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장 그 첫번째 이야기 '고백의 조건'을 준비하며

관리자 0 2019.06.12 1,081

2011/04/04 033338초​

 

 

대한민국 연극계에 독특한 형태의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약속된 지원들이 취소되고 애초의 지원 목적이 변질되고 있다.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그 첫번째는 정치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장관이나 기관장 혹은 지자체의 장 등이 바뀌면서 그 아래부서에서도 심한 물갈이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들의 가치관은 여지없이 지원 형태를 바꾼다. 문화지원이라는 것이 선심성 형태를 띤 탓에 차기 선거를 염두에 둔 듯 모양내기에 급급하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2011년의 경우가 심하다.

 

몇몇 극단들이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파산신고를 내게 될 것이다. 필요에 따라 모여서 공연하는 프러덕션의 경우야 한두해 쉬면 그만이지만 단원들을 가지고 1년 내내 프로그램을 돌려야 하는 극단 형태들은 많이 심각하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들이 알 턱이 없다.

 

수레무대의 경우도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 상주단체 지원을 받는 탓에 지난 2년간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약속받았지만 차기 연장 지원의 약속을 믿고 양심적으로 투자한 것이 독이 된 셈이다. 한 해 정도만 연장되면 극단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꽤 세심한 준비를 진행 중이었는데 너무 급작스런 변화가 혼란을 일으키게 된 셈이다.

 

심기일전하고 대학로에 작은 소극장 하나를 장기 임대했다. 그리고 대학로 연기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기획자도 만나고 스텝들도 만났다. 수레무대의 레퍼토리들 중 <청혼><>을 끄집어내어 대학로 관객과 한판 승부를 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분명 있지만 많은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처음 몇달은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명확히 얘기하자면 1년 정도는 대부분 투자대비 이익이 나오기 힘들다. 몇달 후면 빚을 지겠지만 또 몇달 후면 수레무대의 또 다른 레퍼토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스카펭의 간계>면 승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10년전이나 현재나 변함없다. 이 역시 준비 작업과정에 지게 될 빚을 담보로 잡아야 한다. <어린왕자>도 그 중 하나인데....

 

<청혼><>을 밑천으로 삼아 대학로 연기자들을 섭외하기 시작했고 의외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 위로로 삼는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흔쾌히 수레무대 작업에 응했기 때문이다.

 

방송과 영화 일을 하고 있는 김정난과 전영미의 경우도 그러하고 사다리움직임 출신인 조재윤 김재구와 간다 출신의 정선아 오유진 박보경의 합류도 기대되는 조합이다. 얼마전 대머리여가수에서 체크한 김나미의 흔쾌한 참여의사도 분위기 업되는 일이었다.

 

사실 이 작업이 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크게 줄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수레무대와의 작업을 통해 얻게 될 연기적 향상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으리라 판단된다. 20년 동안 극단을 끌며 터득한 연기프로그램을 한껏 그들에게 풀 작정이다. 이들 중 약간은 분명 또 다른 작업의 참여의사를 가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레무대 레퍼토리 중 또 하나를 끄집어낼 수 있다. 코미디 3편에 어린이극 2편 정도가 대학로는 물론이고 지방공연 투어가 가능해지면 변덕스러운 지원의 논리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믿는다.

 

그 첫 단추가 단막극장이다. 녹녹치 않을 전투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에 컬비스의 호의는 천군만마이다. 컬비스 대표 노동욱은 수레무대 작품이 대학로 장기 작품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했지만 나는 '라이어''옥탑방고양이''그남자 그여자''닥터 이라부' 등과 겨루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고전이라는 소재가 처음에는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맛을 들이면 관객들의 발길을 이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흔쾌히 받아준 컬비스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문제는 체력이다. 이 과정을 성공시키려면 현금도 꽤 준비해야하고 함께할 연기자나 스텝의 확보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대학강의는 물론이고 섭외들어 온 또다른 강의도 녹녹치 않다. 시간상으로는 다 해결될 양이지만 차안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적지않기에 체력적 안배도 아울러 신경쓰야 한다. 문제는 술과 담배다. 사람을 만나려면 술을 뺄 수 없고 집중하려면 담배를 놓을 수 없다. 체력저하의 대표적인 독약들을 몸에 달고 살아야 하다니....식사 제때 안해 술담배 못 끊어 운동 안해 끌끌끌....2011년을 추억하는 할아버지 김태용을 상상한다. 안죽고 잘 살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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