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3 21시56분09초
10월 1일 창원코미디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진해공연은 무사히 잘 마쳤다. 무려 1시간 42분이라는 초단축 공연시간을 기록하면서도 이야기를 날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 공연은 2시간짜리 공연이다. 애초 연습과정에서 어렌지를 하여 시간을 단축시킬 것인가 템포를 잡아 어렌지없이 10분을 줄일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10월 28일 첫 공연까지 연습 가능한 일수는 대략 7~8일 정도. 잘 계산하고 템포조절을 잘 한다면 1시간 50분 소요, 원작 그대로 무대에 올릴 수 있겠다 싶다. 17년전 창단 공연 당시 2시간 나왔던 작업이었지만 연기자들의 능수능란한 템포조절 능력과 훈련 덕분에 어렌지 않고 1시간 50분에 끊을 수 있었다.
관객의 심리와 드라마의 리듬을 모두 감안하면 1시간 50분이 적정 시간일 거라는 판단은 상당히 감각적인 판단이다. 설명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무척 복잡하다. 변수까지 끼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원길의 참여가 무척 큰 힘이 되었다. 그는 나와 13년전 <어린왕자> 제작때 첫만남이 이루어졌고 당시도 큰 감동을 주었던 배우였다. 이후 그는 <점프>라는 대흥행 작품을 연출했고 임도완연출이 이끄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서 주요배역들을 소화해온 탓에 훈련된 수레무대 배우들과의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간다의 간판배우 진선규의 참여 역시 수레무대로서는 큰 선물이다. 수레무대 출신이자 동아연기상 수상자인 김정호와 유병은도 오랫만에 반가운 재회로 작용했다. 또다른 극단외 배우인 박지홍군의 성실한 자세와 잠재된 감각역시 연습 과정에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수레무대의 여성 연기자들은 무대경험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드라마를 꾸려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아마 1년쯤 이 작업이 지속되면 좋은 연기자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연습 과정은 8월 태풍과 멈추지 않는 빗줄기 덕에 큰 착오가 생겼다. 중력 법칙을 이겨내야 하는 등퇴장 훈란이란 게 하루에 2~3시간씩 일정하게 해야 습득되는 원리인데, 8월 한 달을 공치는 바람에 몰아서 연습하다가 연기자들의 근육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현재도 연습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리한 요구를 금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스펙터클한 맛보다는 드라마의 힘에 심혈을 기울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뚜껑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평가가 나쁠 상황은 아니다. Basic에 대한 투자는 10년으로 족한다. 이후 드라마가 분명한 작업들로 진행될 것이며 어느 시점쯤 분명히 평가다운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넉달간의 연습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백원길 선수가 맨손으로 낚아올린 숭어의 회맛이었다. 간간히 낚시로 즐긴 횟감안주의 막걸리 맛도 좋았고 40대 전후의 연기자들의 우정쌓기도 보기 좋았다. 수레무대 단원이 아닌 새로운 식구들과의 조우는 단원 모두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되어 향후 극단의 운영방침에 몇몇 변화를 예감하게 만든다.
합숙을 함께하는 수레무대 단원은 현재 8명이고 흔들리지 않는 멤버이다 보니 이 숫자로 만족한다. 다만 새로운 작품 제작시 연기자 수가 맞지 않을 경우 반드시 외부 연기자를 끌어들여야 하고 그들의 스케쥴을 감안한다면 더블 혹은 쓰리더블의 경우수를 예상하여야만 한다. 수레무대는 언제나 준비된 레퍼토리를 장점으로 극단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1회성 대학로공연으로는 극단운영이 힘들다. 때문에 내년이면 <스카펭의 간계>의 소극장 버젼으로 긴 시간 관객들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석달이 넘는 장기공연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수레무대가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짜리 장기 공연을 계획한다는 점은 변화 중에 큰 변화이다. 많은 대학로 친구들을 만날 심산이고 어느 정도의 빚도 감수해야 하는 변수들도 인정해야 한다.
두렵기도 하고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는 대표로서의 사명감도 작용하고.... 머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