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31 2003년 수레무대 단원들에게

관리자 0 2019.06.12 100

 

여전히 문제는 연극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문제이다.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또 누군가는 갈등을 겪을 것이다.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깊은 구렁텅이 속에서 헤매기도 하겠지. 사람들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여기다가 단원 중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들기도 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하지. 인간사 머 그런거지 하고 자위도 하고 반대로 확신도 하고 그러겠지.

 

연극한다고 모여서 이런저런 인간사에 매이는 일로 1년이 다 간다.

2003년이 시작된다. 모두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다. 그 한 살이 어찌 그리 크게 여겨지는지 미래가 자꾸 불확실하게 느껴진다. 어쩔거나.

 

새 식구들이 몇 늘었다. 그들 역시 수레무대 10년의 그 시기와 그 과정을 어찌 겪지 않을소냐. 모두가 겪을 일이라면 예상을 하고 살아야지. 나도 그 함정에 빠질 것이고 혹은 빠져 있을 것이고 혹시나 빠지지 않았다면 그것이 이상하다고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연기란 워낙 뜨거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헌데 연기는 차가움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뤄질 수가 없다. 차가움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것의 원리를 찾아내는 일 중에 얻어진다. 차가움은 낯선 일이다. 얻을려고 노력하는 만큼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스트레스는 곧 뜨거움으로 전이되어 감상에 빠져들게 된다.

 

차가움은 낯설다. 낯선 일은 항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그러니 연기가 는다던지 원리를 깨닫는 일에는 반드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간혹 일시적으로 뿌듯함을 느끼겠지. 머 그런 순간 조차없다면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스트레스를 이겨내려고 하기보다는 스트레스의 존재성을 인정하기 바란다. 잠을 자지 않으면 피곤하듯이 몇끼 굶으면 배고프듯이 머 그렇게 당연하게 다가오고 사라지는 게 바로 스트레스이다.

 

외롭다. 짜증난다. 불확실하다. 답답하다....이 모두 스트레스의 산물이다.

 

뇌를 혹사하라는 말을 한다. 물론 은유적 표현이다.

익숙하지 않던 일에 대해 뇌를 사용하면 신체는 반드시 거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 단축의 의미를 깨닫는다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동시에 결과물들이 고급스러워지고 그 가치에 스스로 감동을 받게된다. 내 경우 머 그렇게 20년을 버텨온 것 같으다.

 

타고났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열심히 해서 얻은 경우보다 사실은 더더욱 기뻤던 것 같다.

 

뇌의 혹사론은 이런 의미이다.

타고난 것으로 여겨지는 결과물은 역시 인식의 문제이고 집중의 결과이고 차가움의 결정판들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2003년 봄 그리고 여름 그리고 가을만 목표로 삼아도 스스로의 변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민이의 속도가 멈추지 않는다면, 병은이와 경진이의 그 경쾌한 움직임이 소리로 연결되어진다면, 성우의 재치가 깊이로 연결된다면, 욱이의 소리가 뻥 뚫린다면, 은아의 딕션에 힘이 가해진다면...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니?

 

동곤이의 그 집중과 현란함이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락희가 이름에 걸맞는 연기를 해내고, 인호의 팬보드가 가득 메워진다.

 

은진의 가능성이 실재로 드러나고, 인선의 변화에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을 가진다. 효한이가 저런 자질이 있었나? 지현의 휴학은 정녕 탁월한 선택이었고, 종원이는 연기자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간다.

 

머 이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1000시간을 어찌어찌 보내면 될 일인데. 하루 열시간을 100일 동안만 이겨내면 될 일인데. 하루 24시간 중에 반을 연극하는 일로 보내면 될 일인데.

 

혼자서는 1000시간이 큰 의미가 없지만 함께라면 그건 이미 만시간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 내가 이 작업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다.

 

길고 지루하고 일부 아부성 발언들을 읽어 내느라 고생하신 수레무대 단원들이여!

 

나의 이 무모하고 망상에 가득찬 미래설계가 결코 꿈으로 마감되지 않게 한번 빡세게 밀어주게. 나 역시 1년 동안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이.

 

 

.......20021231......수레무대 김태용 드림

 

2002/12/31 08073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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