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제1막 체부띄낀의 선물!
이 장면은 무지 이뻐야한다. 감동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라스트가 형성된다.
은으로 제작된 사모바르를 든 군인과 함께 체부띄낀이 들어오자 '놀람과 불만의 떠들썩한 소리'
여기서 '놀람'은 당연히 비싼 선물이니 별 문제없는데, '불만의 떠들썩함'이 이해되느냐다.
한마디로 유머다. 너무 좋은 선물에 대한 반대 표현인 셈이지.
올가 :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모바르라니! 정말 지겨워! (홀의 식탁 쪽으로 퇴장)
이리나 : 이반 로마늬치, 뭐하시는거에요.
뚜젠바흐 : (웃는다) 내가 말했잖아요.
마샤 : 이반 로마늬치, 창피한 것도 모르시는군요.
세자매는 막내 이리나의 명명일 선물로 은사모바르를 해준 것에 대한 최고의 마음을 각자 표현한 것이다. 불만의 강도가 리얼하고 강할수록 감사의 표현이 크게 작용한다.
체부띄낀 : 사랑스럽고 소중한 너희들은, 내게 하나밖에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들이야. 곧 내 나이 예순인데다, 난 늙고, 고독하고, 쓸모 없는 늙은이지. 너희들을 사랑하는 것이 내 유일한 낙이고, 너희들이 없었다면, 난 오래 전에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 (이리나에게) 사랑스러운 이리나, 난 네가 태어날 때부터 널 지켜 보았고... 안아도 주었고.... 그리고 난 돌아가신 너의 어머니를 사랑했었다...
이리나 : 왜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하셨어요!
체부띄낀 : (눈물을 글썽이며, 화가 나서) 비싼 선물... 아니, 너, 정말! (쫄병에게) 사모바르를 저리 가져가. (흉내를 낸다) 비싼 선물....
체부띄낀이 눈물을 글썽인 건 돌아가신 세자매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회한이라고 봐야지. 그 겸연쩍은 감정을 곧바로 화로 바꾸는 재치는 정말 절묘하다. "비싸다니! 내가 네 명명일에 이깟 300만원짜리 사모바르 정도도 못해줄 것 같니? 비싸다니!!!!"
우리네 정서와 유머가 다를 바 없다.
"저리 가져가!" ㅋㅋㅋ
사모바르는 어차피 홀에 갖다 놓아야 할 물건이었다. ^^
이 장면은 관객들에 강렬하게 꽂히게 된다.
라스트에 이리나와 결혼을 약속했던 뚜젠바흐는 결투로 목숨을 잃고 마샤의 애인도 떠나고 모스크바로 가려던 계획은 안드레이의 노름빚으로 무산된다. 군인들이 다른 도시로 떠난다는 것은 귀족들인 장교들도 모두 떠난다는 얘기다. 심지어 군의관인 체부띄낀 마저....
체부띄낀은 라스트의 세자매 대사와 함께 하지만, 그가 내일 이 도시를 떠난다는 사실은 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