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수레무대 & 셰익스피어의 비밀

관리자 0 2019.06.12 241

2010/02/28 031303

 

서강대 메리홀 상주단체지원이 결정난 지 반년이 흘렀다.

작년말 메리홀 소극장에서 서강대 주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꼬마오즈>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 1월에는 대학극회들을 위한 프로그램 대학연극워크샾을 한달간 진행했다.

 

요즈음은 4월 공연 <이슬람 수학자> 재공연에 온통 몰두하고 있는 시점이다. 김동곤은 6.25 특집 방송 '로드넘버원' 촬영으로 상반기 작품에는 참여 못하고 이인호군은 둥지를 떠나 현재는 모시는 사람의 '오아시스 세탁소'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덕분에 수레무대 사상 처음으로 오디션이란 걸 해 보았다. 이인호 배역이었던 하낙역으로 그에 걸맞는 배우가 오디션에서 선정되었다. 베레미즈역은 연세대 극회출신이고 연극원 전문사과정을 마친 손상규로 정했다.

 

서강대 메리홀 상주단체 선정되고 제일 먼저 결정한 바가 있다. <십이야> 공연 계획이었다. 이전의 수레무대 공연은 단원들에 맞는 작품이거나 맞춰서 제작한 경우들로 반복된 반면 <십이야>는 대학로의 연기자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수레무대 출신들과 타 극단이지만 수레무대의 언어에 어울리는 연기자들을 하나 하나 만날 수 있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백원길과 고창석, 공연배달서비스간다의 진선규, 수레무대 옛 멤버인 김정호, 손효원 등이 그들이다. 대부분 1년 후의 프로그램에 참여의사를 밝혔고 또 몇몇이 더 있다. 현 수레무대 연기자 5명을 더하면 주요배역은 거의 갖춘 셈이다. 단지 바이올라의 쌍둥이 역을 할 '세바스찬'과 귀족적 분위기가 한껏 풍겨야 할 '올리비아'의 배역은 남겨논 상태다. 5월 본격적인 연습에 임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물색해볼 작정이다.

 

현재까지는 번역 30% 정도의 진도에 불과하지만 <십이야>의 비밀은 얼추 풀었다. 국내에 있는 번역대본과 자료들은 거의 다 구입해서 읽어본 상태고 영상자료도 꽤 체크해 보았다.

 

비밀이 있다. 숨겨진 코드라고나 할까? 번역본으로는 결코 읽어낼 수 없는 비밀들이 태반이고 원서를 본다해도 웬만한 공들이기 아니면 찾기 힘든 비밀들 역시 만만찮게 돌출한다.

 

구성은 탄탄하고 인물은 확연하다. 반면 공연으로 올리기에는 길이가 길고 인물들을 구축하기에는 힘겹다. 충분히 숙지한 다음 어렌지가 되어야 하고 서너곡 정도의 작곡도 뒤따라야 한다. 배역은 대략 서너가지 방편으로 갈라지는데 오시노와 광대 그리고 올리비아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 내심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긴 했지만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단계이다.

 

흔히 <십이야>의 꽃은 '말볼리오'라고 말한다. 간혹 광대의 관점으로 풀어나간 연극도 있음직 하다. 말볼리오나 오시노, 바이올라와 올리비아야 명실상부한 주인공들이니 배역을 맡으면 대부분 욕구가 치솟을 법 하다. 헌데 정말 어려운 배역들은 광대를 비롯하여 토비, 앤드류, 마리아, 페이비언으로 구성되는 한바탕 놀자 팀이다. 그들은 노래와 춤은 물론이고 관객을 확 사로잡을 웃음 한마당을 연출해 내야 한다. 꼬메디아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장면들이다.

 

<십이야>의 비밀들 몇 개를 체크해 보자.

 

첫번째, 광대와 올리비아의 관계이다. 대본상에 페스테는 올리비아의 부친인 돌아가신 백작의 광대라 제시된다. 그리고 죽은 오빠 얘기도 곰곰히 체크해 보아야 한다. 즉 광대는 올리비아나 죽은 오빠가 어릴 때부터 함께 한 가족같은 존재라는 사실이다. 15장에서의 장면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확연해 지는 근거가 된다.

 

두번째, 아버지와 연이은 오빠의 죽음으로 결혼을 않겠다던 올리비아가 남장한 바이올라 즉 세자리오에게 한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 열쇠는 어디에 있는가 이다. 잘생겨서가 답이 될 리는 만무하다. 셰익스피어가 바보가 아니 다음에야.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

OLIVIA Why, what would you?

VIOLA Make me a willow cabin at your gate,

And call upon my soul within the house;

Write loyal cantons of contemned love

And sing them loud even in the dead of night;

Halloo your name to the reverberate hills

And make the babbling gossip of the air

Cry out 'Olivia!' O, You should not rest

Between the elements of air and earth,

But you should pity me!

열쇠의 대사이다. 올리비아가 당신같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바이올라가 답한 이 내용과 열정에서 뻑간 것이다. 즉 바이올라의 이 장면의 연기에서 결정난다, 김연아가 2분 혹은 4분간의 프로그램을 위해 보낸 시간처럼 바이올라는 이 장면이 당위성을 갖추게 그리고 열정의 엑기스가 되게 만들면 해결될 Key인 셈이다.

 

세번째, 페이비언이다. 대본상에는 직업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지위도 애매모호하다. 흔히들 정원사나 요리사로 표현하기도 하고 또다른 집사로 그려내기도 한다. 직업이 문제가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왜 이 인물을 25장에 뜬금없이 등장시켰느냐 하는가가 문제다. 특히 라스트에 말볼리오의 편지를 광대페스테가 읽어도 될 일인데 갑작스레 페이비언이 읽게 만든다. 마치 긴 대사 하나를 더 주는 연출가의 배려처럼 여겨진다. 엘리자베드시대의 극단 상황들을 추측해야 풀릴 것 같은 느낌이다. 중요한 건 페이비언의 역할인데 그는 '저울의 추'이다. 술취한 상태에서 마구 흥분하는 토비경을 제어하고 날뛰는 앤드류의 고삐를 힘껏 당겨주어야 한다. 또한 대사없는 부분은 두말할 것 없이 흥겨운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할 것이다. 그는 '저울의 추'이다. 아마 셰익스피어에게 있어 친분과 믿음이 깊은 관계가 아닌가 싶다. ^^

 

네번째, 안토니오와 세바스찬의 관계. 그들은 게이인가?

다섯번째, 여기는 이탈리아의 동쪽인가? 서쪽인가?

여섯번째, 세바스찬과 바이올라의 아버지인 메살린시의 세바스찬은 과연 누구일까? 어떤 신분이며 왜 유명한가?

 

등등등

 

비밀은 번역과정에서도 이루어지고 질문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 중에 반드시 풀어야 할 부분이 있고 풀지 않아도 드라마상 큰 문제가 없으니 현명하게 선택하여 짜맞추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 대귀족 오시노공을 위한 축하공연 <십이야>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이 참에 이 작품 속에 숨겨놓은 자신만의 암호들은 없었을까?

 

멜로드라마와 꼬메디아의 영향를 동시에 한 작품 속에 넣은 첫번째 이유야 손님 오시노공을 위한 경우라 보지만 어쨌던 대부분의 천재작가들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그 무엇을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은 이유도 있지 않겠는가? 다빈치처럼 숨겨논 코드가 분명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숙제, 셰익스피어는 어린 시절 런던을 방문한 꼬메디아 델 아르떼의 공연들을 보며 어떤 감흥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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