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02 18시12분08초
통장의 잔고가 또 다시 바닥을 치고 있다. 1년 사이에 5명의 단원이 극단을 나갔고 4명의 단원이 복귀하거나 입단을 했다. 후내년 공연될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위한 천정이 높은 새 연습실을 추가로 얻었다. 내년에 유학 보낼 두 단원 중에 한 명은 영국의 Kigston대학에 합격을 했다. 나머지 한 명도 체코의 국립연극학교를 무난히 합격하리라 믿는다.
꿈을 이루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25년 전에 꾸었던 꿈들이었고 이후 계산에 계산을 거듭한 결과이다. 아직 25년은 더 지나야 꿈의 형태가 드러나게 될 것 같다. 내 생애에 이루어질 것 같기는 한데...이게 꿈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항상 최악의 경우만을 두고 계산해 왔다. 32살에 내 나이 10년을 과감하게 빼면서 난 22살의 삶으로 출발했고 14년이 지난 셈이다. 단 한번도 끈을 놓지 않은 덕에 수레무대의 과정은 예상만큼 자리를 잡았다. 이 후에 도래할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미 예상하고 있다. 나뿐 아니라 단원 누구도 매너리즘이라는 함정을 피해갈 수는 없다. 매너리즘...
꿈을 꾸어 놓고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난 어쩔 수 없었어"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냐?" 등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신들을 합리화하고 자신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모습이 바로 매너리즘의 전형이다.
인생은 모험이다. 특히 예술은 더할 나위가 없다. 지도에 나온 뱃길을 따라 봐야 창조는 요원하다. 콜럼부스의 뱃길을 연구해 봐야 한다. 동시에 슈바이처의 휴먼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취해야 한다. 길고 긴 여정에 대한 부담과 100% 이룰 자신감이 희석된다면 곧 바로 나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목표를 120%로 상향 조정하면 그만이다.
사실 37살에 암스텔담 고호미술관에서 중대한 판단을 이미 내렸다. "내 생애에는 이루어질 수 없구나"......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내 생애에 이루지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을 꾸려나가는데 수레무대가 무너질 일이 생길 수 있겠는가?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면서 문득 문득 드는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시 연습실을 구하고 유학을 약속한다. 힘들 땐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철학을 가지는 게 우선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특히 예술은 철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염두를 두어야 한다.
시간에 대한 인식, 창조에 대한 집요함 그리고 휴먼이 함께 한다면 뭔들 못이루겠는가?
3년에 되지 않으면 곧 바로 6년짜리 계획으로 도전하고, 새롭기 위해서는 남이 하는 정도는 무조건 다 해내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재산은 인간인데....내가 희생하는 게 무조건 남는 장사임을 철저하게 가슴 속 깊이 각인시켜야 한다.
"인간들은 반드시 배신을 하지만 또한 반드시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