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란 nature에 대한 모방이다.
자연스럽거나 진짜같거나 진실될 때 연기 잘한단 소릴 듣는다.
문제는 '스럽다', '**같다'라는 '처럼개념'에 대한 오해에 있다. 어차피 연기는 진실 그 자체일 수는 없다하지만 진실로 여겨질려면 '스럽다' 수준은 넘어 서야 한다.
거짓말 현상을 곰곰히 생각해보라.
어느 누구가 들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겠는가? 들키는 거짓이 있다면 그게 바로 연기 못하는 경우인 셈이다.
연기가 예술이 된 시점은 고작 4000년 남짓, 리얼리즘은 고작 130년 남짓, 한국의 경우 고작 50년 남짓. (호모사피언스는 10~20만년 전, 직립원인으로는 대략 800만년 전)
인간에게 있어 '진실되게 얘기하는 양식이 예술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유전자에 입력되기에는 턱도 없이 짧은 기간이다.
이제 우리(연기자)는 진실이 아닌 얘기를 진실로 얘기해도 쇠고랑을 차지 않을 거라는 놀랄만한 사실을 뇌에 각인시켜야만 한다. 이 프로그램을 결국 유전자(DNA)에까지 입력시켜야 한다. 그래야 진짜 '배우'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한다. 그리고는 계속 '**같이', '**처럼' 연기하면서 로또를 꿈꾼다. 계속해서 들키면서!
철저하게 '진실의 문법'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말할 때, 다음 단어나 문장을 과연 예상이나 할까? 사실 안한다. 거의 본능적으로 튀어나오고 본능적으로 조합한다. 마치 그 복잡한 '걷기'처럼! (물리학적으로 걷는 걸 설명하려면 거의 책 한 권 분량의 설명이 필요하다)
외웠으니 다음 대사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연기자는 다음 대사를 몰라야 한다. 끊임없이 그 순간에 떠 올라야 한다. 이게 '진실의 문법'의 한 예이다. 엄청난 연구와 연습을 담보로 삼아야 터득될 기술이다.
그런 문법을 구사하는 연기자들이 적지 않으니 맘 굳게 먹으면 결국은 터득 가능한 기술이다.
한 예를 들었을 뿐이다.
배우는 '말'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감정표현, 움직임, 인물구축은 물론이고, 춤, 노래도 어느 정도 수위는 넘어줘야 한다. 게다가 '매력'까지 갖춰야 한다.
"질문을 멈추지 않아야 하고 가난과 외로움 따윈 당연해야 하고 틀리는 걸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이러 저러 결국 '배우'가 되고 나면, 매력은 물론이고 '진실의 문법'은 내 몸 속에 이미 입력되어 있을 것이다.
매력덩어리 류승룡이나 박신양이도 20대땐 그저 미래가 불안했던 꿈쟁이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