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종류의 배우가 있다.
후진 배우, 보통 배우, 좋은 배우, 남다른 배우!!!
[벚꽃동산] 연습 중 Blocking을 긋는 날이다 치자.
1막에서 라네프스까야 일행이 기차역에서 마차를 타고 막 벚꽃동산 저택으로 도착한 장면이다.
보통배우는
들뜨고/ 반갑고/ 춥고/ 어떤 짐을 어떻게 들고/ 어떤 발걸음으로/ 누구와 함께/ 등등의 자기 포지션과 상태를 계산 할 것이다.
반면 좋은 배우는
들뜬 상태나 수위를/ 추운 정도를/ 짐의 무게를 대신할 소품 선택을/ 공연 때 입을 의상을 염두에 두고/ 함께 가는 이와 어떤 얘기를 나누면서/ 따위를 세밀하게 연구한다.
남다른 배우는
이러한 분위기를 완성해내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내가 아니라 전체를 본다.
숲을 볼 줄 아는 배우가 되어라.
배우는 반드시 스텝이나 연출 경험을 해봐야 한다.
배우만 한 연기자는
무대에 서 있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조명의 위치를 자주 벗어나곤 한다.
쓸데없는 행동으로 발란스를 깬다.
다들 약속된 보름달 보는 장면에서 지만 옆쪽 조명기에 시선을 보낸다.
스텝이나 연출 경험이 전혀 없는 배우들이 흔히 저지르는 경우수들이다.
일전에 한 배우가 이런 말을 했다. "배우는 연기에만 몰두해야 한다" 고...
... 때릴려고 했다.
혹여나 그런 말을 하는 선배나 선생이 있다면 개무시해도 좋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스텝을 해보거나 중고생 프로그램이라도 좋으니 연출 경험을 반드시 해보거라" 이런 말을 해주는 선생이 진짜다.
예를 들어 음향이나 조명 오퍼를 한다고 치자.
공연기간 내내 연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오류들을 저지르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무대작업이나 의상 소품 제작에 참여했다고 치자.
배우들이 얼마나 멍청하게 위치하고, 건조한 business로 일관하는지, 의상하고 맞지않는 걸음걸이를 구사하는지 등을 새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연출은 훨씬 더 많은 관점들을 터득하게 되겠지.
숲을 보는 배우가 남다른 배우다.
최민식 박신양 류승룡 김윤석 송강호 설경구 황정민 이병헌 전도연 나문희 진선규는 모두 남다른 배우의 길을 걸었다고 봐도 된다. 이들은 작품 전체를 꿰뚫는 작품읽기에 능숙한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오달수 유해진 성동일 이성민 조진웅 고창석 조재윤... 이 배우분들 다 스텝했다. 꽤 젊은 배우에 속하는 유연석도 세종대시절 <보이체크> 조명오퍼를 하면서 내게 사사받았으니까.
스타가 되고 싶은가? 연출공부해라.
연출을 하라는 게 아니다. 연출처럼 공부하란 얘기다.
상대방 대사를 못 외우는 배우는 보통배우 수준도 못된다.
대본들고 Blocking에 임하는 배우도 당근 후진배우다.
연습 중반 즈음 대체소품 없이 연습에 임하는 배우도 역시 마찬가지다.
연출 입장에서 보면 이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배우의 경우들이다.
연출이 선호하는 배우는 '이 장면이 뭘 얘기하는지'를 깊게 이해하는 자들이다.
장면의 목표를 모르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될 리 없다. 분석은 공부하는 게 아니라 적용시키기 위한 필수 과제다.
탁월한 분석 능력없이 남다른 배우가 될 확률은 제로다.
또다시 강렬하고 직설적인 글을 써대고 있다.
이런 내가 스스로 오만하다 느껴지는 건 분명하지만 이렇게라도 퍼붓지 않으면....
(부디 저승에서 진기한변호사가 날 담당하길 바라며 *~* )
- 웹툰 <신과 함께>를 보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팍팍 드는데도 불구하고 난 왜케 모진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