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8 05시41분10초
일종의 패닉 상태였다. 2007년 하반기가 그랬고 예상했던 2008년 상반기로 이어졌다.
패닉상태를 구태여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결국 인간들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빚만 지지 않는다면 당장 탈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2008년 지원금 현황의 추이에 따라 생겨날 변수를 앞질러 판단내리고 싶지 않았다. 아울러 함께 할 수레무대 사람들을 체크할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레무대는 빚을 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다. 지원의 대부분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말이다. 공연의뢰는 멈추지 않았고 지원에 비해 적은 액수이지만 단원들은 불만 없이 2중의 난관들을 흔쾌히 완수해 나간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서두는 <이슬람 수학자> 제작으로 문을 열었다. 결국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이 아웃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업의 진행은 멈출 수 없다. 계기성이 필요했던 작업이었기에 지원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사실이나 진짜 이유는 내년이나 후 내년쯤이면 파악되리라 믿는다. 물론 10년 후엔 이 작업의 시도가 확실하게 빛을 보겠지만.....
멀티의 시대를 예측했던 건 1990년대 초였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그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에 그 예측이 가능했다. 20년 앞을 내다보지 않고 2010년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때 분업의 시대가 잠시 지나갔다. 그 이유 한가운데에는 컴퓨터가 있다. 컴퓨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내는 기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컴퓨터는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정보의 양이 넘쳐흘러 이전에는 한 달 걸리던 일을 단 하루 만에 확인이 가능하다. 40넘은 중견의 회사원이 새벽에 영어 학원을 다니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헬스도 한다. 간간이 또 다른 전공의 석사학위 과정을 밟는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연기자가 연기만 잘하면 되지’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고 말 것이다. 춤도 잘 춰야 하지만 노래도 엔간히 불러야 한다. 이전엔 문학적 소양이면 충분했을 독서량에도 변화가 생긴다. 드라마는 다양해지고 연기의 폭도 그 만큼 넓어져야 한다. 무술도 능해야 하고 심지어는 와인에 대한 지식도 요구된다.
수레무대에서 단원들을 유학 보내는 일을 시도하는 이유가 궁금해야 한다. 결코 폼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이다. 단원들은 기술들을 공유할 것이고 그 기술들은 미래의 공연 형태를 판가름 할 것이다.
지금은 레벨에 대한 수준을 체크하는 단계이다. 여건이 주어지면 그 레벨들은 거미줄처럼 이어져 탄탄한 시스템으로 자리할 것이다. 해외공연이 일반화될 시점에 언어를 극복할 움직임 중심의 공연으로만은 한계를 느낄 것이다. 계획된 자막의 리듬이 공연의 질을 유지하게 만들 것이다. 그 리듬은 전문가의 손이 아닌 배우에 의한 작업으로 대체된다. 멀티의 효과가 빛을 발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이슬람 수학자>는 멀티 시대에 대한 초기단계이다. 5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니 이미 시작 단계는 넘었지만 이 단계 역시 초기라 판단한다. 10년 후에 보편화된다 해도 향후 20년은 족히 더 지속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로봇이 아이들을 돌보고 코끝을 자극시키는 요리공연형태가 자리 잡을 즈음이면 수레무대의 공연 형태는 상품의 가치와 작품성의 평가를 동시에 지니게 되리라 믿는다. 어찌 보면 긴 시간이긴 하지만 어느 날 70을 넘긴 내 모습을 보면서 2030년은 어느 순간에 책상머리에 놓인 달력의 숫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