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개의 신청서를 냈습니다. [어린왕자]와 [Farce Farce]입니다.
작품 줄거리 및 의도 [어린왕자]
[어린왕자]의 줄거리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어린왕자역을 인형이 연기한다는 점이 특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분라꾸와 유사한 3인의 조종자가 움직이는 분절인형의 형태입니다.
[어린왕자]는 96년도에 극단 사다리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이후 98년, 같은 대본으로 수레무대 단원들과 함께 재제작하였습니다. 96년도에 제작된 [어린왕자]는 당시 유치원 단체관객이 주가 되었던 사다리의 상황으로서는 계속 공연되기 힘들었습니다. 철학적 의미와 관념적인 대사 전달에 대한 한계를 뛰어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98년도에 수레무대 단원들로 구성된 [어린왕자]가 5개월 간의 연습으로 다시 제작되어 99년 요일레퍼토리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공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연극으로서 더욱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계속 받아 왔으며, 이후 초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수정 제작하여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3년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대학로에서는 3번 공연을 가졌습니다. 혜화동 1번지(99년), 열린극장(00년), 대학로극장(01년)이었습니다.
2001년 11월에는 일본 10개 도시 순회공연이 확정되어 있었는데, 저적권 문제로 공연 한달 전에 취소가 되었습니다. 일본은 전범국가이기 때문에 2005년도에나 쎙떽쥐베리에 대한 저작권 적용이 풀린다고 합니다. 작가 사후 50년에 전쟁 기간이 포함된 셈이지요. 일본 기획사 Art Plan에서의 2년에 걸친 준비였는데, 서로에게 큰 타격이 되었습니다. 2005년도에 반드시 공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결국 [어린왕자]의 첫 해외 나드리는 4년 뒤로 미뤄졌습니다. 일본 공연의 버전은 가족극이었고, 그 개념으로 수정 보완하던 중이었습니다.
수레무대 [어린왕자]의 주요 특징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언어의 단순화. 둘째, 인형의 사용. 셋째 마임의 도입입니다. 가족극의 필수 요소는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5년 간의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언어는 더욱 단순해지고 구체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아울러 인형의 섬세함이 더해지면서 어린이들의 집중을 놓치지 않게 되었고, 마임의 활용으로 사막과 우주의 개념이 상상력과 어우러져 풍요로운 공간개념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주로 어른들의 공연평만을 보아오다가 얼마 전 공연에서 초등학교 1학년의 공연평 다수를 받았습니다. 11월 30일, 전주 동암복지관에서 이뤄진 편부모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었는데, 담당 교사가 [어린왕자]에 대한 일기를 쓰라고 했나 봅니다. 그 글들을 읽으며 단원들 모두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연출인 본인 역시 [어린왕자]의 공연을 지속적으로 가져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창작극이 아니기에, 2002년 서울공연예술제에 경연작으로 출품은 안되겠지만 축제의 의미로 공식 초청작에 선택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2년이면 수레무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타 기성극단에 비하면 미천한 연수이지만, 대부분 합숙훈련으로 작품을 제작한 단원들에게는 참으로 긴 시간으로 여겨집니다. 이번 기회가 향후 수레무대의 재도약에 대한 다짐으로 작용될 수 있으리라 믿고 용기내어 지원서를 내봅니다.
작품 줄거리 및 의도 [Farce Farce]
요일 레퍼토리 'Farce Farce'에 포함된 세 작품은 창작극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본의 힘보다는 Creative Style에 중점을 두었고, 합숙훈련의 강도와 밀도에 의한 공연물로서 가치가 인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서울공연예술제 초청부문에 신청서를 올려 봅니다.
안톤 체홉의 [청혼]과 북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극작가 카뎁 야신의 [알제리 Farce] 그리고 Farce의 대명사인 중세 Farce [피엘 파틀랭]은 각각 소극의 보편적 특성을 지니면서도 나라와 저작 시기의 차이에서 오는 관점의 다양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Comedy -예를 들어 아리스토파네스, 몰리에르, 셰익스피어의 코미디 등-들은 이야기에 그 무게를 둡니다. Farce는 이야기보다는 양식에 무게가 실립니다. 양식이란 "이 연극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혹은 "어떤 그릇에 담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이야기의 전달에 있어 양식은 줄거리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선택된 Farce들은 이야기의 중요성을 결코 잊지 않은 작품들입니다. 단지 공연화 되었을 때만이 드러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본만 읽고는 이해하기 힘든 요소가 있었습니다. 반드시 특별한 연구과정과 혹독한 훈련과 공연을 통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이 완성에 다다를 수 있는 양식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극단 수레무대가 정통 코메디에 대한 연구와 꼬메디아 델 아르떼의 훈련 방식을 멈추지 않고 10년간 지속해온 극단임을 자부하기에 양식과 이야기, 그리고 이 요소들의 중요성과 더불어 수레무대 특유의 연기양식에 대한 검증을 받아 보고자 창단 1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공연예술제 공식 참가작 부문에 문을 두드려 보는 것입니다.
작품의 가치로, 수 백년 동안 공연되어온 [피엘 파틀랭]은 그 기간과 공연횟수만 상상해 보아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안톤 체홉의 [청혼]은 체홉의 4대 희곡을 스스로 코미디라고 분류하길 바란 이유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며, [알제리 Farce] 역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불어권에서는 대단히 정평 있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 세 작품을 당시의 양식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하나는 정통적 Farce양식에 이태리의 꼬메디아 델 아르떼의 지독한 훈련을 가미한 스타일로 풀었고 또 하나는 춤과 노래가 있는 보우드빌 양식에 담았습니다. 또 하나는 이야기의 무게를 완화시키기 위해 인형극 양식을 더해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웃음을 동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웃음의 무게와 종류에 많은 차이를 가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줄거리보다는 의도에 무게를 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설명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01년 가을에 대학로 극장에서 '요일레퍼토리 Farce Festival'로 올려진 작품들이며 현재도 지방이나 관련 단체에서 계속해서 공연의뢰가 들오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12월 10일부터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에 초청되어 일주간 공연하게 됩니다. 춘천인형극제에 초청되었던 [알제리 Farce]의 경우는 문화 소외 지역에서 몇차례 공연의뢰가 들어와서 허락을 한 상태입니다.
창작극이 아니기에 셰익스피어나 체홉이 아니었기에 서울공연연극제에 출품 한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이 작품들을 보신 분들이 적지 않기에 신청서를 작성해 봅니다. 'Farce Farce'란 제목은 페스티발의 성격을 없애기 위해 선택한 제목이고, 공연은 요일레퍼토리로 이뤄지지만 [청혼]과 [알제리 Farce]는 그 공연 시간이 40분씩이기 때문에 한번의 공연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피엘 파틀랭]은 그 공연 시간이 90분이기 때문에 요일을 바꿔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양식에 대한 도전이니 만큼 공연의 질은 끊임없이 발전될 것입니다. 연기자의 능력만큼 반복되는 횟수만큼 공연은 발전됩니다. 물론 선정이 된다면 그 기간만큼 또 다른 고급스러움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합숙훈련만을 고집해 온 단원들의 의지를 믿기 때문입니다.
2001/12/08 00시24분26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