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통일 : Unity
연극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인다. 살아온 환경도 가지가지고 출신학교도 서로 다르다. 세대도 다르고 능력도 제각각이다. 매번 언어를 맞춰야 한다. 연극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보다 Teaching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고도 Unity는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내가 극단을 학교처럼 운영하는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 극단들도 결국은 Unity를 목표로 삼기 마련이다. 언어만 통일되면 속도는 마구 붙는다. 5년도 걸리고 10년도 걸리지만 프로그램이 항상 이어지고, 밤새울 연습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는 사실을.... 꼭 끌려가는 삶을 인지하고나서야 깨닫는다.
Teaching/Coaching
Teaching의 한계는 배우들이 이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납득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몸에 붙히기(원리터득)가 문제겠지. 애매한 기간에 극단을 떠나고 이후 한순간에 또다시 이전의 나쁜 습관으로 되돌아가는 현상들을 목격한다. 이 현상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뇌과학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물론 행동경제학이나 진화학도 한몫했다.
원리를 터득하게 만드는 일은 티칭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효율적인 Coaching 능력을 배가시켜야만 했다. 코칭은 기다림을 담보로 삼아야 한다. 지리한 기다림이 배제된 코칭은 결국 티칭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나마 극단시스템은 기다림이 존재하는 반면 프러덕션시스템은 얄짤없다.
나한테 익숙한 걸 가르치는 게 티칭이고,
당사자의 장점을 향상시키는 게 코칭이다.
대한민국 연극영화학과
한 교수가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한다. 헌데 교수들의 교육방식이 서로 다르다.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편한 용어와 개념들만을 캐치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연기는 뚫는 거지 지식처럼 쌓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순간 잘해봐야 몸에 붙지 않았다면 껍데기만 기억된다. 스스로 터득한게 아니라 자극에 의해 형성된 짧은 기억 즉 해마에 기록된 단기기억에 불과하다. 네이처가 입력된 게 아니라 어미를 올린다든지 화를 낸다든지 말을 빠르게 했다 등의 껍데기 현상만 기억에 저장된다. 뇌의 속성이다.
향후 또다시 새롭게 반복해야 하고 조급해짐에 따라 점점 더 얕은 기술만을 강화시킨다. 오디션에 자꾸 떨어지는 이유다.
강력한 한 교수가 큰 프레임을 짜고, 통일된 결과를 위한 커리큘럼을 짜고 과목에 적절한 교수들을 유효적절히 배치한다면 혹 몰라도....
한국의 대학실정은 대부분이 경쟁구도이거나 번갈아 가면서 학과장을 맡기에 그리 녹록치 않다.
진짜 배우가 되려면...
극단이 제일 효과적이다. 물론 그 단체에 수준높은 연출이 존재하거나 그와 언어가 통일된 선배배우들의 적당수가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
상업연극을 제작하는 프로덕션은 오디션보다는 현장에서 확인된 배우를 선호한다. 결국 눈에 띠는 실력과 매력 등을 겸비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오디션장을 떠돌아야 한다는 얘기다.
만일 극단시스템 같은 구속이 싫다면...
스스로 공부하면 된다. 연기책 100권 읽어봐야 효율적이지 않다. 오히려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낫다. 호모사피언스의 진화과정과 뇌 관련책 100권을 탐독하는 게 훨 효율적이란 얘기다.
아니면 엘리트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수백번 반복해서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요한 건 관점이다. 예를 들어, 드니로가 이 장면에서 어떤 계획을 세웠고, 어떤 전략을 짰으며, 해결하기 위해 어떤 훈련을 했을까? 따위다.
대부분 수십번 실행하다 만다. 난 분명히 수백번이라 말했고 백권을 탐독(!!)하라 말했다. 그러나 인간의 속성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쉽사리 타협하기 일쑤다.
그 정도 실천력이 없다면 극단 들어가서 10년동안 내리 파라. 버텨서 주인공 꿰어 차고 수없이 무대에 오르다보면 방송기회도 오고 넷플릭스와 만나기도 한다. 소확행을 바란다면 배우하면 안된다. 연기는 투자대비 얻을 수 있는 그런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당히 투자하고 적당히 누리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색도 많이 하고, 공연도 많이 보고, 기성배우들과의 술자리도 자주 가져라. 자신하고 맞는 극단이 분명 생길 거다. 하지만 극단 역시 경제성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버틸 수 있는 돈 벌고나서 들어가거나, 극단 스케쥴 방해하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미리 만들어 놓거나!! 생각보다 많다. 머 물론 유튜버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일 확률이 높지만... 공연 비수기 때 왕창 돈 벌 수 있는 도배나 타일기술자격을 따놓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진짜 고수는....
방송 한두번 들어왔다고 오만해지는 배우나
타극단에서 캐스팅 제의 들어왔다고 덥썩 무는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
자신의 능력으로 극단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는 배우가 진짜 배우 아닐까? 어마무시한 능력의 소유자인 셈이지. 이런 배우가 진짜 고수다!!!
이 글은 내 얘기만은 아니다. 근래 많은 후배들과 제자들과의 톡질, 통화 등을 통해 파악한 팬데믹 현황에 대해 고민하다하다 올리는 글이다.
자연재해 따위로 꿈을 접어야하는 현실도 싫고, 쉽게 판단내리는 어리숙한 배우들의 철학부재도 아쉽고, 미래를 공부 안하는 청년들의 게으름도 눈에 밟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