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로마의 연극과 희곡 p138~ 145
희극의 의상과 가면
로마 연극의 의상은 희곡에 따라서 다양했다. 플라우터스와 테렌스의 작품들은 그리스의 신희극를 각색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의 장치와 의상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다른 극작가들은 로마인등장인물에 대해서 썼고 따라서 의상도 자연히 달라졌다. 어느 경우든 의상은 일상복과 비슷했으며, 보다 우스꽝스러운 희극적 등장인물들의 의상은 아마도 과장되었을 것이다.
로마 희극에 나오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유형'이었던 관계로 의상 또한 표준화되었다. 특정한 색이 특수한 직업에 연계되었다는 증거가 있다. 가령 노랑은 창녀를 ,빨강은 노예를 표징하였다. 색의 관습적 사용은 가발에까지 확대된다. 모든 배우들이 가면을 썼는데 그럼으로써 일인이역 또는 일인다역이 훨씬 수월해졌고 『메네크미』(The Menaechmi)의 완전해 똑같은 두 쌍둥이 같은 역을 배역하기가 간단해졌다. 희극의 각 배우는 또한 소커스(soccus)라 부르던 가는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었다.
희극작가들
로마에는 무수한 희극작가들이 있었지만 오로지 두 작가-플라우터스와 테렌스-의 작품들이 현존한다. 타이터스 마키어스 플라우터스 (Titus Maccius Plautus, 기원전 224경-184)는 작품이 현존하는 작가들 중 가장 초기의 희곡작가다. 무수한 희곡들이 그의 것으로 주장되어 왔지만 21편의 제목들만 학자들의 동의를 받았으며 모두 현존한다. 가장 오래된 것은 205년경에, 가장 나중 것은 플라우터스가 죽던 시절에 쓰여졌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암피트리온』(Amphitryon)『황금주전자』(The Pot of Gold),『포로들』(The Captives),『허풍선이 전사(戰士)』(The Baraggart Warrior),『쌍둥이 메내크미』(The Twin Menaechmi)등이 있다.
흔히 테렌스라고 불리는 퍼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퍼(Publius Terentius Afer)는 기원전 195년 (어떤 이는 185년이라 주장한다)에 태어나서 159년에 죽었다 북아프리카 원주민이었던 그는 노예로 로마에 끌려와 나중에 해방되었고 당시의 많은 위인들과 친분을 맺었다. 그는 6편의 희곡을 썼을 뿐인데 모두 현존한다. 『안드로스의 여인』(The Woman of Andros), 『고행자』(The Self-Tormentor),『고자』(The Eunuch), 『포르미오』(Phormio),『장모』(The Mother-in-Law) 그리고『형제들』(The Brothers) 등이다.
로마 희극의 관습
현존하는 로마 희극들은 모두 그리스의 신희극을 각색한 것들이다. 이 각색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비록 신희극들이 거의 현존하지 않아서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것도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첫째, 코러스가 파기되었다. 대본을 막(幕)과 장(場)으로 나누는 관습이 없어짐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현대판에 보이는 구분은 후대에 와서 이루어진 것이다) 둘째, 코러스와 연계되던 음악적 요소들이 작품 전체에 골고루 확산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로마 희극은 오늘날의 뮤지컬과 흡사하다. 어떤 장면은 대사로 어떤 장면은 음악반주에 맞춘 낭송으로 처리되었고, 또 많은 노래들이 포함되었던 것이다. 플라우터스의 희곡은 3분의 2정도가 음악반주가 있으며 평균 세 곡의 노래를 담고 있다. 테렌스는 노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화의 거의 절반을 음악반주가 따르게 했다.
로마 희극은 그리스의 신희극처럼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다루지 않고 주로 일상적인 가정문제를 다루었다. 플롯은 거의 예외없이 일종의 오해를 중심으로, 즉 사람을 잘못 알아보는 것(오랫동안 잃어버린 자녀가 그 흔한 예임), 동기(動機)를 오해하는 것, 또는 고의적인 기만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오해가 소극(笑劇)으로 이어지며 (대부분의 플라우터스 극에서처럼)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감상적인 효과를 위해서 쓰인다(테렌스가 연인간의 문제점이나 부모자식 관계를 강조할 때처럼).
플라우터스는 전형적으로 단일한 플롯과 복잡한 음모를 사용한다. 도입부격인 프롤로그에서 그는 극적 상황을 설명하고 그 뒤에 이어지는 여러 에피소드에서 그 상황의 모든 소극적(笑劇的) 가능치들을 발전시킨다. 반면에 테렌스는 이중플롯을 사용하며 도입부격인 프롤로스를 없애고 등장인물들을 동정심있게 묘사하고 섬세하게 취급한다. 그의 희곡들이 낭만적 희극이라면 플라우터스의 희곡들은 대체로 상황희극이거나 소극이다.
로마 희극은 부유한중산층의 문제를 다루며 등장인물들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된다. 재산이나 자식문제로 근심하는 노인, 권위에 반항하는 젊은이, 영리한 노예, 식객, 창녀, 노예상, 그리고 겁쟁이 군인 등이다. 모든 등장인물들 가운데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아마 노예일 텐데 그는 주인을 돕기 위해 온갖 책략들을 다 꾸민다. 이 책략들이 빗나가서 사건을 더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로마 희극에는 존경할 만한 여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대사건이 작품의 오해의 주원천임에도 여인들은 자주 무대 밖에서 처리된다. 등장인물의 수효는 7명에서 14명 사이이고 평균적으로는 10명에서 12명 사이다.
모든 행동은 거리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실내에서 일어나야 할 장면들을 옥외에 올려야 할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며, 등장인물들은 자주 실내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설명해야 한다. 이따금씩 로마 희극의 관습들이 현대 독자들의 신뢰를 사지 못하지만 로마의 관객들에게는 아무 문제없이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보인다.
플라우터스의 희곡 중에서 아마 가장 인기있었을 『메내크미』를 로마 희극의 예로서 검토해 보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완전히 똑같이 생긴 두 쌍둥이를 잘못 분간하는 데서 비롯되는 모든 희극적 가능치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메내크미』
플롯과 구조. 플라우터스의 희곡이 대체로 그렇듯이 『메내크미』도 극적 상황의 배경을 설명해 주는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모든 중요한 정보가 한번 이상 반복된다. 이와 동시에 플라우터스는 여러 차례의 익살을 통해서 관객의 마음에 적당한 희극적 틀을 짜 준다.
프롤로그에 이어서 작품의 도입부 장면들이 앞으로 희극이 자라날 현재의 상황들을 설정한다. 메내크무스(Menaechmus) 1이 아내와 다툰다. 메내크무스 1이 창녀인 에로티움(Erotium)을 방문하여 아내로부터 훔친 옷을 그녀에게 선물하며, 그날 늦게 벌일 잔치에 대해 함께 계획을 짠 뒤 광장으로 떠난다. 메내크무스 2가 노예 메세니오(Messenio)를 데리고 등장한다. 극의 나머지는 쌍둥이 형제가 교대로 상대방으로 오인되어서 자신이 전혀 모르는 행위 때문에 질책당하는 일련의 장면들을 보여 준다. 마침내 둘은 서로 만나고 복잡하게 얽힌 매듭들이 풀린다.
메내크무스 2가 자신이 처한 공경의 원인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을 찾아 에피담누스(Epidamnus)로 찾아온 것만큼이나 작품상의 결함으로 지적된다. 정말로 그가 끌려 나와서 형과 얼굴을 맞대고도, 그는 자기의 노예가 지적해 줄 때까지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플라우터스는 매세니오로 하여금 메내크무스 2에게 에피담누스라는 곳이 사기꾼들로 악명높다는 점을 경고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비난을 다소 극복한다. 메세니오는 심지어 이렇게까지 우긴다. 즉, 메내크무스에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는 에로티움이 새로 도착한 자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려고 부두로 하인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플라우터스는 메네크무스 2가 형을 찾아 나선 사실을 미쁘게 만드는 데 더 실패하고 있다. 두 쌍둥이들이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간들로 묘사되어 있는 터에 그가 아주 어릴 때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형을 몇 년씩 찾아다닌다는 것이 도대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난은 플라우터스의 본 목적-관객을 즐겁게 해 주려는-에 비추어 볼 때 한낱 잔소리에 불과하다. 공연 중에는 그 비논리성들이 노출되지 않고 오직 깊이 따지고 들 때만 눈에 띄는 것이다.
플라우터스는 모든 것을 그의 본 목적에 예속시킨다. 그는 필요할 때 등장인물을 무대 위로 불러와서 필요가 없어지면 내보낸다. 연극에서 그것이 전혀 없는 일은 아니지만 플라우터스는 항상 그의 억지를 감추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메내크무스 1의 아내가 친정 아버지를 부르러 보낼 때, 꽤 멀리 떨어져 산다는 그가 대사 네 줄 뒤에 나타난다. 플라우터스는 또 그의 연극적 목적에 맞을 때에 한해서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서로를 쳐다보게 한다. 그는 또한 엿듣는 행위를 수많은 복잡화의 동기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플라우터스는 그의 재료를 매우 경제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그의 주요 목표에 기여하지 않는 모든 것을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훔친 옷 같은 고안들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이 옷은 실제로 모든 등장인물들의 손을 거침으로써 통일성의 한 자원이 되고 있고 또한 두 쌍둥이 형제들에 대한 질책의 내용을 뒷받쳐 주는 증거로도 이용된다.
플라우터스의 희극적 감각은 어디서나 번득이지만 특히 재회의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이 장면은 자칫 작품의 끝을 감상적으로 만들기 쉬운데, 오히려 마지막 대사들이 이야기를 비틀면서 초반의 장면들이 가졌던 복잡한 톤을 유지시킨다. 즉, 메내크무스 1이 그의 전재산을 경매에 붙이는데 거기에는 그의 아내도 품목에 들어 있는 것이다. 세상에 그녀를 구입할 만큼 어리석은 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등장인물과 연기. 『메내크미』의 등장인물에게는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유사점이 있다. 즉 이기적, 물질적 관심이 그들의 주요 동기인 것이다. 메세니오와 아버지는 혹시 모르지만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존경받을 만하지 못하다. 그러나 플라우터스는 아리스토파네스와는 달리 사회적 풍자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집중하면서도 그 의미는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이 간통이나 도둑질이나 사기행각을 벌일 때도 그들은 그저 유쾌한 냉소주의의 전체적인 톤에 기여할 뿐이다.
대부분의 로마 희극에서처럼 『메내크미』의 등장인물들은 개인이라기보다 유형이다. 어떤 역들은 그 이름에 벌써 요약되어 있다. 페니큘러스(Peniculus: '솔')는 식탁을 꺠끗이 쓸어 낼 수 있는 식객의 능력을 암시하며, 요리사는 실린드러스(Cylindrus)(또는 '롤러(roller)로), 창녀는 에로티움(Erotium: '요염한 것')으로 이름지어졌다. 각 등장인물들은 한정된 수효의 동기를 갖는다. 쌍둥이 형제는 그들의 육체적 욕망을 채우려 들고, 아내는 남편을 개심시키고자 하며, 아버지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를 원하며, 돌팔이 의사는 장기간 비싼 치료를 가할 수 있는 환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특징이라고 할 것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 등장인물은 작품 안에서의 기능 면에서는 충분히 묘사되어 있다.
『메내크미』는 말하는 역이 열인데 육인극단(六人劇團)이면 충분히 공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마 연극에서는 모든 역을 남자가 연기했다. 엑스트라(말이 없는 역)들은 필요한 만큼 고용되었다. 작품은 감정의 폭이 넓은 정교한 인물묘사력이 있는 배우들을 요구하지 않는다. 결투, 만취, 광증의 장면들은 육체적 민첩성이 필수적임을 시사해 준다.
장치와 음악. 『메내크미』의 장면은 두 집의 앞에 있는 거리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대와 그 건축적 배경으로 장치상의 요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엿듣는 장면이 빈번히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서로를 보지 못하는 것을 감안할 때 아마도 배우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움푹 들어갔거나 튀어나온 부분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꼭 필요했던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의상은 그리스의 일상복을 기초로 했으나 사회계층, 직업, 연령 및 성별에 따라서 양식화되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또 가면과 가발을 썼다. 지붕이 없는 극장에서 낮에 공연을 했으므로 인공조명은 전혀 필요치 않았다.
음악은 완전히 유실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모든 로마 희극공연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현대 독자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길이가 약 20인치 가량 되는 두 개의 관으로 된 플루트의 음악이었다. 플루트를 연주자의 머리에 매어서 연주자가 손을 마음대로 바꾸며 음조에 변화를 줄 수 있게 했다. 플루트 연주자는 공연 내내 무대 위에 남아서 등장인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따라다니며 반주를 넣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메내크미』에서는 대화의 절반 이상에 음악이 반주되었고 많은 등장인물들이 무대에 처음 등장할 때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전체적인 효과는 오늘날의 뮤지컬 코미디와 비슷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메내크미』는 관객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 소극적(笑劇的) 희극이다. 작품은 이 목적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며 이 희곡이 갖는 가치는 그 첫 공연이 있은 이후 거의
2,000년이 넘도록 수많은 독자들과 관객들이 이 작품을 즐겨왔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증명해준다.
기타의 로마 연극
파뷸라 아텔라나. 즉 짧은 소극(笑劇)은 로마의 가장 오래된 연극형식 중의 하나로서 나폴리와 가까이 있던 아텔라에서 수입한 이었다. 그것은 한 무리의 재고품 등장인물들(stock Characters)을 써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바보 또는 어리석은 광대 마쿠스(Maccus), 먹보 또는 허풍선이 부코(Bucco). 잘 속은 어리석은 노인 파푸스(Pappus), 교활한 사기꾼이며 대식가이고 혹시 꼽추였을지도 모르는 도세누스(Dossenus) 등이 그들이다. 원래는 대화가 즉흥적으로 진행됐던 것 같다. 플롯은 시골을 배경으로 하여 여러 종류의 술책, 속임수, 그리고 일반적인 광대질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음악과 춤도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기원전 1세기에 파뷸라 아텔라나가 문학형태로 전환되면서 이 짧은 소극은 모든 연극형태들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게 되었다.
마임은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나 그것이 로마에 등장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211년에다. 많은 마임단들이 두루 여행하면서 가설무대 위에서 공연했다. 그들의 희곡은 짧고 서사적이며 소극적이었고, 처음에는 즉흥극이었다. 마임은 한편으로 파뷸라 아텔라나와 특정한 공통점들을 나눠 갖기도 하지만 또한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들을 갖고 있다. 즉 여자 역을 여자가 연기한 것이다(마임이 여배우를 쓴 최초의 형식이 되었다). 또 배우들은 가면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주제는 주로 도시생활에서 따왔다.
아텔라의 소극처럼 마임도 기원전 1세기에 문학형식이 된다. 후기 마임의 주제는 간통이나 변태적인 악덕들이기 일쑤였고 언어는 점잖지 못한 때가 잦았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당시 점점 득세하던 기독교가 마임단체들에 반기를 들게 되었고 그러면 또 마임단체들은 교회의 성찬식과 신앙을 조롱함으로써 복수하였다. 따라서 마임은 기독교인들의 연극반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극형식이 되었다.
또 하나의 연극형태인 팬터마임도 후기 로마 시대에 인기를 누렸다. 이 무언의 해석무용은 여러 역을 연기하는 한 명의 배우에 의해 공연되었고 각 역은 입을 다문 가면에 의해서 표현되었다. 코러스가 이야기를 해설하였는데, 이야기는 대체로 심각하였고 신화에서 따온 것이었으며, 플루트, 심벌즈, 피리 및 기타 타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음악반주에 따라 행동이 진행되었다. 후기 로마에서 팬터마임은 비극을 물리쳤고 특히 지배계급에 인기가 있었다.
공화국을 기원전 27년에 찬탈한 로마 제국 치하에서 연극은 타락했다. 때때로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무대에서조차 검투경기가 열렸다는 사실이 그 타락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게다가 많은 극장들에서 수중발레나 해상전투(노마키아(naumachia))라고 했음)를 위해 오케스트라가 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빈번하게 동물싸움, 짐승과 인간의 격투, 마차경주, 곡예, 검투경기 및 해상전투와 같은 장관(壯觀)들이 다른 곳에서, 특히 원형극장이나 서커스장에서 열렸다. 어쨌든 연극은 이들 피비린내나고 점잖지 못한 오락물들과 경쟁을 해야 했다. 특히 기원후 1세기 이후부터 그랬다. 비록 간헐적으로 플라우터스나 테렌스의 희곡 같은 작품들이 공연되었을지 모르지만 로마 제국 당시의 일반적인 연극 형태들은 마임, 팬터마임, 그리고 비연극적 장관이었다.
오스카 G 브로켓, 김윤철 역, 연극개론, 한신출판사, 1989 P. 138 ~145