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를 할 때 문장의 어미들이 왜 일정해질까?
말을 할 때 어미는 반드시 변한다. 결코 일정해질 수가 없다. 조금만 신경쓰고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헌데 대사를 할 때는 왜 일정해질까?
인간은 거짓말을 하도록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기는 계산된 거짓이기에 뇌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다. "거짓말 하지마!"
어미가 일정해지거나, 전체적인 톤이 낮아지거나, 잔뜩 힘들어간 채로 변화없이 소리만 내지르는 현상 등이 반복되는 이유다.
우리는 최민식의 연기를 보고 간간 감탄을 한다.
그가 편하게 연기 한다고 믿어지는가?
"진짜같다"고 여겨지기 때문일텐데 연기하는 당사자는 결코 편할 리 없다.
연인이 아닌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면서 하는 감정연기가 진실이라면 카메라의 렌즈를 사랑한다는 결론이 나와야 할 것이다. 카메라의 렌즈를 보지만 앞에 연인의 얼굴을 본다 상상하고 초집중하여 진실에 가깝게 연기를 할 따름이다.
사실 무지 불편하다. 렌즈를 보며 사랑을 표현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리 없잖은가?
더군다나 그 연인 배역 역시 또다른 배우일 뿐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진짜처럼 여겨지게 말을 해대야 한다.
불편한 걸 좋아할 인간의 본능은 없다. 그걸 처절하게 이겨내고 관객으로 하여금 확고하게 믿게끔 만드는 게 배우의 삶이다.
사실 연기훈련은 뇌훈련이다.
거짓말하면 민망하게 만드는 인간의 진화과정을 떨쳐내야 하는 치밀하고도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뇌훈련이다.
대사를 연습하는 게 아니라 뇌를 속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연기용어로 말하자면 몸을 속이는 훈련을 하라는 거다.
흔히 뇌신경 과학자들이 말하는 뉴런 고속도로를 뚫는 훈련이 필요한 게다.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여겨질 뇌신경 고속도로들을 틈나는대로 뚫어놔야 한다는 얘기다.
이걸 심리학자들은 '의식적인 연습' 즉 'deliberate practice'라 말한다.
ps. 이번 글 역시 어려운 글이 된 것 같지만... 연기가 좀체 늘지 않는다는 후배나 제자들에게 관점을 좀 바꿔보라는 취지로 쓴 글이니 이해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