 사고로만 무장 된....
체홉은 의사고 과학자다. 관찰력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천재다. 한 문장이라도 일관성이 결여되면 스스로 의심을 해보아야만이 작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배우든 연출이든 천재의 작품을 꿰뚫는 훈련을 거치지 않는 한 고수가 될 수 없다.
내가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는 이유다. 뇌의 근력을 키우는 데는 인문학 능력을 겸비한 천재 과학자들의 서적을 탐독하는 일 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도킨스 /제라드 다이아몬드/ 칼 세이건/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이언 모리스/ 움베르트 에코/ 촘스키 등은 인문학자가 과학적 사고로 책을 쓴 천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