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다' '황당하다' '기가 막히다' 따위의 감정들은 대부분 포지티브하다.
변연계의 '편도체'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 때, 자극되면서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아드레날린 등의 공격형 호르몬을 분출한다. 물론 도망쳐야겠다는 판단이 들 때도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있는 힘껏 공격하거나 달아나거나 해서 목숨을 건사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포지티브해야 한다.
네가티브한 감정들은 주로 세로토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수위가 낮아지면 슬프거나 우울한 기분이 든다. 반면 수위가 많이 높으면 흥분이 극에 달해 미쳐 버리게 만드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ㅋ
당혹스럽거나 황당하거나 기가 막힐 때는 일단 방어나 공격 모드를 취하게 되므로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포지티브하기 마련인데....
대부분 연기초짜들은 세로토닌이라는 마약을 이용하여 슬프거나 암울하게 표현한다. 그리고는 큰 변화없이 계속 울고 짠다.
당혹스러워도 울고, 당황해도 울고, 기가 막혀도 운다.
## 모노 톤으로 일관하는 연기
아침 드라마를 간혹 보게 될 경우가 생기는데,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일전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첨부터 끝까지 화만 낸다. 잔뜩 힘 주고 목에 핏줄을 세우고 5분이고 10분이고 똥만 싼다. 혹시해서 기다려보지만 사건 종료 후에도 같은 감정이다.
당혹스러워도 화를 내고, 당황해도 화를 내고, 기가 막혀도 화를 낸다.
방송이나 영화는 편집과정에 이런저런 조작이라도 가능하지만 연극에서의 모노 톤은 정말 고역이다.
### 해결책은 단 한가지다.
대사가 '말'로 인식되면 무조건 해결된다.
이야기가 쌓이지 않는 건 시나리오나 연출의 몫이기도 하지만 장면 장면에서의 답답함은 무조건 배우들 몫이다.
좋은 배우들은 '말'을 한다.
말은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 말이 아니라 연속해서 쌓여나가는 과정을 통털어서 하는 얘기다.
임창정은 두세마디 지나면 반복되고
김현중은 변화가 거의 없고
하정우는 7문장쯤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황정민과 이병헌은 거의 변화를 가지고
최민식은 변화도 변화지만 작품마다 변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끊어가며 찍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계산이 유별나게 치밀해야 한다. 호흡의 변화까지 꼼꼼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력있는 배우와 허울에 찬 배우 정도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보는 눈을 먼저 길러라.
그리고 몸으로 익혀라(뇌에 새로운 길을 내라).
1. 일단은 6문장 정도의 대사가 '말'이 되게 죽자살자 익혀라.
2. 익힌 대사로 한토시도 안 틀리고 누구에겐가 실제 하는 말처럼 떠벌려봐라.
3. 그리고 상대가 대사라고 여기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뒤쪽에서 걸리도록 계속 발전시켜라.
4. 십수번을 반복해라. (상상보다 훨씬 부끄럽다)
내 수업을 들은 제자들은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 거다. 대부분 하다 말았을테니!
이 글 읽고 심기일전해서 재도전하고 꼭 성공해내길 바란다. *~*
- 지금쯤 우울증에 빠져 도망갈 궁리만 해댈 그리운 my 제자들을 떠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