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무대의 ‘시집가는 날'
(서울=聯合) 젊은 극단 수레무대가 합숙훈련 끝에 `수레무대의 시집가는 날'(∼10월 15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을 공연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진지한 연극작업의 한 과정으로 합숙훈련을 고집하는 이 극단의 방법론이 공연성과와 함께 연극가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92년 10월 창단한 이 극단은 93년 9월 `스카펭의 간계'로 창단공연을 가진 이래 1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대학로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연극 전공의 20대 후반 젊은이 9명은 올해 1월초 지리산 자락의 남강 변(경남 함안군 법수면 백산리 새동네)에 비닐하우스 연습장과 야외무대를 마련하고, 오영진 作의 `시집가는 날'에 대한 합숙연습에 들어갔다. 단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 붙이고 세운 실내연습장인 비닐하우스의 비닐이 강바람에 찢겨나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으면 다시 짓고 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이들은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간간이 부산, 진해, 진주 등으로 나와 모두 4차례의 옥내외 공연을 한 기간을 제외하면 5월 28일 철수할 때까지 실제로 단원들이 숙식을 함께 하며 연습을 한 합숙기간은 모두 4개월. 철수 이후에도 이들은 서울공연에 필요한 제작비 1천2백만원 가운데 모자라는 4백50만원을 남자 단원들은 부산의 아파트공사장 등에서 잡역부로, 여자 단원들은 카페의 아르바이트로 2달동안 일해서 손수 조달했다.
오영진(1916∼1974)의 대표작 `시집가는 날'은 돈으로 벼슬을 산 맹진사가 명문대가 김판서 집안과 혼사를 맺으려다 사위가 될 김미언이 절름발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딸 갑분이 대신에 몸종 입분이를 시집보낸다는 줄거리의 작품.
수레무대는 단원들의 연기훈련을 위해 한 작품을 놓고 공연 때마다 출연자의 역을 바꾸고, 또 연출의 해석을 달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부산공연에서 입분이 역을 맡았던 단원이 진주공연에서는 갑분이로 나오거나, 부산에서 사실주의적인 해석으로 공연했다면 다음 진해에서는 실험극적인 관점으로 무대에 올리는 방법을 통해 단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번 서울공연은 몸종 입분이의 꿈과 현실이 엇갈리는 이야기의 틀 속에서 입분이를 사랑하는 하인 삼돌이의 시각을 부각시키고 있다. 합숙훈련을 했던 남강 변에서 베어온 대나무로 꾸민 무대장치와 부산여대 작곡과 석사과정에 있는 이승임씨의 현대적인 음악이 역사물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거부하고 있다. 무대 오른쪽.왼쪽을 폭넓게 이용하는 연출자의 무대공간에 대한 배려와 무려 30여개의 역을 소화해 내는 배우 9명의 저력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야외무대의 연기패턴에 길들여진 연기자들이 소극장무대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옥에 티로 남는다.
이 극단을 이끌고 있는 연출가 김태용씨는 "지금의 대학로 연극에서 젊은 연극인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반성으로 합숙훈련에 의한 연극공연방식을 선택했다"면서 "원시적이라고 여길지는 모르지만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연극에 대한 열정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합숙훈련에 의한 공연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권동환 안혁모 최린 윤희균 진남수 김정은 등 출연. 공연시간 화.수.목 오후 7시 30분. 금.토.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월요일은 공연 없음) 문의 (741) 3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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