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x
대사를 진짜 말처럼 구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언쟁이나 분노가 극에 다다를 즈음의 장면이라면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배우의 입장도 그렇고 연출 역시 마찬가지다.
힘이 잔뜩 들어가기(tension) 마련이고, 때문에 물결치듯 일렁이어야 할 감정의 변화는 좀체 기대하기 힘들다. 감정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이야기가 쌓이지 않는다는 뜻이고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참 견디기 힘든 장면일 거다.
Relax한 상태로 힘 있게 대사하려면 대체 어떤 연습을 시켜야 하나?
Relax, 그러나 힘이 넘쳐야 하는 장면들
<리어왕>의 태풍scene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와 비프의 피 말리는 언쟁
<유리동물원>에서 아만다와 톰의 치열한 공방전
<시련> 3막 소녀들의 광란
<갈매기>에서 아르까지나가 뜨리고린에게 퍼붓는 맹폭
등등등…
독백이든 대화든 Relax한 상태에서 힘 있게 분출되어야 할 장면들이다. 엄격히 얘기하자면 Tension과 Relax가 교차하는 과정이지만 일반적으로 Tension된 상태로 일관되기 십상이다.
기성 배우들이야 산전수전 겪으면서 어케든 터득을 했겠지만 경험이 일천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런 순간들이다. 적절한 훈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비슷하게도 구사하기 힘든 장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습방법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
나 역시 오랜 극단 운영과정에서 참 힘겹게 반복되던 과정이었기에 오만가지 술수를 다 써봤으리라. 그 중에 비교적 효과가 컸던 훈련 방법 하나를 제시해볼까 한다.
1. 반드시 상대방 대사까지 함께 외우게 한다.
2. 미리 준비 못하게, 장면 대사의 중간을 툭 던져, 제시된 대사부터 진행되게끔 만든다.
3. 더블 캐스팅일 경우, 두 팀을 동시에 붙게 만든다.
4. 초기에는 실제 배우들의 관계대로 주고받기를 시킨다. 어미가 충분히 살아 있을 때 즈음 원 대사로 복귀시킨다.
내가 자주 사용한 연습방법이었는데 효과가 솔찬히 크다. 어찌 보면 훈련과정에 가까운 연습 방법이다. 연출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과감하게 연기를 구사할 수 있게끔 아이디어를 내서 훈련시켜줄 의무도 있다고 본다.
입맛에 맞는 배우를 못 구한다면 훈련시켜서라도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