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의 비밀
# 3시간짜리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4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니나 등장부터 했거덩. 니나가 어떤 여잔지 설명하느라 진을 다 뺀거다.
## 마샤와 메드벤첸코, 뽈리나와 도른, 샤무라예프와 쏘린 등의 해석은 암만 넘쳐도 그닥 큰 문제 안생긴다. 허나... 니나, 꼬스짜, 아르까지나, 뜨리고린은 상황이 다르다.
섣불리 이해되면 밖에 나가서 어떤 연출을 만나든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발견한 상황들은 이때까지 공연되던 해석과 큰 차이가 난다. 심지어 러시아 공연들과도 그렇다.
니나가 말하는 "난 갈매기야"
"갈매기처럼 이 호수가 끌려"에서 니나가 갈매기라면 호수는 모스크바라고 읽어줘야 한다.
4막에서, 간다 하고선 다시 들어와서 하는 "난 갈매기야..... 그게 아냐, 배우야. 응, 그래."라는 대사가 있다.
니나는 자유롭고 싶었고, 그 꿈은 모스크바로 가야 이뤄지는 거였다. 니나의 바램이 과연 배우가 되는 거였을까? 배우는 모스크바로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건 아니었을까?
만일 니나가 엄마의 유산을 받았다면 구태여 배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뜨리고린을 꼬실 필요가 있었을까?
니나의 엄마는 니나를 너무나 잘 알았을 것이다. 엄만데.
유산주면 나이 차자마자 모스크바로 튀었을 년으로 판단한 거겠지. 더군다나 배우 하겠다고 잔뜩 꿈에 부푼 꼬맹이를 곱게 볼 부모는 없다. 특히 당시에는!
1막 대사에도 나오잖아. "호수 근처엔 보헤미안들이 있다고 하시며....내가 배우라도 될까봐 걱정이세요..."
니나가 유산을 받았다면 요즘 돈으로 수십억이었을거고, 배우 실패해도 충분히 즐겁게 살았겠지. 단지 부모들은 싫었겠지. 조현아가 연극한다고 깝치면 대한항공 가문에서 곱게 볼까? ㅠㅠ
대부분 연출들이 니나의 유산 문제를 간과한다. 거의 결정적인 단서인데도 불구하고.....
4막에서 니나는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고, 그녀가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배우밖에 없다. 가출하고는 뜨리고린이 당연 먹여살렸을 거고, 차인 후이건 전이건 애기가 죽었으니 경제적 지원은 완전 끊겼다고 봐야지.
"난 갈매기야"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어.
헌데 이건 바램일 뿐이겠지?
"그래...... 난 배우야. 응, 그래"
꼬스짜의 비밀은....
풀어줘도 해결하기가 만만찮다.
넘넘 해피해서 자살했다는 말이 납득될 리 없잖아?
니나의 아주 일부 비밀을 증명하는데도 3시간이 걸리는데....
꼬스짜를 증명하려면 호르몬과 뇌과학까지 동원해야 한다. 수십년을 비극이라 생각했던 사실을 뒤업는건데 쉽게 인정하겠어?
체홉은 의사였고 다행히도 과학적 현상을 교묘하게 대사 속에 심어 놓았다.
연기론 때문에 공부하는 진화생물학이지만 체홉의 비밀을 푸는데도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할 듯 싶다.
몇년간 은둔하려는 세번째 이유다.
린 마굴리스의 세포공생설은 1970년에 발표하고 십수년이 흐른 뒤에야 힘겹게 받아들여졌다. 현대과학이 그럴진대 문학 특히 연극은 훨 더 걸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지 머.
대략 5년간의 과제
1. 연기를 진화생물학으로 풀어낼 기초지식을 쌓아야 한다.
2. 수레무대 레퍼토리의 연습 및 훈련 프로그램을 매뉴얼로 완성시켜야 한다.
3. 체홉의 비밀을 이참에 완전 풀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