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극의 특성 고찰
신영섭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전임강사
이 논문은 동국대학교 연구비 지원에 의해 이루어짐.
목차
Ⅰ. 들어가는 말
Ⅱ. 연속성과 대중성
Ⅲ. 폭력성과 정서적 거리감
Ⅳ. 형식적 특성
Ⅴ. 공연양식적 특성
Ⅵ. 맺는말
참고문헌
ABSTRACT
Ⅰ. 들어가는 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극문학을 중심으로 한 연극의 이론이 전개된 이후 연극의 발전과정을 통사적으로 살펴보면, 20세기초반 현대적 의미의 연출가의 등장 이전까지, 연극은 몇 개의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면서 발전해 오고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두드러진 흐름중의 하나는 연극을 드라마의 장르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고 드라마의 형식적 특성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연극사의 발전과정을 통해 정통적인 주류를 형성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의 연극들은 드라마를 이루고 있는 플롯, 성격·사상, 대사, 음악, 장경 등의 구성요소들을 다루는 방법과 정도의 차이에 의해서 시대마다 독특한 형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드라마의 형식적 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연극의 형태들이 일반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인기를 누리며 또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연극들에서 보여지는 두드러진 특징은 배우 중심의 연극이라는 점이다. 이들 연극의 형식적, 양식적인 특성들은 전적으로 배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드라마의 형식적 특성이 배제되어 있는 정도에 비례해서 배우들에게 요구되어지는 신체기술 및 기예의 정도는 놀랄만큼 전문성을 띄고 있으면서 연극사 전반에 걸쳐서 다양하게 존재해오고 있었다.
이 같은 연극의 형태들과 본질적인 양식적 특성을 연속적으로 공유하면서 드라마의 독특한 장르로 성립한 연극의 형태가 바로 '소극'이다. 소극은 여타의 대중연극(비문학적인 배우중시의 연극)들과는 다르게 독립된 드라마의 형식으로 상당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며, 심지어 아리스토파네스, 세익스피어, 몰리에르, 오스카 와일드에 이르기까지 거의 중요한 드라마의 작가들에 영향을 끼치며 존재해 온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연극의 형식이다.
그러나 연극의 비평가들, 특히 극문학 비평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소극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을 상당부분 무시한 채 소극을 하나의 연극적 장르로 파악하지 않고 거의 조악한 의미를 지닌 용어로 격하시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소극은 특징을 과장하면 과장할수록 더욱 조잡한 우연이나 거친 농담은 소극의 속성이 되고 반면에 플롯, 성격, 주제 등 보다 고상한 요소는 희극의 속성이 된다. 역사적으로 비평가들은 소극을 '거친 물리적 구조물'이라든가 '조야하고 허무맹랑한 성격묘사'라든가 '거칠고 익살맞은 활극' 등으로 묘사되는 장르로 간단히 취급해 버린다. (Milner Davis, Jessica, 소극, 홍기창 옮김, 서울대 출판부, 1985. p.7)
소극은 진실한 드라마에 비해서 모든 방식에 있어서 열등하다. 소극은 과도한 복잡한 플롯과 비개연적인 상황, 그리고 유형적인 인물을 사용한다. 소극은 상당부분 비현실적이며, 순전히 그 효과는 순간적이며 극문학의 장르에서처럼 진지한 사고에 적합치 않은 주제를 갖고 있다.(Dennis, Hurrell, John, A Note on Farce, in the Making of Theatre, W, Corrigan, Robert, Scott, Foresman and Company, Illinois, 1981. p. 121.)
그러나 드라마 비평가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극의 결점들의 대부분은 드라마의 형식적 특성에 기준을 두고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주자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현대의 창조적인 연출가들의 대부분이 드라마의 형식적 특성의 상당부분을 연극적인 표현언어의 사용에 의해서 대체시키고 파괴시키고 있다는 사실로서도 잘 설명되어 질 수 있다.
창조적인 연출가들은 드라마를 연극의 최우선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이들은 대신에 배우를, 그리고 연극의 기계장치들을 드라마보다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이를 구사하고 활용한다. 창조적인 연출가들의 이러한 태도는 연극을 드라마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으며, 연극은 드라마의 형식적인 특성보다는 연극성(thertricality)를 위주로 창조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극성은 우선적으로 배우에 의해서 달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드라마 비평가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극의 결점들은 그 반대로 연극성을 이루고 있는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새롭게 평가되어야만 할 것이다. 메이어 홀드는 소극이 지니고 있는 연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신비극의 공연에 있어서 시각적인 볼거리를 구축하는 데 코보티니지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판토마임, 카보티니지의 요소들은 '연극성'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이전시대의 연극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근대 연출가들은 판토마임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판토마임과 같이 언어가 배제되어 있는 연극의 형식들이 무대화될 경우에는 가장 강렬한 연극의 핵심은 배우에 의해서, 즉 인물이 유형성의 강도, 제스처, 움직임 등에 의해서 드러나기 때문이다.······인물의 유형성을 지니는 연극은 언제나 소극이며 배우의 기술에 의존하는 연극은 소극의 개념과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소극은 영원하다.(Meyerhold, Vsevolod, Farce, T.D.R. September, 1959. p.142, p,148에서 인용.)
이렇듯 소극은 극문학의 형식이 아니다. 소극의 연극성은 드라마를 통해서라기보다는 배우의 신체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공연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소극은 본질적으로 배우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극적인 형식이다.
그래서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은 드라마의 형식적 특성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공연양식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소극은 모든 연극의 형태들이 공유하고 있는 양식적 특성들을 지니고 있는 연극의 근원적인 자들에 의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므로 본 논문은, 소극은 배우들의 신체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연극적 형식으로서 소극은 모든 연극의 형태가 공유하고 있는 근원적인 원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연속성과 대중성, 폭력성과 정서적 거리감, 형식적 특성, 공연 양식적 특성으로 나누어 고찰해봄으로써, 희극을 포함한 다른 여타의 드라마의 장르와 구별되는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이 실제 공연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연속성과 대중성
배우의 신체기술과 대중적인 인기는 소극의 양식적 특성과 원리는 갖게 하는 본질적인 특성으로서 소극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고 연극사 전반에 걸쳐서 모든 형태의 연극에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연속성을 지니게 하였다. 소극은 그 기원이 그리스·로마의 초기 연극의 형태에 거슬러 올라가 뿌리를 두고 있으며, 15세기 완전한 길이를 지닌 문학적인 형식을 갖춘 드라마의 형태로 성립되기까지 상당기간 동안 짧은 사건의 단위로 이루어진 대중적인 연극적 오락연예 형태의 다양한 명칭으로 존재하고 있는 연극에서도 발견된다. 이러한 대중적인 연극적 오락·연예 형태의 공연들은 거의 대부분 다른 연극의 프로그램 속에 끼워 넣어져 공연되는 막간극의 공연형태로 지속되고 있었다.
본래 소극(farce)은 그 어원적 유래가 끼워 넣기(stuff)의 의미를 지닌 라틴어 'farcir'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소극은 통째로 구운 새 요리의 속을 채우는 것에 상관이 있고 크리스마스의 칠면조요리에 소세지를 채우듯이, 더 귀중한 재료에 보충하는 보다 흔한 재료와 관련이 있다.······그래서 이 어휘가 이어져서 연극용어가 되었을 때 화스 즉 소극은 하루저녁의 오락의 부족한 것을 메꾸는 것으로 사용되고, 광범위한 연상을 아울러 지니게 되었다.(Merchant, Moelwyn, 희극, 여경둥 옮김. 서울대 출판부, 1981. p. 87.)
이렇게 그 어원적 의미에서 보여지듯이 '끼워넣기'의 속성을 지닌 다양한 연극적 오락·연예 형태의 연극들은 본질적은 소극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리스의 사티로스극(satyr play), 그리스 ·로마의 마임, 판토마임, 그리고 중세의 인터루드(interlude) 등이 대중적인 연예·오락형태의 막간극의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연극들이다. 이러한 막간극의 공연형태는 중세의 종교극의 공연에도 적용되어 소극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있었다.
메이어홀드는 소극이 중세 종교극의 막간극의 형태에서 문학적 형식을 갖춘 드라마의 장르로 성립되어 가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신비극이 점차적으로 마임과 같은 대중적인 요소를 수용해 나감에 따라서 신비극은 교회로부터 추방되어 결국에는 시장터에서 공연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신비극의 최초의 시도는 마임적인 요소에 의지해서 전적으로 이루어졌고, 이 결과로 신비극은 배우의 기술과 깊은 관련을 맺게 되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신비극은 종교극으로서의 기능과 의미, 형식을 상실하게 되었고, 처음엔 기적극으로 그리고 도덕극으로, 최종적으로는 소극이라는 배우의 기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중적인 연극으로 발전해 나갔다.(Meyerhold, Vsevolod, 앞의 글,p.141.)
이처럼 소극은, 중세 종교극의 막간극의 형태에서 자생적인 발전 과정을 통하여 15세기에 이르러 문학적 형식을 갖추게 되었고, 이때부터 소극이란 용어는 다른 여타의 드라마의 형식과 독특하게 구분되는 완전한 길이를 지닌 희곡을 지칭하는 용어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소극은 양식적인 발전을 거듭하였고 19세기의 라비쉬, 페이도우, 피네로와 같은 소극작가들의 등장으로 인기의 절정을 누리게 되면서 드라마의 독특한 장르의 하나로 확고하게 성립되었던 것이다.
또한 소극의 연속성은 16세기 이태리의 코메디아 델 아르떼의 연극에서도 발견되어 진다. 코메디아 델 아르떼가 지니고 있는 양식적인 특성들은 초기 그리스 마임, 로마의 아텔리안 소극, 로마의 플라우투스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특성들을 거의 흡사하게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적인 연극들과 코메디아 델 아르떼의 실제적인 연관성을 입증하기에는 학술적인 논쟁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학술적인 논쟁에도 불구하고,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은 초기 그리스 마임, 로마의 아텔리안 소극, 로마의 플라우투스의 작품, 그리고 코메디아 델 아르떼까지 연속성을 지니며 지속되었고, 특히 코메디아 델 아르떼의 양식적 특성들에서는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
한편으로, 이와는 다르게 드라마의 형식적 특성을 지닌 여타의 드라마에서도 소극의 '끼워넣기'의 속성들은 발견되어 지는데 비극 작품에서 극적 긴장을 강조하기 위한 극적장치로써 희극적 이완(comic-relief)의 효과를 위하여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은 사용되었고, 희극작품에서도 보다 거칠고 소란스러운 신체적인 요소를 드러낼 때 자주 삽입되어 사용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찰리 채플린 등의 무성영화 속에서도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은 연속성을 지니며 이어져 오고 있다.
이렇듯 소극은 짧은 사건의 단위로 이루어지는 대중적인 연극적 연예·오락의 막간극 공연 형태에서, 그리고 문학적 형식을 갖춘 독립된 드라마의 장르로서, 또한 비극과 희극의 대표적인 작품들에 끼워 있는 연극적 사건의 일부로서, 연극사의 발전과정을 통해 '연속성'을 지니며 존재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속성은 소극의 형식적, 양식적 특징을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대중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중성'은 소극의 연속성을 지니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 비평가들에게 소극을 드라마의 가장 저급한 형식으로 간주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17세기 중반 드라이든은 자신의 희곡 '한밤중의 사랑'(An evenings love)의 서문에서 소극은 언제나 희극보다는 오로지 관객의 흥미에[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Harrop. John, Acting with Style, Prentice - Hall, Inc, Englewood Cliffs. Newjevsy, 1982. p.163.)라고 하면서 소극의 대중성에 대해 혹평을 가하고 있었다. 버너드 쇼는 소극의 대중성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소극적 희극에 의해 유발되는 웃음을 발작적인 것으로 분류했고 자기들이 웃는 것을 보면 자기들이 그 희극을 통해 즐거워졌고 기쁘게 되었으며 교화된 것이 틀림없다는 청중의 입장을 망상으로 치부했다. 소극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 기뻐하는 악의에 찬 기쁨의 형태로서 순화되었으나 세련되지는 않은 것이었다.(Milner Davis, Jessica, 앞의 책 p.25.)
그러나 드라마 비평가들의 혹독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중성'은 소극이 다른 여타의 드라마의 장르보다도 영원한 생명력을 획득하게 하였으며 모든 형태의 드라마들이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존재하게 하는 연속성을 지니게 하였다. 왜냐하면 대중성은 원초적이고 충동적인 인간 본성의 근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극은 인간이 금기시하는 터부들, 사회적 관계 속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와 본능적인 충동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또한 소극은 인간의 본질적인 존엄성과 본성을 회복하고 보존하기 위하여 위엄을 갖추고 가장 되어있는 문명과 인간의 위엄과 권위를 파괴하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소극은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고 동시에 보존하는 것이다.(Harrop. John, 앞의 책 p.164.) 그래서 소극의 대중성은 관객의 기호와 취미에만 영합하는 '지급함'으로 인해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마틴 에슬린의 설명에도 잘 나타나 있다.
소극도 우리에게 통찰력을 주는가? 이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소극은 단지 웃음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말은 옳기는 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페이도우의 소극 작품들이나, 채플린, 버스터 키톤과 로렐과 하디 등의 소극 영화처럼, 아주 훌륭한 소극이 된다면 우리에게 통찰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즉 섹스나 출세를 추구하는 우리의 미치광이 같은 행동이 지닌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줄 것이고, 혹은 사회가 소시민을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줄 것이다.(Esslin, Martin. 연극의 해부, 김병선 옮김, 도서출판 신아, 1988. p.112)
이처럼 소극의 대중성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에 대한 논평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와 표준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획득되었고, 또한 연속성을 지니게 하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Ⅲ. 폭력성과 정서적 거리감
소극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한 남자가 자신의 장모의 얼굴을 때리고 장모는 졸도의 상태에 떨어진다.······채플린의 무성영화에는 거의 대부분 폭력적인 추적장면과 폭력적인 싸움이 등장한다.······이러한 사건이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예술의 유일한 형식이 바로 소극인 것이다.(Bently, Eric, The Life of Drama, Atheneum, New York. 1979. p.222, p.240 발췌인용.)
일반적으로 소극은 웃음을 창출하기 위하여 폭력적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왜냐하면 소극은 본질적으로 숨겨져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충동과 원초적인 본능, 욕정 등과 같은 같은 보편적인 인간성의 속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극의 기본적인 에너지는 신체적이고 역동적이며,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것이다.
벤트리(Eric Bently)는 폭력성에 의해 산출되는 소극의 웃음에 대해서 프로이드의 이론을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농담(joke)을 전혀 해가 없고 악의 없는 순진한 농담과 목적, 의도, 의향을 지니고 있는 농담으로 분류한다.
또한 농담이 지닌 목적을 파괴적이고 때려부수기 위한 것과 드러내고 벗겨내기 위한 것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파괴적인 농담은 빈정거림, 스캔들, 풍자의 범주에 속하며, 노출을 목적으로 하는 농담은 외설, 호색, 음란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풍자의 외설 등의 목적을 지닌 농담은 공격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소극은 전적으로 목적을 지닌 농담을 대단히 빈번하게 사용한다.
소극의 폭력성은 정서적 거리감을 요구한다. 웃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동화작용이 철저하게 처단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만일 폭력성이 정서적 동화작용에 의해 동일시된다면 결코 웃음은 창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극은 폭력성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정서적 거리감으로 인해서 폭력성은 환타지(fantasy)와 꿈의 세계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제의 현실 속에서는 그리한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자각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웃음의 본질에 관한 논의를 전개시켜 나갔던 프로이드는 웃음은 불안의 해소(relief anxiety)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즉 우리로 하여금 웃게끔 만드는 것은 바로 신경 에너지인데, 이것은 우리의 목전에 다가오고 있는 재난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때, 그리고 우리는 재난의 파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방출된다(Esslin, Martin, 앞의 책 p.105.)는 것이다.
벤트리는 프로이드의 웃음의 본질에 대한 이론을 밑바탕으로 소극의 폭력성을 안전판(safety-valve)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꿈이나 환타지에서처럼 소극은 인간의 억압된 욕구를 폭력성에 의지해서 난폭하게 드러내며 폭력성은 정서적 거리감에 의해서 웃음을 효과적으로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소극의 웃음은 합법적이고 치료적이며, 억압된 욕구를 발산한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적(cathartic)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극의 웃음은 폭력성의 심리적 요소를 서서히 제거시켜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 일종의 감정의 훈련(emotional work-out)으로 유용하게 작용한다(Dennis Hurrell, John, 앞의 글 p.123.)는 것이다.
이처럼 소극의 폭력성과 정서적 거리감은, 인간 본성의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충동에 전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대중성'을 충족시켜 주는 본질적인 속성으로 소극의 형식 및 공연양식적 특성들이 연속성을 지니며 발전을 거듭해 나가는 데 있어 주요한 원천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Ⅳ. 형식적 특성
소극은 본질적으로 배우의 신체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공연을 통해서만이 진실하게 경험되어 질 수 있는 연극적인 형식이다. 배우들의 신체기술은 소극의 연극성을 이루는 기본적인 원리로 작용하였고, 그 자체의 미적 원리와 고안의 방법을 지닌 문학적인 장르로 성립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그 결과로 소극은 학자들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연극성을 지닌 드라마의 형식으로 다른 여타의 드라마의 장르와 구분되는 형식적 특성들을 지니게 되었던 것인데, 간결하고 비개연적인 플롯, 단편적이고 표현적인 언어, 유형적 인물 등이 소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희곡의 형식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1. 간결성과 비개연성
엄밀하게 말해서 플롯은 비극과 희극을 포함한 거의 모든 형태의 드라마의 형식을 결정지어 주는 중요한 극적 장치(Dramatic device)의 하나로 구조의 정교함과 논리성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소극은 연극성으로 인해서 플롯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되었으며, 배우의 연기를 위한 프리텍스트(pre-text)로서 제공되었다. 소극의 플롯은 구조의 정교함이나 논리성이 배제되었고 단순히 이야기의 단위가 짧고 일화적인 간결성을 지닌 사건들의 병렬로 이루어졌다.
이 같은 플롯의 간결성은 소극의 어원에서 보여지고 있듯이 '끼워 넣기'의 본질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듯하다. 왜냐하면 소극은 중세 연극의 공연형태와 함께 끼워 넣어 공연되었던, 일화(anecdote), 우화(fable), 민화(folk-tale) 등의 간결한 짧은 사건의 단위를 지닌 막간극의 형태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하여 점차적으로 문학적 요소들을 갖추어 나가면서 형식적 특성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소극의 플롯은 간결한 사건의 단편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으며, 채워졌던 간결한 사건의 단편들이 병렬적으로 배열되었다. 얼핏 간결한 사건의 단편들의 병렬은 서로 일련의 정교하고 논리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지 않은 듯하지만,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하나의 부분으로 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소극의 플롯이 간결한 사건들의 병렬로 구성되었다는 데 일치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글에도 잘 나타나 있다.
꿈처럼 소극도 이미지로 구성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하나에서 또 다른 이미지로 빠르게 움직인다. 소극은 이미지의 예술이다. 소극은 속도감 있는 병렬(juxtaposition), 짧고 명쾌한 섬광과 같은 사건의 단편, 그리고 외형상으로는 일관성을 지니지 못한 것처럼 산만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신체적인 활발함은 이 모든 것에 논리성을 부여해 해결해 주고 있다.(W. Corrigan, Robert, The World of Theatre, Wm. C. Brown Publisher, 1992. p.122.)
이 같은 플롯이 지니고 있는 간결성의 형식적 특성을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전체를 이루고 있는 간결한 사건의 단편들의 반복과 역전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눈덩이 효과(snowball-effect)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들이 플롯을 움직이게 된다고 하면서, 그런 순간이 작동시키는 사건의 연속을 눈덩이란 말로 묘사했다. 그것은 처음에는 작지만 굴러갈수록 가속화되어 굴러가면서 마침내 옆에 서있던 사람까지 끌어들여 모두 파멸로 이끄는 굴러가는 눈덩이와 같다(Milner. Davis, Jessica, p.87.)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아버지는 아들을 때리고, 아들은 하인을 때리며, 하인은 아들이 소중히 여기는 개를 발로 걷어차고, 결국엔 개는 소년의 아버지를 물어뜯는 거소가 같은 방식으로 소극의 플롯은 간결한 사건의 단편들이 반복과 역전에 의해서 병렬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플롯의 간결성은 배우의 기술에 의한 연극성을 창출하는데 적합한 형식적 특성으로 서로 연관이 없는 분리된 개개의 사건의 단편들이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일관성을 유지한 채 소극이 연속성과 대중성을 지니고 웃음을 효과적으로 산출시키는 데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소극의 플롯이 지니고 있는 간결성의 형식적 특성의 의미는 연극의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한 장면의 간결함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김윤철의 다음의 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극을 구성하는 장면 단위들이 짧아야 관객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짧고 많은 장면들을 다양하게 몽타쥬하는 영화나 텔레비젼의 프로그램과 광고의 주기에 길들여진 오늘날의 관객들은 연극의 긴 장면들에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의 연극들이 광고에 비해서 장면 단위의 길이가 짧아지고 수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연극작가들이 관객들의 변화된 수용패턴에 적응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김윤철, 탈대중화시대의 연극대중화 방안1, 예술논문집 35집, 대한민국예술원, 1996. p.315.)
플롯의 간결성으로 인해서 소극에는 논리적인 인과성을 갖는 직선적인 서술적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극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단편적인 병렬적 구조 속에서 경험된다. 이 같은 정교함과 논리성에서 이탈한 소극의 극적 구조는 플롯의 사건들을 정상적인 규준에서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이탈시켜 비개연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으로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소극의 플롯의 상황들은 언제나 예상과 기대와는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으며 부조리의 논리가 지배하고 개연성의 모든 법칙이 전도되어 있다.
또한 상식적으로 올바르고 정상적이고 건전하다고 생각되는 범주들이 즉, 성적인 금기와 성적인 음모, 술수와 계략, 사기와 기만, 심술궂은 장난, 돈, 가족관계, 사회계급, 관료조직, 개인의 성취와 자존심 등이 인간의 근원적 욕구와 충동, 그리고 억압된 욕구를 발산하기 위해서 거꾸로 전도되어 있다. 그래서 소극의 플롯에는 하인이 주인을 부리는 것, 재판관에게 설교하고 있는 피의자, 부모를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과 같은 정상적인 규준에서 이탈한 비개연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이 존재한다. 이같은 비 개연적인 플롯의 상황은 소극의 형식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극적 장치의 하나로서, 그 자체의 논리와 개연성을 지니게 하는 우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역전과 전도'의 기발한 착상에 의해서 고안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베르그송은 '역전과 전도''에 의한 비개연적인 플롯의 상황은 웃음을 유발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역전된 세계'라는 항목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웃는다. 희극에서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이 친 그물에 걸려들게 되는 사람을 본다. 자기 자신이 가하는 박해의 희생자가 되는 박해자나 속임수를 당한 사기꾼의 이야기는 많은 희극의 소재가 되고 있다. 중세의 소극에서도 이미 그러한 것이 보인다. 변호사 파트랭은 그의 손님에게 재판관을 속일 수 있는 계략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손님은 자신이 가르쳐 준 계략을 이용하여 변호사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든다.······이 같은 역전의 세계의 희극적인 장면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그것은 '범주'나 '전형'의 단계에 이르는 법이다.(Bergson, Henri, 웃음. 정연복 옮김. 세계사, 1994. p.82-p.83.)
또한 플롯의 비개연성이라는 형식적 특성으로 소극은 더욱 비사실적이고 추상적으로 그리고 비유적인(allegory) 속성을 지니게 된다. 왜냐하면 역전과 전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개연적인 소극의 상황은 현실에 존재하는 상황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분명하고 의도적으로 비유한 현실의 상징(Dennis Hurrel, John, 앞의 글 p.123.)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극은 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감상성이 배제된 정서적 거리감이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며, 플롯이 지니고 있는 간결성과 비개연성의 형식적 특성은 연극성의 본질적 특성에 적합하게 특별히 고안된 소극의 전형적인 극적 장치로서 웃음을 창출하는 중요한 원천으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2. 단편성과 표현성
전적으로 배우의 기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연극성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인해서 소극은 플롯의 구조에 있어 간결성과 비개연성의 형식적 특성을 지니게 되었음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소극에서는 문학적 형식을 갖춘 드라마의 장르와는 다르게 특별화된 새로운 형태의 구조와 기능을 지는 언어들이 중요성을 지니고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소극의 인물들은 그 본질적인 특성으로 언제나 자연적인 혹은 사실적인 형태의 모든 부분들이 사라지고 유형화되어 있다. 그리고 유형화된 인물들은 거의 모든 작품에서 또한 거의 모든 상황에서 똑같이 성격적 속성, 분위기, 신체적 반응을 유지한다. 또한 소극은 정교함에 배제되어 있는 간결한 단편적인 사건들의 병렬로 구조에 있어 유연하고 산만한 구성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형식적 특성들은 소극의 언어에도 똑같이 작용한다. 그래서 소극에는 문학적 형식을 갖춘 다른 드라마의 장르에서 보여지는 추상적인 담화, 양식화된 이미지, 소리의 액센트, 연설조의 대사 등과 같은 언어적 특성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소극의 언어들은 유어를 만들어내는 재치(wit)와 같은 문학적 장치(device)에 의한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 소극의 언어들은 거의 전체적으로 시각적이며 단어는 단순히 춤을 위한 인물의 기호들처럼, 배우의 신체적인 표현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언어적 특성은 희극(comedy)의 장르에서 사용되는 언어적 기능과는 뚜렷하게 구분되어 진다.
언어를 매개로 표현되는 희극성과 언어가 창조하는 희극성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전자는 경우에 따라서 다른 나라 말로 변역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후자는 번역하는 것이 통상 불가능하다. 그것은 이 희극성이 문장의 구조나 말의 선택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나 사건에서 보여지는 특이한 형태의 어떤 방심 상태들을 언어의 도움으로 분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에 깃들인 방심 상태를 강조하는 것이다. 언어자체가 바로 희극적이 되는 것이다.(Bergson, Henri, 웃음, 앞의 책. p.89.)
위의 인용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극의 언어는 가 자체만으로는 웃음을 창출하기 위한 기능을 지니고 있지 않다. 단지 소극의 언어는 웃음을 창조하는 매개로서 기능 할 뿐이며 소극이 본질적으로 연극적인 형식을 갖추어 나가는 데에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소극의 언어적 기능으로 인해서 언어는 빠르게 진행되는 일련의 짧은 구절, 감탄사와 같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 부가적인 단어와 구절들로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표현성을 지니게 됨으로써 배우들의 신체기술에 의한 역동적인 움직임과 제스처, 비즈니스(Business)의 창조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극은 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하기보다는 비유와 상징, 언어적 계략(verbal traps)과 같은 문학적 장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인물의 신체적 행동을 위한 단편적이고 표현적인 특성을 지닌 언어적 리듬을 갖게 되었고, 생략, 접속사 없이 문장이나 구절을 나열하는 병렬, 파격구문, 동음이의어, 동형이의어, 음의 전환(metathesis), 의사운(mock verse), 단어나 구절의 기계적인 반복 등의 언어적 장치(G, Stephenson, Robert, Farce as method. T.D.R. Decemner, 1960. p.90.)를 지니게 되었다. 이 같은 소극의 언어적 장치의 특징은 베르그 송의 다음과 같은 설명에도 잘 나타나 있다.
같은 문장에서 일어나는 두 사유 체계의 중복은 익살스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원천이다. 이러한 중복을 초래하는 즉, 독립된 두 의미를 동일한 하나의 문장에 부여하여 그 의미들이 겹치게 하는 수법은 다양하다. 이러한 수법들 중 가장 시시한 것은 동음이의어에 의한 말장난이다. 그러므로 말장난은 언어에서의 순간적인 방심상태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며,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재미있는 것이다.(Bergson, Henri, 앞의 책 p.100-101.)
이 같은 소극의 언어적 장치의 특성들은 소극의 상황에 대단히 빈번하게 '끼워 넣어져' 사용됨으로써 전형적인 소극의 극적 장치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드라마 비평가들은 이의 단적인 실례로서 몰리에르의 <수전노>에서 아르파공이 자신의 딸 엘리즈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장면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아르파공은 엘리즈의 설득에 거의 똑같은 반응만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지참금을 주지 않아도 돼!(But, without a dowry)'. 그는 이 대사를 계속해서 5번이나 반복해서 말한다. 이러한 반복된 짧은 구절들은 돈에 대한 아르파공의 강한 집착을 보여 줌으론써 '수전노'라는 그의 성격적 속성을 드러내 준다. 여기에서 사용된 희극적 장치(comic device)는 반복이라는 희극적 장치이다. 이러한 짧은 구절의 반복이라는 희극적 장치를 통해서 유모(humor)는 아르파공이 말하고 있는 내용에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반응의 구조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Harrop, John, 앞의 책, p.136.)
이렇듯 단편성과 표현성을 특성으로 만들어지는 소극의 언어적 장치들은 대체로 언어의 상호전달에 있어서의 논리성을 파괴함으로써 비개연적인 상황 속에 인물들이 놓이게 만들며, 배우의 신체적 표현에 의해서 인물의 성격적 속성과 유형이 드러나게 함으로써, 그 자체의 논리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편적이고 표현적인 언어적 장치들은 연극성의 본질적인 특성에 적합하게 소극의 형식적 특성을 보여주는 독특하게 고안된 극적 장치로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3. 인물의 유형성
인물의 유형성은 연극성의 본질적인 특성을 갖게 하는 소극의 형식적 특성으로서 소극이 모든 형태의 연극들과 연속성을 지니게 하는 전형적인 극적 장치이다. 소극의 등장인물들은 다른 여타의 드라마의 장르에 등장하는 심리적인 동기를 지닌 3차원적인 인물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선택적이며, 단순하고 일차적이며 극단적으로 유형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서 소극의 인물들은 자기기만과 같은 일차원적인 동기가 부여되어 있어서 맹목적으로 눈이 멀게끔 의도되어 있으며, 가끔 재치있고 총명한 기지를 지는 듯 하지만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예견력이 부족하여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해결만을 추구하게 되어 결국엔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결점들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과오나 실수를 인식하는 내적 심리상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심리적인 발전과정이 결여되어 있고 단순히 변화된 상황에 따라 일관된 반응을 보여주는 인형과 같은 고정적으로 전형화 되어 있다.
소극의 유형화된 인물들은 신체적인 특성에 전적으로 의지해서 언제나 비개연적인 상황 속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며 행동함으론써 그 자체의 논리성을 만들어 낸다.
이 같은 인물의 전형성 혹은 유형성은 소극의 산만하고 비개연적인 상황을 논리의 영역으로, 진설성의 영역으로, 진실성의 영역으로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만일 성격이라는 말이 우리의 인격 속에 기성적인 것, 우리 내부에 있는 마치 조립 제작된 기계장치와 같이 자동적으로 작동 가능한 상태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성격은 그 무엇이든지 희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것을 통해 우리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반복하도록 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을 통해서이다. 따라서 희극의 인물은 하나의 전형이다. 뒤집어보면 전형을 닮은 것도 희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특히 희극적인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흔히 삽입될 수 있는 틀이 되는 것, 즉 하나의 성격을 응고되는 것이다.(Bergson, Henri, 앞의 책 p.22.)
유형적 인물은 행동면에서나 정신적인 과정상 반복을 하도록 운명지어진다.······그들은 유연성이 부족하고 개성이 없다. 유형적 인물들은 자기들의 한계를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의 경직성에 밀려 맹목적으로 행하고 반응하는 것이다.······유형적 인물이 자신의 의식을 검토하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렇게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어떤 형태가 일단 사건에 부여되기 시작하면 소극의 행위는 균형을 완성하게끔 진행된다. 충분히 발전하는 극 인물들에게 허용되는 의지의 결정적 행사와는 대조적으로 소극의 인물은 사건의 속도와 힘에 이끌려 무기력한 몸짓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진행의 가속화로 인해 꿈에서처럼 소극도 사람을 폭행하도록 허용되지만 그 결과하고는 관련이 없게 된다.(Milner Davis, Jessica, 앞의 책 p.177-p.178.)
위의 인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신적으로 그리고 행동적인 면에서, 변화되어지는 비개연적인 상황 속에서 일관되게 반복적인 반응을 하게끔 미리 전형화 되어 있는 유형적 인물들은 정교한 극적 구조를 지니고 있지 못한 플롯의 한계를 극복해 주고 있는 특별하게 고안된 소극의 극적 장치로서 웃음의 창출이라는 소극의 본질적 기능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물의 유형성은 각기 인물들에게 직업적, 지역적, 계급상의 특성들을 부여하여 고유한 성격적 특성을 지니게 함으로써 손쉽게 달성될 수도 있다.
전문직이라면 어떤 것이든 그것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습관적인 사고와 특징적인 성격을 갖게 하여 그들끼리 서로 닮아 다른 사람들로부터 구별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우리는 그것을 직업적 희극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직업적인 허영이 있다. 허영은 종사하고 있는 직업이 사기성이 농후할수록 더욱 더 엄숙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어떤 직업을 희극성에 이르도록 하는 데 가장 잘 사용되는 수법은 그 직업의 고유한 언어의 테두리 안에 그것을 가둬 두는 것이다. 재판관이나 의사, 군인이 마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게 되기나 한 것처럼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사물에다가 법학이나 전략 또는 의학용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Bergson, Henri, 앞의 책 p.143-p.144.)
이 결과로 사회에서 일정한 위치나 신분, 계급을 획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유형적 인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인물의 유형들은 연속성을 지니며 시대와 상황에 맞게끔 다양하게 절충되었거나 변형되었는데, 익살광대, 현학자, 젊은 연인, 호색적인 노인, 뚜쟁이, 겁이 많은 군인, 어리석은 하인, 재치 있는 하인, 잔소리가 심한 부인, 성기능 장애를 지닌 남편, 빈곤한 상인, 거만한 은행가, 군인, 공무원, 방탕한 사제, 부정을 저지르는 음란한 유부녀 등이 대표적인 유형적인 인물로 등장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유형적 인물들은 문학적 형식의 극적 장치의 도움 없이도 효과적으로 소극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하게끔 하는 '연극성'의 본질적인 특성을 보여 주고 있는 형식적인 특성인 것이며, 또한 정교한 플롯 구성에 의한 이야기의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인물과 상황에 논리성과 진실성 그리고 개연성을 부여해 주고 있는 소극의 중요한 극적 장치인 것이다.
Ⅴ. 공연 양식적 특성
전술한 것처럼 소극은 연극성에 의해서 그 본질적 의미가 달성되는 배우중심의 연극적인 형식으로 소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배우의 연기 양식들은 소극의 공연 양식적인 특성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으면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로 소극의 공연 양식적 수법들은 전적으로 배우의 기술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무대공간, 장치, 의상 및 소품들과 같이 공연양식을 이루는 연극의 물리적인 요소들도 배우의 기술들을 효과적으로 극대화시키는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아무리 분석해 보아도 희극적 양식의 성질과 그 의미는 결국 희극 배우에 달려 있다. 극적 사건은 희극 배우의 손에서 이런 형식이든 저런 형식이든 어떤 형식으로 형성되는데 이때 그가 택한 해석에 따라 그 어떤 형식이 결정된다. 이 사실을 인식하고 'farceur'란 불어가 배우와 극작가를 둘 다 내포하는 것 같다. 배우와 극작가는 둘 다 소극의 창조자이기 때문이다.(Milner Davis, Jessica, 앞의 책 p.108.)
위의 언급처럼 배우의 기술은 소극이 여타의 다른 드라마의 장르와 독특하게 구별되는 양식적 특성을 갖게 하는 본질적인 원천으로서 언어적 제스처를 위한 소리의 사용, 유형적 연기, 과장과 반복에 의한 기계주의 등의 연기양식상의 특성을 지니게 되었고, 연극의 물리적 요소들도 이에 적합한 공연양식상의 특성을 지니게끔 선택되었던 것이다.
1. 언어적 제스처
소극은 머리를 때리거나 쫓고 쫓기는 추적, 우스꽝스러운 싸움, 정교하고 기계적인 신체동작, 표현적인 제스처, 독창적인 비즈니스 등이 웃음을 창출하기 위해서 풍부하게 채워져 있고, 이에 따라 소극의 연기 양식은 상당부분을 신체적인 기술에 의존하게 되었고 표현에 있어 극단적으로 노골적이며 거침이 없이 자유분방한 활기에 넘치는 역동감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신체기술의 특성들은 배우의 소리의 사용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소극의 언어들은 배우의 기술에 의해서 역동적인 언어적 제스처의 기능을 지니고 표현되었다.
이에 따라서 웃음은 언어적 재치와 같은 정교한 문학적 장치의 지적인 이해, 즉 언어의 내용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며, 대체로 구조와 리듬에 의한 언어적 제스처에 의해서 만들어 지고 있다. 언어적 제스처는 신체적인 기술의 구사방식처럼 대단히 광범위한 소리의 음역의 다양한 구사로써 달성된다.
이러한 언어적 제스처를 위해서 쉰 목소리의, 몹시 흥분해서 날카롭게 외치는, 재잘거리는, 격노해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의 등과 같이 인간인 낼 수 있는 소리 음역의 전 영역을 망라한 소리의 구사능력이 배우들에게 요구된다.
언어적 제스처는 인물의 유형적 성격에 적합한 언어적 수단을 - 혀 짧은 발음, 독특한 액센트, 성량이 풍부한 소리, 앙앙 우는 소리 등등 - 발견함으로써 이루어지며 인물의 유형성을 구축하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소극의 단편적인 구조의 반복과 같은 언어의 구조는 언어적 제스처를 풍부하게 하는 전형적인 극적 장치인데, 단편적인 대사를 반복해서 하는 동안에 억양과 강도의 변화에 의해서 단편적인 대사들은 약간 다른 뉘앙스를 지닌 언어적 제스처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웃음의 산출은 언어의 내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구절의 반보고가 같은 언어의 구조에 비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언어적 제스처로 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언어적 제스처의 본질적인 기능은 베르그송의 다음과 같은 언급에도 잘 나타나있다.
어떤 관념의 자연스러운 표현이 다른 어조로 바뀌어지면 희극적 효과가 산출된다. 우선 극단적인 두 어조, 즉 장중한 어투와 일상적인 어투를 구별해 볼 수 있으리라. 그 두 어투 중 하나에다가 다른 하나를 단순히 옮겨 좋음으로써 우리는 가장 조잡한 것이나마 희극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Bergson, Henri, 앞의 책 p.102)
이처럼 언어적 제스처는 어투에 의한 소리의 변화 그리고 강조를 위한 유지, 빠른 템포의 발하기, 광범위한 음역의 사용, 동시적으로 대조적인 억양의 사용 등과 같은 소리의 구사능력에 따라서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연극성의 본질적인 특성에 적합한 공연 양식상의 특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전형성과 과장성
문제가 되는 것이 정상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심을 한 사람의 육체로 향하게 하는 사건은 무엇이나 다 희극적이다. ……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극 작가는 주인공의 신체적인 측면에로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피하려고 신경을 쓴다. 신체에 대한 배려가 끼어들면 희극성이 배어 나올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비극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뭘 마시지도 먹지도 몸을 따뜻하게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가능한 한 그들은 어디 앉지도 않는다. 긴 독백을 하는 중에 앉는다는 것은 주인공이 몸뚱이를 가지고 있음을 상기하는 것이리라.(Ibid, p.49)
위의 언급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배우의 신체기술은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인 연극성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 웃음의 창출이라는 소극의 기능과 의미를 당성하기 위해서 인간의 상상력의 모든 영역을 동원하여 다양하게 구사되었다.
소극의 다양한 신체기술들은 몇 개의 범주로 분류되는 속성들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전형성과 과장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신체기술의 전형성은 소극의 형식적인 특성인 유형적 인물의 성격적 특성을 구축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소극의 유형적 인물들이 지닌 고정된, 정형화된 정신적 태도는 배우들이 원초적인 욕구들로 이루어진 소극의 상황들에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그리고 틀에 박힌 신체적인 반응들을 충동적으로 반복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유형화된 인물은 배우들의 자세, 태도, 제스처, 음성적 특성, 걷는 방식을 포함한 신체적 리듬과 머리 스타일, 의상, 소품 및 소도구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서 다른 인물들과 뚜fut하게 구별되는 성격적 속성을 신체적으로, 외형적으로 갖추게 함으로써 배우들의 신체기술은 유형적 인물들이 전형화되었으며, 연기 양식의 전형적 특성은 비록 소극의 인물과 상황이 비개연적이고, 사실성을 결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연극적인 약속의 방식으로 인물의 유형을 관객들로 하여금 쉽게 인식하게 만듬으로써 인물과 상황에 개연성과 논리성을 부여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연기양식의 전형적 특성은 소극과 연속성을 지니며 본질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전형화된 신체표현 기술인 '라찌'(Lazzi, Comic Business)에 잘 나타나있다.
라찌는 단순히 인물의 성격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되었는데, 예를 들면 하인의 유형인 알레치노(Arlecchino)의 라찌는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아서 먹는 희극적인 동작으로 이루어졌다. 이처럼 소극의 배우들은 틀에 박힌 듯한 기RP적인 동작, 기형적인 신체, 기발한 신체적 버릇 등의 리듬을 찾아내어 걷는 자세, 걸음걸이, 코로 내려깔기, 머리 흔들기, 코안경 바로잡기, 코트 소매자락 닦기, 지팡이 흔들기 등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신체표현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자신이 묘사하고 있는 등장인물의 유형의 성격적 특성을 독특한 걸음걸이와 신체적 리듬으로 구축했다. 또한 로렐과 하디는 시가, 손가락, 중절모 등의 소품을 이용하여 인물의 유형적 특성을 틀에 박힌 듯한 매너리즘을 지니게 하여 구축했다(Harrop, John, 앞의 책. p.164)
또한 다양한 신체기술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이 과장성인데 이것은 배우의 연기양식에 의한 공연양식적 특성알 결정짓게 하는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극에서의 신체적인 동작(움직임과 비즈니스를 포함하여)들은 현실에서의 상응하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담겨져 있다. 왜냐하면 신체적인 동작들은 언제나 자신의 위엄과 고상함을 유지하려는 인물 유형의 시도와는 충돌하게끔 되어 있고, 비개연적인 상황과 인물유형에 대한 지적인 반응을 방해하게끔 의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장은 긴체적인 동작의 구사에 있어서 원리적인 요소로서 작용하였고, 그 결과로 배우들의 신체적인 동작은 언제나 일상적인 동작들보다는 훨씬 확대되었고 보다 거대하게 확장되었다.
소극은 배우의 신체에 의한 연극이며, 결코 자연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의 우리들과는 다른 상태에 놓여 있는 신체에 의한 연극이다. 소극은 인형이 인간이고, 인간은 초 인형과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연극이다. 소극은 초현실주의자의 신체의 연극이다.(Bently Eric, 앞의 책. p.252)
이같은 신체적 동작의 과장성을 보여 주고 있는 전형적인 신체기술 중의 하나가 팔, 다리, 머리, 그리고 신체의 모든 부분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시도되는 슬랩스틱 같은 공격적인 신체기술이다. 원래 슬랩스틱은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배우들이 서로 때리기 위해 사용하던 무딘 나무도구로서 충격을 가하면 날카롭게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이것은 자연적인 소리가 아닌 인공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어 때리기의 효과(Bermal, Albert, Farce, A touchstone book, New York, 1982. p.24)를 과장하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팬티가 흘러 내려가는 것, 치마가 치켜 올라가는 것, 코니커(Knicker)가 벗겨지는 등의 공격적인 신체기술들이 지속적으로 웃음을 산출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이렇듯 인간의 근원적인 충동과 금기시하던 원초적인 욕구를 드러내기 위한 소극의 본질적인 기능과 의미는, 과장성을 언제나 등장인물의 심리적인 속성들에 의존하기보다는 신체적인 속성에 적용시켜서 과장된 신체기술은 웃음을 창출하는 핵심적인 원리로서 중요한 공연 양식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장성의 효과는 쫓고 쫓기는 추적과 같은 반복에 의한 기계적인 동작에 의해서도 달성되어 진다.
기계적인 동작, 경직성, 몸에 배어 있어 간직하고 있는 습관, 이런 것들로 인해 우리는 웃게 되는 것이다.…… 신체의 태도나 몸짓, 움직임들은 우리에게 한낱 기계적인 것을 연상시키는 정도에 정비례해서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연설가의 몸짓은 그 자체로는 그다지 우스꽝스럽지 않아도 반복이 되면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은 결코 반복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복이 있는 곳에서 기계적인 것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Bergson, Henri, 앞의 책 p.29∼35. 발췌인용)
이같은 신체동작의 과장성은 유형적인 신체표현과 함께 정서적 거리감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는 연기양식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연극적 장치인 것이다.
실제로 작품에 적용되어진 전형성과 과장성의 속성을 지닌 배우의 신체기술들은 모든 형태의 연극들과 연속성에서 발견되는데 그 실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재주넘기, 높이차기, 물구나무서기, 개구리 뛰기, 엉덩방아 찢기, 다양한 술랩스틱(때리기), 도약, 높이차기, 모자에 앉기, 덮개 및 융단에 걸려 넘어지기, 몸 부딪히기,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기, 팬티나 바지 벗겨지기, 치마가 치켜 올라가기, 신체적인 충돌, 파이조각 얼굴에 던지기
이러한 신체적인 동작들은 인간의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충동과 욕구의 메타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비속화시키고 치장된 인간의 위엄과 권위를 비속하게 만들어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배우의 신체기술들인 것이다.
또한 소극의 연기 양식적 특성으로 인해서 소극의 배우들에게는 탭 댄서(tap dancer)와 같은 신체적 민첩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며, 슬랩스틱과 신체적인 접촉 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신체기술들을 위해서 고도의 세련된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과장성과 전형성의 속성으로 인해서 소극의 배우들은 절대적으로 진지함으로 연기를 통해서 웃음의 창출이라는 소극의 본질적인 기능과 의미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관객의 관심과 흥미는 계속해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극의 본질적인 기능과 의미는 오로지 공연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배우들의 신체기술에 의해서 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전형성과 과장성의 속성을 지닌 배우들의 신체기술은 소극이 연극적인 형식으로 다른 여타의 드라마의 장으롸 확실하게 구별되게 하는 본질적이고 연속성을 지닌 연극적 장치인 것이다.
3. 역동성과 장애물
모든 연극의 형태와 연속성 속에서 보여지고 있는 소극의 공간과 장치의 시각적 요소들은 본질적인 특성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소극의 공간적 요소들은 배우의 신체기술에 적합한 연기공간의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여 의도적으로 고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역동성을 특성으로 하는 공간과 장치가 제공되었으며, 이것은 언제나 연속성을 지니며 공간적 요소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지속되었다.
역동성을 지닌 소극의 공간과 장치들은 마치 미로를 헤매는 듯한 광범위한 연기공간을 배우들에게 제공하여 쫓고 쫓기는 추적 장면과 일대일로 대결하는 신체적인 충돌, 곡예, 굴러 넘어지기 등의 신체적인 동작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몰리에르 이후 일상적인 장치들이 제공되어 연기공간을 채워 나가게 되자, 소극의 공간과 장치는 역동성 외에 장애물이라는 또 하나의 본질적 기능을 지니게 되었다. 소극의 연기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실적인 환경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배우의 신체기술을 위한 장애물로써 기능적으로 활용되었고, 이로 인해 배우들은 보다 다양한 신체적 동작의 표현을 위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특히 등·퇴장을 위한 출입구 외에도 함정, 창문, 비밀문과 통로, 미끄럼판, 커텐 뒤의 은신처, 옷장, 소파, 침대 등이 배우의 신체기술을 위한 장애물로 제공되었으며, 점차적으로 사실적인 환경이 장애물로 추가됨에 따라서 배우의 신체 동작들은 더욱 풍부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적 장치의 요소들로 인해서 배우의 신체적 기술들은 라찌와 같은 곡예적 기술에서 의자에서 넘어지거나 소파를 뛰어넘는 그리고 창문을 뛰어넘는 등의 일상적인 신체적 동작들로 대체되었다.
또한 장애물로 제공된 사실적 환경들은 배우들의 신체동작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공격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도망칠려는 찰나에 문들은 열리지 않았고 창문은 닫히지 않았으며 덮개 및 융단들에 걸리거나 미끄러져 넘어졌으며, 심지어 침대는 무너지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소극의 본직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무성영화에서는 더욱 확대되어져 자동차, 컨베이어벨트, 전기설비 등이 배우의 신체기술을 위한 환경적 요소로 제공되었다.
이렇듯 소극의 공간과 장치가 지니고 있는 역동성과 장애물의 본질적인 특성들은 배우의 신체기술을 위한 연기공간의 확보와 다양한 신체동작과 기술들을 가능케 함으로써, 소극의 공연양식적 특성을 이루는 중요한 원천으로 그 기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4. 약속(theatrical convention)과 희극적 간극(comic gap)
전술한 것처럼 소극의 연극성은 소극을 다른 여타의 드라마의 형식들과 뚜렷하게 구별시켜 주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전적으로 배우의 신체기술에 의존하여 만들어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소극의 물리적인 요소들은 공간과 장치의 역동성과 장애물의 기능에서 보여지듯이 철저하게 배우의 신체적인 동작(움직임과 비즈니스, 제스쳐를 포함하는)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것에 최우선의 중요성을 두고 있었다.
소극의 의상과 소품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배우의 신체적인 동작의 창조를 위한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특히 의상과 소품은 신체적인 비즈니스와 제스처를 만들어 내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고 이의 활용의 정도와 종류의 범위는 다른 형태의 연극의 양식들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여, -끝이 높은 모자(top hat), 중절모(bowler hat), 프록코트(frock coat), 깃(collar), 양복조끼, 손목이 짧은 검은 자켓(shorter black jacket), 회색 혹은 줄무늬 양복바지, 장갑, 우산, 지팡이, 손수건, 코담배 등의 -소극이 독특한 연기양식적 특성을 지니게 하는데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하였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장치의 역동성과 장애물에 의한 신체적인 움직임과 함께, 의상과 소품의 사용에 의한 신체적인 비즈니스와 제스처의 창조는 소극과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 모든 형태의 연극들에서 소극적(farcial)인 요소의 하나로 두드러지게 사용되었던 것이다.
소극의 의상과 소품이 지니고 있는 기능 중의 하나는 인물유형의 성격적 속성의 정체성에 관한 정보를 관객에게 미리 전달해 주는 연극적 약속(theatrical convention)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의상과 소품은 인물의 유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전형적인 신체표현과 함께 인물 유형의 성격의 속성을 구축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었다. 소극의 배우들은 언제나 자신의 유형적 성격의 속성들과 동일시되는 의상과 소품을 선택하였고 이는 모든 소극의 상황들에 일관성을 지니고 적용되어져 인물 유형의 성격적 속성에 정체성을 부여해 주고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구축된 인물의 정체성을 연극적인 약속으로 전형화되어 비개인적인 상황과 인물의 유형에 일관성과 논리성을 만들어 주었으며 이 결과로써 관객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인식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의상과 소품은 연극적인 약속의 기능에 적합하게 인물유형의 성격적 속성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서 신체적인 상상력과 함께 광범위하고 다양한 정도로 작품 속에 적용되었는데, 이의 전형적인 실례로 알레치노(Arlecchino)혹은 할레퀸(Harlequin)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알레치노는 하인이기 때문에 보기 좋은, 폼이나는 옷을 입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헝겊조각을 곁대어 포갠, 낡아빠진 누더기 옷(넝마조각)을 걸쳤다. 이러한 넝마조각은 이후 다양한 색깔의 마름모꼴 형태의 무늬를 지닌 의상으로 약속화되었으며 이는 인물의 유형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Harrop, John, 앞의 책, p.160)
또한 이상과 소품들은 인물유형의 정체성을 위해서 당대 사회의 신분, 지위, 직업적 특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즉, 판타로네(Pantalone)는 10세기의 비네티안(venetian) 상인의 의복에서, 도토레(Dottore)는 브로그나(Bologna)지방의 대학의 졸업생들의 학사복에서 비롯되었고 19세기의 이후에는 새로운 신흥 계층으로 등장한 중산계급(Boiugeois)의 의복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는 등 사회적 진실과의 연관 속에서 고안되었다.
소극이 의상과 소품은 연극적 약속의 기능으로 활용됨으로써 또 다른 하나의 부차적인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연극적 약속에 의한 '희극적 간극(comic gap)'의 창조이다.
희극적 간극이란 등장인물의 성격적 속성-나이, 신분 직업, 지위 등등의-에 의해 동기가 부여된 사회의 규준에 적합하게 관객들이 기대하는 등장인물의 행동과 실제로 등장인물이 소극의 상황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동들-예를 들면 팬티가 흘러내린다든지, 미끄러 넘어지는 등-의 불일치를 의미한다.(Ibid, p.162)
이러한 불일치는 언제나 소극의 상황에 존재한다. 언제나 등장인물들은 항상 인물유형의 성격적 속성의 정체성과 관객의 기대감에 어긋나는 신체적 행동들을 하도록 결정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 의상과 소품들은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너무 몸에 꽉조이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우들의 신체와 부조화하게 의도적으로 과장되었다. 그 결과로 의상과 소품은 장치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의상과 소품 그리고 인물의 태도 사이에는 즉, 의상이 허용하는 신체적인 동작과 인물이 원하고 있는 신체적 행동 사이에는 긴장과 충돌이 존재하였고 이로부터 다양한 신체적인 동작들이 풍부하게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와같이 소극의 의상과 소품들은 연극적 약속과 희극적 간극의 기능을 지니고 다양한 신체동작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활용됨으로써 소극의 본질적인 기능과 의미를 효율적으로 강화시켜주고 있었으며 특히 소극의 연기양식상의 특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장치로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실제로 작품 속에 적용되어진 실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상의의 깃은 너무 높고 조여서 배우들이 문 안팎으로 쫓고 쫓기는 추정을 방해한다. 바지는 폭이 너무 좁아 몸에 꽉 끼이도록 되어 있어 인물들이 창문을 넘어 드는 것을 방해한다. 모자와 타이들은 배우들의 신체동작으로 쉽게 벗겨지기 시작한다. 구두와 양말들은 쉽게 벗겨져 잃어버리기 십상이며, 짝을 뒤집어 신기도 한다. 바지는 앞·뒤가 바뀌어 거구로 착용한다. 구두끈은 서로 엉켜 배우들은 걸려 넘어지게 한다. 큰머리에 작은모자 등의-의상과 소품의 불일치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종류의 불균형을 지닌 신체적 동작을 망라한다.
5. 템포의 가속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극은 본질적으로 꿈과 환타지아, 그리고 동화와 만화같은 초현실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 연극적인 형식으로 비개연적이고 비논리적인 인물과 상황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이 때문에 소극의 형식적은 그리고 공연양식적인 특성들은 소극의 본질적인 속성들에 그 나름의 개연성과 논리성을 부여해 주기 위한 연극적 장치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형성되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극의 템코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소극의 본질적인 속성으로부터 만들어 진다.
꿈처럼 소극은 이미지로 구성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하나에서 또 다른 이미지로 급속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처음에 하나의 이미지가 나타나면 그때 초점은 빠르게 다른곳으로 이동한다.(Ibid, p.122)
소극은 꿈과 환타지의 속도처럼 빠른 템포의 가속화를 요구한다. 이것은 소극의 공연양식상의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필요성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왜냐하면 템포의 가속화는 소극의 비개연적인 상황과 인물들의 극적 행동으로부터 정서적 거리감을 조성해주어 이미지의 연속처럼 간결하고 단편적인 장면들의 병렬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그 자체의 일관성을 부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감의 개념은 관객들로 하여금 소극의 효과를 수용하게 만드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거리감은 상황의 비개연성과 반응의 과장성에 주어진다. 그래서 관객들은 두 가지 단계로 반응한다. 먼저 무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을 진실로서 받아들인다. 그리고 관객들은 실제의 현실에서는 그러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관객들은 소극의 폭력성을 주저없이 즐기게 된다.(Ibid, p.172)
즉 템포의 가속화는 소극의 비개연적인 상황과 인물들에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문을 제기할 시간적 여유를 허용해 주고 있지 않아서 정서적 거리감을 조성하게 되고 이것은 다른 공연양식적 특성과 함께 소극의 본질적 기능과 의미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템포 가속화는 소극의 형식적, 양식적 요소들의 총체적인 기술적 운용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배우의 신체동작의 기계적 정밀성을 지닌 기술적 운영에 상담부분을 의존하여 구축되어진다. 왜냐하면 템포의 가속화는 상당한 신체적인 혼란스러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혼란스러움은 언제나 적절한 희극적 효과를 산출하기 위해서 최적의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소극의 상황은 때로는 문 안팎과 가구 주변을 빈번하게 움직이며 때로는 때리기와 충돌같은 신체적 접촉 등과 같은 신체적 동작들이 동시에 뒤섞여서 활발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템포의 가속화로 인해서 혼란스러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적인 혼란 속에서 배우들이 대사와 대사간의, 대사와 동작간의, 동작과 대사간의, 심지어 휴지(pause)를 포함하여 적절하고 정확한 타이밍으로서 주고받는 시계의 태엽장치와 같은 기계적 정밀성을 지닌 신체동작의 기술은 템포의 가속화와 유지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배우들은 신체적인 혼란 속에서 신체적인 균형과 상호간의 앙상블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상당 부분을 배우의 신체동작의 기술적 운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템포의 가속화는 소극에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인 속성으로부터 비롯된 공연양식적 특성으로서 소극을 여타의 다른 드라마의 장르와 구별지어 주는 독특한 연극적 장치인 것이다.
Ⅵ. 맺는말
지금까지 필자는 다른 드라마의 장르와 독특하게 구분되는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을 소극은 배우의 신체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연극적인 형식이라는 사실을 전체로 하여 살펴보았다.
이 결과로써 필자는 소극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에 관해서 몇가지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소극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모든 형태의 연극들과 연속성을 지닌 연극이다. 소극은 15세기 중세 말엽 드라마의 형식으로 성립된 이후 19세기까지 인기의 절정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 이전의 모든 형태의 연극들과 연속성을 지니며 형식적, 양식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본질적은 특성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소극의 연속성은 플롯구조, 상황, 인물유형과 성격, 그리고 이에 따른 배우들의 풍부하고 다양한 신체동작들의 특성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속성은 대중적인 관심과 인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왜냐하면 소극은 대중적인 의식이 표현으로서 인간의 억압된 본능적인 욕구와 충동의 발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극의 기본적인 에너지는 역동적이며 신체적이고 특히 공격적인 속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둘째, 소극은 비개연성과 불일치의 연극이다. 소극은 구조에 있어 정교함과 인과관계에 의한 논리성에서 벗어나 있고 플롯의 사건들은 정상적인 규준에서 이탈한 비개연적인 상황으로 이루어져 있어 언제나 예상과 기대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비개연적인 상황은 역전과 전도의 원리에 의해서 불일치를 드러냄으로써 웃음의 창출이라는 소극의 본질과 의미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불일치는 소극의 연기양식 상의 특성을 형성하게 하는 기본적인 원리로서 작용하고 있다.
셋째, 소극은 배우중심의 연극이다. 소극의 비개연적인 상황과 인물에 개연성과 논리성을 부여해 주고 있는 소극의 연극적인 장치들은 전적으로 배우의 신체기술에 의존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인물 유형의 성격적 속성의 정체성을 풍부한 언어적 제스처와 다양한 신체적 동작으로 구축되며 전형적이고 과장된 연기양식의 특성들을 퉁해서 소극의 사건들은 있음직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또한 소극의 공간 및 장치, 의상 및 소품들의 물리적 요소들도 역동성, 장애물, 연극적 약속, 희극적 간극의 창출의 방식으로 전적으로 배우의 신체기술을 위해 제공되고 있다. 그러므로 소극의 본질과 의미는 오로지 배우의 신체기술에 의해서 달성되어진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소극은 간결성의 연극이다. 소극은 그 어원에서 의미하듯이 본질적으로 '끼워넣기'의 속성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래서 짧은 사건들의 단편적인 병렬, 단편적인 구절단위의 표현적인 언어, 이야기의 전개와 직접적인 관련을 지니고 있지 않은 성격구축을 위한 '라찌'와 같은 배우들의 신체기술 등등에서 보여지듯이 소극의 형식적, 양식적인 특성들은 간결성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 또한 간결성의 본질적인 속성으로부터 공연에 있어 템포의 가속화가 만들어 진다.
다섯째, 소극은 이화적인 속성(Non-illusion)을 지닌 연극이다. 소극은 마치 꿈과 환타지 그리고 동화와 만화의 속성에서 보여지듯이 현실의 진실한 인간의 행동에 기초한 비개연적이고 불일치한 사건들의 병렬, 다양한 신체기술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계적인 신체적 혼란, 슬랩스틱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공격적인 신체동작 등등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이성과 지적인 판단을 허용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감정의 동일시와 감상성이 배제된 정서적 거리감을 요구한다. 정서적 거리감은 웃음의 산출이라는 소극의 본질과 의미를 달성하기 위해 독특하게 고안된 소극의 연극적 장치들에 일관되게 적용되어지는 근본적인 원리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은 소극이 오로지 공연만을 통해서 진실하게 경험될 수 있는 '연극성'을 지닌 연극적인 형식임을 의미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같은 소극의 본질적인 특성들을 가부끼, 경극, 신파극을 포함하여 무성영화, 보조리연극, 그리고 현대연극에 이르기까지 연극사의 발전과정에 나타난 모든 형태의 연극들이 소극적 장치(farcial device)로써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소극이 연극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의를 시사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Alvert, Bermal, Farce, a touchstone Book, New York, 1982
Eric, Bently, The Life of the Drama, Atheneum, New York 1979
Henri, Bergson, 웃음, 정연복 옮김, 세계사. 1994
Jessica, Milner Davis, 소극, 홍기창 옮김, 서울대출판부, 1985
John, Harrop, Acting with Style, Prentice-Hall, Inc, Englewood Cliffs, New Jersy, 1982
Martin, Banhan, The Cambridge Guide to Theatre, Cambridge Univercity Press. 1992
Martin, Esslin, 연극의 goqnm 김병선 옮김. 신아. 1988
Moelwyn,m Merchant, 희극, 여경등 옮김, 서울대출판부, 1981
Robert, G, Stephenson, Farce as Method, T.D.R December. 1960
Robert, W, Corrigan, Thje World of the Theatre, Wm, C.Brown Publisher, 1992
───, The Making of Theatre, Scott, Foresman and company, Glenview, Illinois, 1981
───, Comedy meaning and Form, Haeper & Row, Publisher, New York, 1981
Vsevolod, Meyerhold, Farce, T.D.R. September, 1959
ABSTRACT
A Study of Farce
This thesis attempted to describe the main characteristics of farce on the assumption that farce depends on actor's physical skill entirely, and farce could be experience only through the actual performance. From the premises, I have concluded as follows.
First, farce as based on popularity and it has a continuity with other theatrical genres. Since it has been formed as a drama in the end of 15th century, farce is very popular in public until the 19th century, but a farce shares with other theaterical genres in a style and a form through the theater history. The continuity of farce is from its a plot, a structure, a situation, a characters, and actor's physical movement. The continuity of farce, basically, depend on public interest and popularity because farce express the mankind's desire and impulse. Consequently, the nature of farce has an active, a physical and an aggressive qualities.
Second, farce is the drama of improbability and inconsistency. The plot of farce is out of logicality which is derived from the interaction of cause and effect and an elaborateness, and the episodes are consist of the situation of improbability. Thus the story always goes to unexpected way. The situation of improbability, also, shows the inconsistency by the principle of reversal and inversion, and makes a laugh which is the essence and goal of farce. Especially the inconsistency is the fundamental element to characterize the acting style of farce.
Third, farce totally depends on actors. The theatrical devices of farce which five probability and logicality to the situation and character of improbability depend on actor's physical skill. The identity of character is built by a linguistic and physical gestures, and episodes of farce convey the meaning to an audience through a typical and a exaggerated acting style. Also, Physical devices- a stage, a costume, a property... -are give by actor's physical technique.
Fourth, farce is a the drama of conciseness. The word "farce" is derived from the french word "farcir"-to stuff. Farce is to array a short episodes, to use a expressive clause and a lazzi which is for building a character. These traits of farce sustain the theory of brevity in a style and a form, also the brevity of farce increase a tempo in actual performance.
Fifth, farce is no -illusorily drama. It is full of the improbability and the aggressive physical movement. It requires a emotional distance which eliminated a sentimentality and a illusion completely to an audience. The emotional distance, perhaps most important, is a fundamental theory to extract a laugh, and it apply to the theatrical devices of farce consistent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