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28 00시52분30초
100인 서명에 포함되어 있는 연극인입니다. 당시 이창동문광부장관의 편협스러운 인사 기사를 읽고 난 후였기에 그에 대한 경종의 의미로 100인 서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 철회에 대한 상황은 다음날 신문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저는 공정한 인사가 사안이었지 철회에는 동참할 수 없습니다.
관이나 공무원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실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일전에 한 세미나에서 물었습니다.
"연극제작이란 것이 1년이 걸리는 작업도 있고 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헌데 모든 지원제도는 1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거 일의 편의성 때문이지요?" "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편의성 혹은 효율성 때문에 예술작업의 기간이 모두 틀에 갇힌다면 어느 세월에 세계무대와 견줄 과정을 잉태할 수 있을런지요.
또 하나, 지원의 대다수가 Project 혹은 Production 개념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지원서를 작성하고 지원받으면 스텝및 연기자들을 섭외하고 연습에 들어갑니다. 설사 좋은 작품으로 공연되었다 해도 그 멤버로 또 다시 공연되기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이미 각자의 스케쥴들이 엉켜있게 되니까요. 즉, 레파토리 시스템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됩니다.
국내에 초청되는 국외의 완성작들은 거의 레파토리 시스템입니다. 그 원인은 극단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고자파드, 리투아니아, 태양극단 등이 모두 그런 케이스겠지요.
하나만 더 예를 들겠습니다. 소액다건 지원 방식입니다. 민원이 들어 온답니다. 민원 때문에 지원의 목표 혹은 철학을 잃고 있습니다. 지원은 공연단체 먹고 살라고 주는 게 아닙니다. 좋은 작품 만들라고 주는 것입니다. 많은 팀들이 턱도 없는 지원액(300만원 500만원 등)을 반려하고 있습니다. 그게 십수년간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혹여 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이 무산된다해도 현행 지원제도의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져야 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주장할 것입니다. 지원제도의 철학을 말입니다. 관이나 공무원이 아닌 예술인이라면 이 주장이 먹히지 않을까해서 문화예술위 설립을 찬성하는 입장에 섰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작극에 대한 지원의 비율이 번역극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십수년간 동안 과연 몇편의 고전성 가진 혹은 반복되어 공연되는 작품을 양산했는지요? 이 원인은 1년내 실행해야하는 기간문제와도 밀접합니다. 허나 때문에 많은 극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번안을 하거나 창작극을 고수한다는 사실도 한편으로 체크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입장들에 대해 어느 편이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없습니다. 찬성이냐 반대냐를 떠나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어느쪽 대안이 설득력을 가지느냐가 관건이겠지요.
극단 수레무대 대표 김태용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