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3 23시17분05초
우정읍에 터를 잡은 지 두 달 지났다. 익숙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3일 전 서울에 갔다가 후배집에서 잠을 잤다. 새벽이 되자 이전의 코막힘 현상이 재발되었다. 우정읍의 맑은 공기 탓에 사라졌던 코막힘 현상이 서울에 가니 대깍 재발되는 것으로 보아 여기 공기가 맑긴 맑은가 보다.
한달 전 망둥이 50마리, 80마리, 100마리를 일주일 새 잡았던 감동이 채가시기도 전에 그제는 드디어 삼치 7마리로 레벨업 되었다. 오늘도 잠시 사이 삼치 6마리를 잡았고 의외로 큼직한 숭어가 잘 잡힌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들어와 낚시가게로 향한다. 뜰채와 숭어낚시바늘을 구입하러 간 것이다. 내일 새벽 숭어낚시를 나가기 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응접실에 마련된 컴 시스템에서는 은아와 지현 유스케의 이슬람 수학자 영상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한켠에선 영자의 원프레임 애니메이션 제작과 촬영이 진행된다. 이화리 연습실에서는 동곤이 이슬람 수학자에 사용될 섬세한 테이블이 드릴과 직소의 힘을 빌어 모양을 갖추고 있다. 초희는 지원서류 꼼꼼하게 체크하고 진석이는 제사지내러 갔고 인호하고 인선은 서울에서 의상 재료 구입 문제로 노곤해졌을 타임이고, 영숙 상진 시우는 낚시가게 갔다.
연습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루어지는 셈이다. 연습 후 과제가 주어지면 각자 연습하고 실험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합숙의 중요 포인트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1,2년도 아니고 무려 10년을 함께 살다보면 연극 예술만으로는 지속될 수가 없다. 나름 개인적 취미 혹은 단체가 즐길 그 어떤 게임적 요소가 병행되어야만 멈추지 않게 된다.
멈추지 않고 함께 온 10여명의 수레무대 가족들에게 곧 좋은 선물이 주어질 것 같다. 서울문화재단의 상주단체지원의 마지막 단계까지 선정되었다. 이제 극장 선택만이 남았다. 서대문이 될 지? 노원이 될 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2년 정도의 지원이 확보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드디어 1년짜리 연습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시기에 셰익스피어 작업을 들어갈 예정이다. 요 10년 간은 상탈 수 없는 작업들만 진행했다. 꼬메디아, 파스, 인형극 등인데 일반적 의미의 성인 대상 공연상을 수상하기에는 애매한 장르였음에는 분명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이 작업들을 해 두지 않으면 10년 후 20년 후는 기약할 수 없다.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출간하기 까지 무려 20년간을 준비해 온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그다지 긴 시간도 아니다.
대본이 주어지고 여건이 주어진다면 셰익스피어를 가지고 평가 받는 일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꼬메디아 제작 과정은 웬만한 작품 서너개는 만들 정도의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할 수 없고 하지 못할 작업을 수레무대가 2000년대 초반에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30년 후 부끄럽지 않게 다음 세대들을 맞이할 수 있다.
현재 여건 상 <십이야>가 유력하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멤버들이 축소된 마당에 무리수이고 수레무대 출신이거나 수레무대와 함께 하고자 했던 대학로 배우들을 섭외한다면 <십이야>는 풍요로운 연극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리라 믿는다.
일단 셰익스피어만 하면 코미디의 역사의 과정은 얼추 다 거친 셈이 된다. 물론 그리이스 코미디까지 손댈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코미디의 역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건 꼬메디아와 파스임에는 틀림없다. 대본이 없거나 있다 해도 해석 과정이 험난하고 특히 구성이 빈약하기에 평론의 관점에서는 그닥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극인들의 눈에는 이 작업을 본 것만으로도 이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특히 연극과 학생들이라면 더더욱.....
빅뱅과 2NE1의 재기발랄함은 물론이고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눈요기에 길들여진 차세대의 관객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의 대학로 연극형태로는 정녕 어림도 없다는데 한 표 던집니다. 태양써커스의 영향 역시 대학로 연극에 미칠 날도 그닥 멀지 않습니다. 10년 준비하는 극단들이 조금은 더 생겨나길 바랍니다.
내일 아침 숭어가 밥상에 오르길 기대하며....
2009년 8월 23일 밤 11시 19분...
다음날 아침 52cm 48cm 숭어 두마리. 손바닥보다 약간 큰 삼치들 20여마리 낚음. 24일 오전11시 30분 동곤이가 회칼로 회뜨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