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첫 페이지
갈매기의 시작은 마샤와 메드벤첸코의 대화가 아니다.
망치소리와 콜록대는 기침소리를 동반한 무대 만들기의 분주함이 그 출발이어야 한다. 지문대로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4막 라스트가 형성된다. 일종의 복선인 셈이다. 강렬한 첫 장면은 좀체 잊혀지지 않기 마련이고 체홉은 그걸 분명히 계산했다.
메드벤첸코의 첫 대사
"당신은 왜 항상 검은 옷을 입고 계십니까?"는 두번째 장면이 시작되고도 잠시 후에 이뤄져야 한다.
마샤의 두리번거림 그리고 한숨 정도는 표현되고 나서야 그 대사가 들어와야 한다. 마샤의 맘속 꼬스짜에 관한 복선 정도는 깔아 주고 시작해야징~
마샤의 검정옷
마샤가 오늘 입은 옷은 소유하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이쁜 옷일 것이다.
주로 검정색 옷이 잘 어울리는데 오늘은 특히 제일 멋진 검정 드레스를 골랐다.
오늘은 넘넘 유명배우 아르까지나는 물론이고 스타작가 뜨리고린까지 참석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이의 첫작품을 관람하는 날인데.....
"이건 내 인생의 상복이에요. 난 불행해요."
꼬스짜로 가득 차 있는 맘을 이토록 시적으로 표현하다니!
물론 메드벤첸코가 눈치챘을 리는 없겠지.
메드벤첸코 입장에서는 검정옷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가려던 나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 간 셈이다.
"왜요? (생각에 잠겨)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메드벤첸코의 당황스런 심정을 읽어내야만 한다. 계획 수정하는 뇌 회전이 엿보여야만 한다.-
그리곤 늘 입에 달고 사는 돈 얘기와 자신의 불행에 대한 푸념을 늘어 놓는다.
루저들은 간간 이런 헛발짓을 저지른다. 동정받고 싶은 맘 머 그런 심리 있잖아? 헌데 여자들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 한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마샤는 메드벤첸코를 찬다. ㅠㅠ
가끔 눈에 콩깍지 낀 여자의 경우라면
남자가 루저같이 굴면 엄청난 모성애를 발휘하여 동정하고 위로하고 심지어는 안아주기까지 한다.
머 메드벤첸코는 그런 거 내심 바랬던 거 아닐까? ㅋㅋ -
메드벤첸코의 대사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고급스런 유머들로 연이어져야 한다. 여자의 맘을 살려면 당연 그래야지. 단지 마샤 맘속 남자를 눈치 못챈 거~~~~
마샤 역시 친절하고 예의있게 거절해야만 한다.
마샤는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샤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니나와 꼬스짜와의 삼각관계는 너무 싱겁게 끝나고 만다.
얽히고 섥힌 팽팽한 삼각관계들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속성의 적나라함이 이 작품의 포인트 아닌가?
이런 멜로가 고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ㅎㅎㅎ
체홉, 참 멋진 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