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던지기, 버티기, 책임지기 그리고 의지 가지기
" 대사가 '말'이 되게 하려면 첫 대사는 툭 던져야 한다. 물론 상대에게 말이다.
그 다음 버티기에 들어 간다. 2초든 3초든 버텨봐라. 무지 땐땐하다.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다음 대사 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단순명확한 내용이, 이해되기란 정말 쉽잖다. 특히 '몸으로 기억하기'는 징글맞을 정도다. 하지만 대사가 '말'이 되려면 이 과정을 일정 기간 거쳐야만 한다. 안 그러면 대부분 대사는 대사로 표현될 뿐이다.
어렵게 어렵게, 버티고 책임지는 과정을 얼추 성사시켜내도 '의지 가지기'에서 또다시 빈점을 드러낸다.
어미가 약간 미흡하게 끝난다던지 문장 중의 emphasis가 시원찮은 경우다.
연기는 'nature'의 모방이다.
사람은 말을 할 때 준비를 하지 않는다. 생각나서 입을 떼는 순간은 툭 던져지게 마련이다. 독특한 속도감이 성공여부를 결정짓는데, 평상시 말할 땐 너무나 당연한 변화무쌍한 속도감이 대사할 때는 여지없이 일정해진다.
버티기란? 말을 할 때 흔히 발생하는 pause에 대한 모방인데, 대사할 땐 의식적으로 버텨야 생성된다. 다음 대사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지키려 들지 않으면 대부분 0.7초나 0.9초 내에 습관적으로 다음 대사를 내뱉고 만다. 또 다른 의미로 일정해지는 셈이다. (물론 매 문장 pause 가지란 얘기는 아니다)
평상시 말이야 pause 후 당연히 책임지기 마련이지만 대사의 경우엔 적당히 인토네이션만 흉내낸다. 책임지지 못한 경우들이다.
겨우겨우 말에 가까이 접근했다해도 여지없이 문장의 끝선 즉 어미부분이 헐렁하다. 의지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뇌란 놈은 워낙 교묘해서 진짜를 더럽게 싫어한다. 다시 말하면 거짓말하는 게 싫어서 쪼를 만들거나, 중간음을 쓰게 하거나, 톤을 낮추거나, 일정하게 만들어 버린다. 진짜 말은 정확히 그 반대다.
평상시 말에 쪼가 있을 리 있겠는가? 일정할 리가 있겠는가? 중간음이나 시종일관 톤을 낮출 리도 없다.
연극은 드라마의 압축이기 때문에 다운될 경우수가 거의 없다. 어떤 대사든 힘차게 리듬있게 상대방과 관객을 흔들게 되어 있다.
관객이 감동받는다는 건 관객을 확실하게 속였다는 얘기다. 속였다는 건 nature에 거의 가깝게 접근했다는 말인데...... 그게 연기다.
- 이 글은 레슨 친구들과 가천대 워크샾 <할 수 없이 의사가 되어> 팀들에게 주는 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