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2일이면 이 곳 동자동 연습실에 든 지 어언 4년이 된다.
보증금1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을 꼬박 지불하며 보낸 4년.
처음엔 100만원이면 가능했던 극단운영비도 이젠 1000만원대가 넘었다.
넓힐 것인가 줄일 것인가
이런 날이 언젠가 오리라 생각하고 작년 말부터 뼈빠지게 작품에 투자하고 기획에 게을리 하지 않았건만 결국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다시금 도래할 멋진 공간의 확보를 위해 한껏 허리띠를 졸라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어느 수준으로 줄이느냐가 문제이다.
1년 공연 수입으로 1억을 넘지 못하는 현재의 극단 상황에서 한달에 1000만원은 역시 무리가 아닌가 싶다. 내가 돈을 번다해도 그 시간만큼 작품에 대한 열정이 빼앗기니 그 역시 더 큰 문제가 된다.
공간의 중요성을 수없이 되내어 왔지만 겪기 전에는 정녕 깨닫기 어려운가 보다. 단원들이 과연 일반적인 대학로 개념의 연극 방식을 1년 이상 버텨낼 수 있을까?
줄일려면 한달에 500만원 이하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대부분 단원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있는 도서관 의상실 인형제작실 숙소 등의 부분공간은 물론이고 연습공간 역시 현재와 같을 수는 없다. 숙소 역시 단념해야 할 것 같다.
운영할려면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나의 현실적 경제적 긴장이 유지되야 하기 때문에 작품의 이 이상 수준을 기대할 수 없다.
아쉽다. 나도 인간이기에 리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줬어야 하는데....
2~3년 후를 위해서라도....잔인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여전히 공연 의뢰는 들어온다. 의뢰를 받아들이면 작품을 위해서라도 스케쥴을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공연이 없는 시간을 무엇인가 연극에 관련된 훈련으로 메워야 하는데 내게 그럴 기력이 없다. 스스로 해 주길 바랬지만 다들 4년간의 합숙이 힘겨운 듯 싶다.
오늘 내일 의견들을 모아 보아야겠다.
가능한 그리고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되리라 믿는다.
현재는 8월 15일 부터 있을 국립극장 공연에 심혈을 기울이고 또 사이 사이에 있는 거창 춘천 구민회관 공연을 아쉬움없이 공연 해내는 게 관건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했기에 현재까지 왔다고 믿는다. 이후 역시 감상적으로 흘러서는 아니된다. 항상 가능한 약속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년을 위해 또 후내년을 위해 나에게 반년 정도의 작품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단원들이 절실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수레무대 김태용
2002/07/27 13시49분45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