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무대의 연극 연습은 항상 수업처럼 진행되어 왔다.
이것이 옳은 것인지 혹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지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여전히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틀린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간헐적으로 의구심이 생기곤 한다.
연출은 작품에 대한 확연한 주제를 가지고 하나하나 장면장면마다 구체성을 가지고 연기자들에 요구를 해 나간다. 헌데 문제가 있다. 원리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로 인해 부득이하게 가르치는 상황이 자꾸 돌발된다.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특히 공연 날짜가 임박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리를 강조한다. 원리! 원리!
우주의 원리, 리듬의 원리, 움직임의 원리, 균형의 원리, 기다림의 원리, 에너지의 원리.....
인간은 동물이다. 생물체다. 생각대로 될 리가 없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있는 선택. 될 때까지....됐다고 느껴질 때 까지....집중해서 60번 반복해서....
머 이런 연습 과정들을 거치면서 단원들이 나에 대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지 궁금하다. 아니 의구심이 든다.
간간이 연기자들의 속성 속에 '조금 더 쉽게'라는 무의식적 요소가 느껴진다. 손에 잡히는 것에 대한 기쁨을 즐기려 한다. 머 이런 판단이 서고 이 판단은 그들에게 읽혀지고 그들은 자존심이 상할 것이고 자꾸 멀게 느껴질 것이고 짜증이 날 것이고 그럼에도 이빨 센 연출의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고....머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 자괴감....
설사 그렇다고 해도 다른 더 나은 방법은 있는 것인가?
참 많은 선생들을 접했고 동료들이 연극과 교수가 되어 있는 이 시점에 그들의 방법을 반복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20년 전에 비해 나아지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의 수업이나 연출법이 그들의 것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도 평가된다. 그렇기에 내가 옳다고 생각되는 '그것'을 끝까지 밀지 않을 이유가 특별히 없다.
그것? 선수! 진짜 선수! 유명하던 말던 상을 받던 말던 선수는 선수일 수밖에 없다. 타고 난다구? 그럴수도 있지. 되면 다 타고 났다고 말한다. 될 사람이 된다. 머 등등. 타고나던 안 타고 나던 되면 된거다. 문제는 선수가 되는 일인데.....선수의 사고나 삶을 선택하는 일이 우선이다.
선수는 주로 될 때까지 한다. 안해도 한다. 안하는 것 같은데두 한다. 그게 선수다. 되고 안되는 것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어차피 될거니까. 지금 안되는 것 뿐이지. 이런 문구를 자신 편할대로 인용하는 바보만 아니라면...선수는 누구든 될 수 있다.
머 그런....
의구심은 들지만 나의 방법을 바꿀 생각은 없다.
머 그런....
2001/12/18 08시55분4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