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05 뛰다 배요섭의 글을 읽고

관리자 0 2019.05.13 913

 

비록 공연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우리의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합니다.

 

이런 문구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에 유사한 작업을 꾸려왔던 난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과연 여전한가?

우리라는 단어를 여전히 사용할 수 있을까?

 

공연을 마치고 적당한 빚에 적당한 일정에 맞춰 내년을 계획해 본다.

 

얼마 전 10월의 마지막날 수레무대 9주년 생일파티를 조촐히 치뤘다.

대학로 고기집에서 소주잔을 비우며 이런 저런 추억에 빠진다.

남수 진석 정은 영섭 나 그렇게 원멤버는 다섯이었고, 일부 이후의 멤버들이 함께 했다.

 

젊음 그 자체로 승부를 걸었던 시간들에 한점 아쉬움없길 바랬던 나의 소망은 여전한건지? 자꾸 확인하고 싶었다.

 

처음의 그들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타 극단에서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고 삶을 위한 아르바이트도 한다. 성우하는 친구도 있고 도립극단 배우도 있다. 유학간 친구도 있군.

 

한결같이 내 생각같으리라던 희망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갔던 시간 시간들...

 

난 소처럼 걸어왔다. 날 막을 이들은 언제나처럼 없었다. 힘들다는 단어는 이미 내겐 의미가 없었던 과정들이 문득 문득 아집의 행로로 여겨지곤 한다.

 

그들에게 혹여나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그들의 삶에 방해가 되진 않았을까? 그들이 바라는 건 도대체 뭐지? 우리라는 단어가 나만의 생각은 아닌지?

 

그렇게 살아 가고 있다, .

 

요섭을 보면서 첫 눈에 난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한 관상이군!

직감이랄 수도 있고 예감이랄 수도 있다.

단지 녀석은 '예술'할 놈이군. 머 그런 느낌.

 

날 느낀 많은 선배들과 선생들의 표정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들의 날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을 때 내 속엔 두 마음이 일었다.

"그래 난 돼" 그리고 "? 날 왜 그렇게 보지?"

 

확신과 의심

 

두 가지 다 내겐 약이 되었다. 나의 존재성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살았고, 그 존재성을 확인받기 위해 살았다.

 

그 어느 날 이 모두가 아무 소용이 없을 만큼의 깨달음을 얻었다. 35살이었던가? 함안이라는 땡시골에서 책만 읽어대던 해. 난 그 때 이미 내 삶이 나만의 삶이 아님을 인지했고 그들을 위해 살리란 다짐을 했다. 그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삶이 풍요롭기를 바랬고 그 풍요로움이 작품에 묻어나와 인간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고....머 등등

 

많은 시간이 흐른 후는 아니지만....지금의 내 모습은 그리 바람직 하지 않다. 그 풍요로움이 돈과 결부됨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적당한 돈이 필요했다. 그들의 나이가 들수록 적당함의 규모도 커져만 갔다. 나의 능력도 만만치 않게 발전했지만 속도가 맞지 않는다.

 

두가지 다 해결하려 한다. 머리가 뽀개진다.

 

올해는 지원신청을 많이 하려한다. 예상 외의 결과가 난다면 내년 1년을 극단 재산을 늘리는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직은 아이디어가 남아 있으니 작품성도 그리 떨어지지 않으리라 믿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이디어는 떨어지기 마련이고...그 다음은 또 다시 한층 발전된 영감쌓기에 몰두해야 하는데....내가 사라지고 그 누군가가 이 몫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인가? ? ? 짐이 어울릴듯 싶다.

 

이러한 짐을 질 수 있는 사람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 특히 연극!

함께 하는 작업이므로.......

 

 

비록 공연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우리의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합니다.

 

내가 또 다시 10년 후에 이 문구를 보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수레무대 김태용

2001/11/05 1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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